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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PICK_Car&Tech

럭셔리 SUV 시장의 만만치 않은 경쟁자

럭셔리 SUV 시장에 만만치 않은 경쟁자가 등장했다. 집안은 물론 실력에 외모까지 두루 갖춘 강력한 경쟁자가

2017.10.31

 

레인지로버 벨라를 처음 본 건 올 3월 말에 열린 서울모터쇼에서다. 벨라는 올해 3월 1일 런던 디자인 뮤지엄에서 공개됐다. 그리고 3월 7일 제네바 모터쇼에서 정식으로 론칭했다. 그러니까 랜드로버는 출시한 지 한 달도 안 된 따끈따끈한 차를 한국에 데려온 거였다. 2017 서울모터쇼는 벨라를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공개하는 자리기도 했다. 벨라가 서울모터쇼에 등장한다는 소식을 듣고 난 모터쇼 장에 도착하자마자 랜드로버 부스를 찾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속을 볼 순 없었다. 인테리어가 완성되지 않아 문을 꼭꼭 걸어 잠갔기 때문이다.
랜드로버가 완벽하지도 않은 차를 서둘러 공개한 건 이들이 한국 시장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느냐를 보여준다. 실제로 한국 자동차 시장은 전체 판매 대수에서 고급차의 판매 비중이 꽤 높은 기형적인 시장이다. 메르세데스 벤츠 S 클래스만 놓고 봐도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잘 팔리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마이바흐 모델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잘 팔린다. 1억원이 넘는 수입 SUV 역시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 1〜9월 럭셔리 SUV 모델 대부분의 판매 실적이 지난해와 비교해 성장세를 보였다. 레인지로버는 지난해보다 89대 늘어난 814대가,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154대 늘어난 1214대가 팔렸다. 이런 군침 도는 시장을 랜드로버가 그냥 지켜볼 리 만무하다.
레인지로버 벨라는 레인지로버 이보크와 레인지로버 스포츠 사이를 메우는 모델이다. 레인지로버의 네 번째 모델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시작은 레인지로버보다 먼저다. 1970년 첫 번째 레인지로버가 탄생하기 전 랜드로버 개발팀은 ‘벨라’라는 이름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 지금의 벨라는 1969년 조용히 태어난 그 벨라의 이름을 물려받았다. 이름만 받은 건 아니다. 위로 살짝 들린 엉덩이 아래 라인과 지붕 끝에서 테일램프까지 날렵하게 깎인 라인, 범퍼와 보닛, 옆구리에 덧댄 구리 장식도 그대로 받았다. 하지만 차체는 더 길고 낮아져 옆모습이 한층 날렵해졌다. 그러면서 더욱 우아해졌다. 랜드로버 디자이너들은 안팎으로 군더더기를 없애는 데 집중했다. 급기야 도어 손잡이까지 사라지게 만들었다. 음, 아주 사라진 건 아니다. 랜드로버가 플러시 도어 핸들이라고 이름 붙인 이 손잡이는 스마트키에 있는 열림 버튼을 누르거나 손잡이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스르륵 튀어나왔다가 문을 잠그거나 시속 8킬로미터 이상으로 달리면 다시 들어간다.
우아한 겉모습에 걸맞게 실내 역시 우아하고 깔끔하다.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건 두 개의 모니터가 달린 매끈한 센터페시아다. 큼직한 두 개의 둥근 다이얼과 전원 버튼을 빼면 버튼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차의 모든 기능은 모니터에서 조작할 수 있다. 위에 있는 모니터에서는 내비게이션을 세팅하거나 전화를 걸거나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아래에 있는 모니터에서는 시트와 실내 온도를 조절하거나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을 조작할 수 있다. 차고를 낮추거나 높이는 것도 아래에 있는 모니터에서 해당 아이콘을 터치하면 된다. 벨라는 레인지로버 모델 가운데 처음으로 가상 계기반을 달았다. 시동을 걸면 아무것도 없던 모니터에서 둥근 속도계와 RPM 게이지가 나타난다. 태코미터 사이에는 차의 각종 기능을 설정하는 메뉴를 띄울 수 있는데 스티어링휠에 달린 메뉴 버튼을 누르면 된다. 지도를 띄우거나 태코미터 위치를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속도계나 RPM 게이지만 띄울 수도 있다. 메뉴 버튼이 단박에 눌리지 않고 한 박자 뜸들이며 눌리는 게 조금 답답하긴 하지만, 깔끔하고 세련된 벨라의 실내가 낯설기도 하지만 미래 자동차에 앉아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흐뭇하다. 
국내에서 팔리는 벨라는 2.0리터 디젤 엔진을 얹는 D240 세 가지와 3.0리터 디젤 엔진을 얹는 D300 세 가지 그리고 3.0리터 슈퍼차저 엔진을 얹는 P380 하나, 이렇게 모두 일곱 가지다. 이 가운데 내가 시승한 모델은 2.0리터 4기통 디젤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240마력, 최대토크 51.0kg·m를 내는 D240 R 다이내믹이다. 시동 버튼을 눌러 엔진을 깨웠다. F 페이스처럼 걸걸한 엔진 소리를 예상했는데 꽤 조용하다. 엔진 룸과 실내에 방음재와 흡음재를 넉넉히 두른 덕에 가르릉거리는 엔진 소리만 나직하게 들이친다. 적당히 푸근한 시트는 몸을 잘 감싼다. 양쪽 옆구리를 살짝 세워 몸을 옥죄지 않고 편안하게 지지한다. 달리는 느낌은 영락없는 레인지로버다. 정속으로 달릴 땐 출렁출렁 여유가 넘친다. 과속방지턱도 꿀꺽 삼기는 에어 서스펜션 덕에 승차감이 마냥 부드럽고 편하다(3.0 디젤 모델과 슈퍼차저 모델은 에어 서스펜션이 기본으로 달리지만 2.0 디젤 모델은 옵션으로 달아야 한다). 매끈한 도로를 달릴 땐 마시멜로 위를 걷는 것처럼 한없이 부드럽다. 그냥 미끄러지듯 달리는 느낌이다. 
4기통 엔진에서 240마력은 꽤 준수한 출력이다. F 페이스는 같은 4기통 엔진으로 180마력을 내지만 벨라는 60마력을 더 뽑아낸다. 그래서 가속 감각이 좀 더 시원하다. 짜릿하진 않지만 크게 답답하지도 않다. 어차피 240마력짜리 디젤 모델로 화끈한 가속 감각을 기대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D240 모델에서 눈길이 가는 건 최대토크다. 1500rpm에서 51.0kg·m의 토크를 뿜어낸다. 초반부터 터져 나오는 풍성한 토크가 차체를 힘차게 밀어주는 덕에 힘이 부족하단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고속으로 달릴 땐 바람 소리가 제법 들이치지만 얼굴이 찌푸려질 만큼 거슬리는 수준은 아니다. 묵직하게 노면을 움켜쥐고 내달리는 맛이 좋다. 하지만 고속에서 출렁이는 느낌이 커 조금 불안하다. 인티그럴 링크 방식의 뒤 서스펜션이 코너에서 안정감을 줄진 몰라도 고속에선 출렁이는 느낌을 키운다. 
그래도 레인지로버인데 매끈한 도로만 달리는 게 아쉬워 자갈과 바위가 뒤섞인 강가를 찾아갔다. 에어 서스펜션을 얹은 벨라는 251밀리미터까지 지상고를 높일 수 있고, 650밀리미터의 물속을 거뜬히 달릴 수 있다. 자갈길에서 벨라는 감춰뒀던 레인지로버의 본성을 드러냈다.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을 오프로드로 바꾸자 스르륵 차체를 일으키더니 울퉁불퉁한 자갈을 부드럽게 타고 넘으며 앞으로 나갔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란 표현이 딱 들어맞는 움직임이었다. 차체는 좌우로 출렁였지만 큼직한 돌덩이를 타고 넘는 폼은 유연했다. 미끄러워 보이는 진흙길에선 전지형 프로그레스 컨트롤(ATPC)을 테스트해봤다. 버튼을 누른 다음 크루즈컨트롤을 세팅하자 가속페달을 밟지 않았는데도 슬금슬금 앞으로 움직인다. 그러고는 이런 진흙길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그냥 지나갔다. 역시 레인지로버답다. 
푸근하고 안락한 앞자리에 비해 뒷자리는 조금 딱딱하다. 무릎공간이 넉넉해 여유롭긴 하지만 뒷시트 등받이와 엉덩이 쿠션이 단단해 앞시트처럼 푸근함은 덜하다. 게다가 뒤가 출렁이는 탓에 오래 앉아 있으면 멀미가 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도 뒷자리 승객을 위한 편의장비는 갖출 만큼 갖췄다. 센터콘솔 뒤쪽에 에어컨 송풍구를 뚫었고, 세 단계로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열선시트도 챙겼다. 시트 아래쪽에는 자동으로 뒷시트 등받이를 눕힐 수 있는 버튼도 달았다. 뒷자리는 40대 20대 40으로 나눠 접을 수 있는데 뒷시트를 모조리 접으면 길이 1795밀리미터, 폭 1247밀리미터의 넉넉한 트렁크 공간이 나타난다. 가운데만 접으면 스키나 스노보드 같은 긴 물건을 싣기가 편하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이보크와 스포츠가 있는데 벨라가 왜 필요하냐고. 하지만 깨알같이 촘촘하게 라인업을 갖춰 고객을 자신의 브랜드로 끌어들이려는 게 요즘 자동차 회사의 전략이다. 좀 더 크고 우아하면서 듬직하고 고급스러운 SUV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벨라만큼 훌륭한 선택지도 없어 보인다. 랜드로버라는 배지는 벨라를 더욱 당당하게 만들어준다. 럭셔리 SUV 시장에 만만치 않은 경쟁자가 등장했다.   

 

 

푸근하고 안락한 앞자리에 비해 뒷자리는 조금 딱딱하다. 무릎공간이 넉넉해 여유롭긴 하지만 뒷시트 등받이와 엉덩이 쿠션이 단단해 앞시트처럼 푸근함은 덜하다. 

 

 

 

SPECIFICATION

LAND ROVER RANGE ROVER VELAR D240 R DYNAMIC SE 
기본 가격 1억86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4WD, 5인승, 5도어 왜건 엔진 4기통 2.0ℓ DOHC 트윈터보 디젤, 240마력, 51.0kg·m 변속기 8단 자동  공차중량 2030kg 휠베이스 2874mm 길이×너비×높이 4803×1930×1665mm 연비(시내, 고속도로, 복합) 10.5, 11.4, 10.9km/ℓ CO₂ 배출량 177g/km

 

 

 

 

 

모터트렌드, 자동차, 랜드로버

 

 

 

 

CREDIT

EDITOR / 서인수 / PHOTO / 최민석 /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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