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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PICK_Car&Tech

이달은 스포츠 세단이다

조용하고 안락한 세단은 지루하다. 그래서 난 엔진 소리를 크게 울리며 세차게 내달리는 고성능 스포츠 세단을 사랑한다

2017.10.30

조용하고 부드럽고 안락하며, 튼튼하고 안전해서 고장도 잘 나지 않는다면 좋은 차가 분명하다. 브랜드 이미지가 좋아 발레파킹을 맡길 때 체면을 한껏 세울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 하지만 4도어 세단은 도로에 너무 많기도 하고 평범해서 나에겐 심심하기 짝이 없는 차다. 난 세상에 흔한 4도어 세단은 심심하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심심한 차를 벗어나는 방법 중 하나는 차의 힘을 키우는 거다. 커다란 엔진을 달아 시원스레 내달리며 내 마음같이 움직인다면 평범한 차도 재미있어진다. 우렁찬 배기음에 가슴이 뻥 뚫린다면 평범한 4도어 세단도 내가 아주 좋아하는 차가 된다. 이런 차는 물론 누구나 원하는 차는 아니다. 자동차의 소음을 즐기는 이만 그 가치를 인정할 거다. 강력한 차는 적극적인 방어 운전으로 더 안전할 수도 있다. 겉모습이 평범한 4도어 세단은 ‘양의 탈을 쓴 늑대’ 놀이도 할 수 있다. 요즘 이런 차가 인기다. BMW M이 인기를 모은 이후 브랜드마다 고성능 버전을 내놓기에 바쁘다. 고성능 세단은 자사의 이미지를 높이고 기술력을 뽐내기에 좋은 상품이다. 특별한 차는 마진도 넉넉할 것이 분명하다. 아우디는 RS와 S 시리즈를 내놨고, 현대차는 세계 최고의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를 모아 ‘N’카 만들기에 돌입했다. 볼보는 폴스타 버전을 새로운 자회사로 독립시켰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AMG는 라인업이 너무 지나친 느낌마저 든다. 전 차종에 걸쳐 AMG 버전을 만들고, SUV까지 모델마다 AMG 버전을 내놓았다. 종류가 하도 많아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다. 과거엔 특별한 기분이 들던 AMG의 ‘원 맨, 원 엔진’도 이제는 양산 체제를 갖춰 희소성이 줄었다. 그렇게 AMG는 지난 3년 동안 세 배의 성장을 기록하고, 연간 10만대 생산에 이르렀다. 

 

 

E 43 4매틱은 대시보드 가죽에 붉은색 스티치를 넣었다. 스티어링휠 아래 AMG 로고도 붙였다.

 

 

MERCEDES-AMG E 43 4MATIC

3.0리터 V6 바이터보 엔진을 얹은 E 43 4매틱은 AMG의 외연을 넓히는 모델이다. 예전 같으면 AMG가 아닌 일반 E 클래스 최고급형으로, E 450 같은 엠블럼을 붙였을 것이다. V6 엔진은 커다란 트윈 터보차저를 달아 최고출력 401마력, 최대토크 53.0kg·m를 뽑아낸다. 윗급인 AMG E 63의 V8보다 부드럽고, 터보 지체현상도 적다. E 43은 AMG에 더해진 마일드한 모델로 볼 만하다. 벤츠는 아우디의 RS 아래에 있는 S 버전이 인기 있는 차종임을 주목했다. 벤츠에서 AMG라는 단어는 이제 야성이 아니라 고급차를 뜻한다. 겉모습이 수수한 시승차는 AMG만의 표시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양의 탈을 쓴 늑대’ 놀이를 하기 위해 AMG 엠블럼을 떼어내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어차피 엠블럼이 붙어 있어도 AMG가 뭔지 모르는 사람은 모를 테니까. 반대로 아는 사람은 엠블럼이 없어도 머플러가 네 개인 차를 알아볼 거다. 무심하게 양인 척하다가 파란불이 켜지면 늑대처럼 뛰쳐나가는 재미가 이 차를 타는 이유 중의 하나다. 기다란 모니터로 만들어진 계기반은 벤츠만의 뚜렷한 개성이 됐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긴박한 순간 정신없는 운전자에게 핵심 정보를 제공한다. 대시보드를 가로지르는 빨간색 무드등은 조금 어색하다.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두었나 싶은 치장이 독일차 같지 않아 보인다. 한편으론 다른 차와 확실하게 구별되는 신비로운 분위기가 명품 같아 보이기도 한다. 벤츠가 대시보드에서 새로운 유행을 이끌 조짐이다. 최고출력 401마력은 0→시속 100킬로미터 가속을 4.6초 만에 밀어붙인다. 엔진소리와 배기음이 적극적이지만 603마력의 E 63만큼은 아니라 전체적으로 부드럽다. 부드러움 속에 단단함이 스며 있다. 소음의 일부는 스피커에서 나오는 인위적인 소리인데 밖에서 듣기에 더 조용할지 모른다. 차가 좌우로 움직일 때마다 옆구리를 심하게 밀어대는 시트가 마음에 든다. 원심력에 밀려나는 몸을 지탱하기 위해서인데, 다른 차에 흔치 않은 서비스다. AMG 다이내믹 셀렉트 시스템은 엔진은 물론 트랜스미션과 스티어링, 에어 서스펜션이 에코, 인디비주얼, 컴포트,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 따라 바뀐다. 버튼을 누르면 그 차이가 쉽게 느껴질 정도다. 네바퀴굴림 시스템은 스포츠 세단답게 뒷바퀴 중심으로 움직인다. 뒷바퀴로 토크의 69퍼센트가 가도록 매만졌다. 코너를 따라 도는 순간 네바퀴굴림차의 안정감이 두드러진다. 코너에서 끈끈하게 지면에 들러붙는다. 핸들링이 만족스럽고, 접지력이 확실해 그만큼 더 내몰 수 있다. 무엇보다 예측이 가능해서 마음 편하게 몰아간다. 벤츠는 나에게 신뢰를 주기에 더 빨리 달릴 수 있다. 에어 서스펜션은 일반 AMG보다 보디 롤이 크고 부드러워 박진감이 생각보다 덜하다. 구불거리는 길을 무지막지하게 달렸다. E 43은 성급한 내 마음을 받아주는 데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AMG치고 너무 부드럽다. 스포티한 성격을 갖췄지만 생각보다 조용하다. 대부분 고객이 만족할 AMG라는 생각이다. 부드러워진 만큼 AMG의 외연을 넓히는 데 제 역할을 할 것이다. 혹시나 AMG가 아니랄까 봐 엔진 커버에 빨간색을 더하는 팬 서비스도 잊지 않았다.

 

 

 

 

MASERATI GHIBLI S Q4

벤츠가 AMG로 최고급 모델을 만든다면 마세라티는 일반 모델 없이 고성능 모델만으로 꾸려진 회사라 할 수 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마세라티는 항상 페라리의 4도어 버전이 되고 싶어 했다. 기블리는 BMW M이나 AMG에 맞서는 마세라티의 주력 차종이다. 덤덤한 E 43에 비해 야성적인 매력이 물씬하다. 살쾡이가 잔뜩 웅크리고 있는 것 같은 자태는 이탈리아 차의 매력을 하나로 모았다. 머플러의 모양 차이가 두 차의 성격을 말하는 것 같다. 본격적인 슈퍼세단과 멋을 추구하는 세단의 차이다. 기블리는 도어 유리에 프레임도 없어 쿠페 성격이 강하다. 유러피언 고급차의 정석을 따른다. 그러고 보니 타이어도 유난히 두터워 보인다. 부드러운 가죽과 포근한 마무리가 인상적인 실내는 여느 슈퍼카 못지않다. 장인의 손으로 다듬은 가죽은 명품다운 실내 마감을 자랑한다. 계기반 숫자도 클래식하다. 모니터 화면이 조금 후지긴 해도 자신만의 개성을 지녔다. 명품을 대하듯 그 모든 미완성을 사랑할 수 있다. 조립품질이 다소 아쉬워도 소량 생산하는 차의 즐거움은 다르다. 벤츠의 완벽한 마무리와 달리 이탤리언 명품을 바라보는 시각은 달라야 한다. 410마력을 내는 3.0리터 V6 트윈터보 엔진은 저속에서부터 콩 볶는 소리를 낸다. 그런데 생각만큼 큰 소리는 아니다. 배기음이 마세라티의 전부라는 생각에 괜히 터보 엔진 탓을 해본다. 커다란 스티어링휠을 잡는 순간 단단한 차체 강성이 손끝으로 느껴진다. 단단한 느낌이 꼭 무쇠 덩어리에 탄 기분인데 차가 달리기 시작하자 가벼워진다. E 43보다 무거운 차인데도 더 가볍게 느껴진다. 오랜만에 느끼는 유압식 스티어링휠 감각이 예리하다. 기블리는 엄청난 힘으로 오르막길에서도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내쏜다. 비행기가 이륙하는 소리를 내뱉으며 차를 가볍게 몰아간다. 410마력은 E 43의 출력과 비슷하지만 달리는 감각은 차이가 있다. 기다란 시프트 패들은 페라리의 것을 닮았다. 패들을 당길 때마다 기어변속이 재빠르다. 기블리는 앞, 뒤 50대 50의 무게배분을 이뤘다. 벤츠만큼은 아니지만 코너에서 네바퀴굴림의 접지력과 핸들링으로 폭발적인 달리기를 이어간다. 단단한 섀시와 엔진 사운드는 슈퍼 세단의 매력을 고스란히 담았다. 마세라티에서 무엇을 기대하기보다 내가 보살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탈리아 수제품이 완벽하리라곤 기대하지 않는다. 그저 마세라티를 달래가며 달린다. 어마어마하게 빠른 속도에서 말이다. 벤츠가 바닥에 들러붙어 내뻗을 때 기블리는 가볍게 언덕길을 쏘아댄다. 기블리의 배기음을 한껏 즐기려면 창문을 열어야 한다. 격하게 숨을 내모는 것이 좋아 바람에 내 몸을 던진다. 마세라티가 묘한 매력으로 나를 끌고 있다. ‘마세라티~’라고 부르는 이름부터 
우아하다.

 

 

이탤리언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기블리의 실내. 파워 스티어링은 유압식이다.

 

 

 

 

EPILOGUE
슈퍼 세단을 몰아가는 난 뭇사람들과 다른 사람이 됐다. 그윽하게 깔리는 배기음이 나를 우쭐하게 만들었다. 이 세상 모든 차가 내 아래에 있다. 고성능 세단을 타는 재미다. 내 마음같이 움직이는 차, 내 몸과 하나인 차가 여기 있다. 아랫급 모델 E 200을 타면서 벤츠의 매력을 안다고 할 수 없다. E 43 같은 차를 타야 벤츠의 성능을 즐기고 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기블리의 배기음을 즐긴 후에 마세라티를 얘기해야 한다. 참, 고성능 세단을 즐기려면 드라이빙 스쿨에서 열심히 노력해 운전 기술을 익혀야 한다. 잠재된 성능을 모두 이끌어낼 수 있을 때 고성능 세단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다. 차에 관심을 갖고, 차를 공부하면 인생이 더욱 즐겁다. 차를 모르는 사람들은 영원히 모르는, <모터 트렌드> 독자만이 누리는 행복이다. 에디터_서인수 

 

 

 

 

 

 

 

모터트렌드, 스페셜 리뷰, 스포츠 세단

 

CREDIT

EDITOR / 서인수 / PHOTO / 김형영 /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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