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세요, 에디터 T. 저는 올해에 꼭 결혼하고 싶은 32살 직장 여성이에요. 연애를 안 한지는 3~4년 된 것 같아요. 말만 들어도 우울할 것 같지 않나요? 저는 나이에 비해 동안이고, 가끔은 뮤지컬 배우 김지우를 닮았다는 말도 듣습니다. 레이먼 킴과 결혼한 김지우, 아시죠? 그러니까 제 말은 제 외모가 나쁘기 때문에 연애를 못하는 건 아닌 것 같다는 거예요.

본론으로 들어가서, 제가 요즘 잠도 안 올 정도의 고민이 생겨서 질문 좀 드리려고요. 제가 얼마 전에 사돈의 팔촌 주선으로 소개팅을 했거든요. 남자는 흔히 말하는 조건 좋은 남자였어요. 집안도 좋고, 학벌도 좋고, 다니고 있는 회사도 꽤 괜찮았죠. 하지만 아시잖아요. 결정적으로 필(Feel)이 통하지 않으면 스펙은 무용지물이라는 거. 그다지 마음이 동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놓치기엔 아까운 스펙이었기 때문에 한 번 정도는 더 만나보려고 했어요. 남자도 헤어질 때 다음에 또 보자는 뉘앙스를 풍겼고요. 근데 문제는 제가 대형사고를 쳤다는 거예요. 아는 언니가 미국으로 여행을 떠난다는 말을 듣고 ‘미국에 가거든 캘빈 클라인 매장에 들러 속옷 좀 사다 줘. 캘빈 클라인 브라는 B컵을 해도 C컵처럼 되더라’는 내용을 카카오톡으로 날렸는데, 그만……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아는 언니가 아니라 그 소개팅 남자에게 카톡이 전달된 거죠. 1분도 지나지 않아 카카오톡 창의 ‘1’자가 사라지고 회신이 돌아왔죠. ‘잘못 보내신 것 같아요 ^^; 우리 언제 브런치나 먹죠?’라고 말이에요. 생각할수록 얼굴이 화끈거리고 창피합니다. 저, 어떻게 해야 할까요? (L씨, 서울 광진구, 32세, 회사원)

A. 답은 간단합니다. SBS 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를 보신 적이 있나요? 첫 회를 보시면 남자주인공 지진희와 여자주인공 한혜진의 첫 만남이 그려집니다. 덜렁대는 성격인 한혜진이 화장실에서 스커트 자락을 스타킹 속으로 넣고 나와 사무실을 활보하자 그 모습을 발견한 지진희가 한혜진을 가려주려고 하면서 두 사람의 로맨스는 시작되죠. 실수 하나 없는 완벽한 아내와 살고 있는 지진희는 아내의 철두철미함에 숨이 막혀 빈틈투성이인 한혜진에게 첫눈에 반하는 거죠.

남자와 여자의 연애 관계는 사무적인 관계가 아닙니다. 실수를 했다고 해서 그게 꼭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한다는 보장은 없죠. 어쩌면 김지우를 닮은 당신의 실수는 그 남자의 마음에 장작불이 타오르게 만들었을지도 모릅니다. ‘브라’ ‘B컵’ ‘C컵’ 등의 단어는 남자를 열광케 하는 단어잖아요. 게다가 브런치를 먹자는 남자의 제안은 철저하게 당신을 배려한 말입니다. 브런치를 즐기는 남자는 세상에 없습니다. 게이거나, 패션계 남자이거나, 패션계에 있는 게이가 아니라면 말이에요. 그저 여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제안한 것이니 이미 주사위는 당신 손에 들려 있네요.

당신이 고민해야 할 것은 잘못 보낸 카카오톡이 아닙니다. 필은 통하지 않았지만 멀쩡한 스펙을 보고 남자와의 관계를 ‘킵 고잉’할지, 아니면 올해에 결혼하겠다는 계획은 포기하더라도 마음에 딱 맞는 남자를 찾아볼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어쩌면 그와 다시 만났을 때 남자의 손에 캘빈 클라인 쇼핑백이 들려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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