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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폴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논란을 낳은 문제적 작가. 세계적 현대미술가 폴 맥카시가 5년 만에 다시 내한했다. 산타클로스를 떠올리게 하는 친숙함을 뒤로한 채, 그는 기이하고 괴기스러운 전시장으로 우리를 초대했다. 그곳에는 한층 난해해진 선물이 있었다.

2017.10.18

그는 카메라 앞에서 인위적으로 포즈를 취한 채 사진을 찍고 싶지 않다고 했다. 자유롭고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작업을 선보여온 그의 스타일과도 맞지 않다는 게 그 이유였다.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가 폴 맥카시, 그리하여 지금 보고 있는 그의 포트레이트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사진이 아니다. 시차로 인한 피로와 막판 전시 준비에 더 없이 예민해진 작가의 모습 그대로를 오차 없이 담았다. 전시 오픈을 1시간여 앞둔 시간. 갑자기 스태프가 분주해졌다. 그러고는 이내 긴 사다리가 전시장으로 들어왔다. 작품 위에 설치한 조명이 문제였다. 그의 지시에 따라 작품에 떨어지는 미세한 빛의 각도까지 일일이 재조정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다.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논란을 낳는 미국 출신의 현대미술 작가 폴 맥카시. 긴 수염 위로 하얀 연륜이 내려앉은 그의 모습은 넘볼 수 없는 기묘한 오라를 풍긴다. 얼핏 보면 푸근한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를 닮았다. 혹시 정말로 그가 산타클로스가 아닐까 하는 황당한 상상도 잠깐 해봤다. 한데 그는 빨간 선물 보따리 대신 역시나 의문의 보따리를 한가득 가져왔다. 그의 작품은 늘 논란의 중심에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간의 행적만 얼핏 봐도 알 수 있다. 케첩, 오물을 몸에 바르고 성행위 장면을 묘사하는 충격적 퍼포먼스로 억압과 검열에 조롱을 던지고, 아름답고 순수함의 상징인 백설공주의 얼굴을 흉측하게 만든 것도 모자라 대못을 박고, 선물 대신 성기의 모양을 든 산타클로스를 등장시키는가 하면, 전직 미 대통령 부시의 눈과 입을 꿰맨 두상을 보란 듯이 대중 앞에 선보였으니. 그는 우리가 믿고 의지한 규율, 문화, 그리고 체제에 보란 듯이 반기를 들고 기괴하고 흉측한 형태로 기준을 조롱하고 기만한다. 더구나 미국 출신인 그가, 상업과 자본의 논리를 비틀고 헤집어놓으니 더없이 묘한 희열이자 전복이 아닌가. 그는 이를 위해 성적이고 가학적인 것을 주저 없이 작품에 투입한다. 10월 29일까지 국제갤러리에서 펼쳐질 폴 맥카시의 개인전 <Cut Up and Silicone, Female Idol, WS>. 역시 현장은 웅성거림이 가득했고, 알 수 없는 물음표가 전시장을 가득 채웠다.

 

잘려지고, 비틀어지고 
“이번 작품은 화이트스노(백설공주), 피카비아 아이돌, 그리고 컷 업 시리즈로 구성된다.” 그의 백설공주 시리즈는 5년 전 열린 국제갤러리 한국 첫 개인전을 통해 이미 선보였다. 그는 월트 디즈니의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속 순진무구한 백설공주와 난쟁이들을 도발적이고, 발칙한 캐릭터로 변신시켜 우리 안의 동심에 큰 충격을 안겼다. 그는 그렇게 대중에게 친근한 신화, 동화 속 아이콘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비틀고 탐구한다. 이번 전시에도 백설공주가 어김없이 등장하며, 역시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다. 구멍 뚫리고 대못 박힌 백설공주의 얼굴에는 끈적한 실리콘이 흘러내린다. 미디어 속에 감춰진 비열한 욕망의 흔적처럼 말이다. 한데 이번 전시에는 백설공주 외 또 다른 조각 작품이 등장한다. ‘피카비아 아이돌(Picabia Idol)’이다. “프란시스 피카비아의 그림 ‘여성과 우상’에서 영감 받은 작품이다. 원래 직사각형 형태인데, 가로로 방향을 전환하고 길게 스트레칭하듯 늘어뜨렸다.” 힐을 신은 반라의 여성이 이교도 조각상(우상)에 몸은 기댄 채 서 있는 ‘여성과 우상’은 에로틱하고 외설스럽기까지 하다. 그는 이 작품을 늘어뜨리고 변형시켜, 자신만의 또 다른 추상화로 탈바꿈했다. 그가 누구이기에 이토록 맥카시를 매료시켰나. 프란시스 피카비아, 그는 모든 예술적 관습을 탈피한 다다이즘 작가로 20세기 미술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인물이다. 친구 뒤샹과 함께 말이다. 아름다움이라는 고정 관념과 틀에 박힌 형식에 반기를 든 그들. 폴 맥카시는 그들의 철학과 신념을 현재로 소환한다. 그들을 소환하는 맥카시의 방법은? 이쯤에서 머리가 조금 아플 테지만 코어(Core)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코어는 쉽게 말해, 조각을 만드는 과정에서 주형의 뼈대 역할을 하는 부분이다. “스튜디오에서 조각을 만드는 과정에서 코어들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안과 밖을 잇는 코어. 결국에는 겉이 아닌 속에 있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피카비아의 외형을 만드는 과정에 쓰이는 코어. 그는 그 틈에서 내면을 발견했다. 결국 그는 우리에게 외형 뒤에 감춰진 내면의 진실을 조용히 환기하는 것이다. 블랙, 브라운, 파스텔, 핑크…. 전시장에는 이들 코어 작품과 오리지널 작품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한데 왜 지금 피카비아인가. “오래전부터 피카비아에 관심이 있었다.  뒤샹과 닮은 그는 추상화의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다. 나는 디지털 세계에 틈을 내 변화를 가져올 새로운 피카비아의 시선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디지털 세계 안에서 또다시 자행되는 거짓과 편견. 그는 피카비아를 통해 새로운 변화의 불씨 하나를 던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1960~70년대부터 행위 예술을 했는데, 그때부터 이미 나 자신, 내 보디가 등장했다. 내 신체가 작품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다만, 변화라면 신체를 표상화한 것이다.” 3관에 설치된 ‘컷 업(Cut Up)’ 시리즈. 이 작품은 작가 자신의 몸을 3D 스캔해 모델링한 후 이어 붙인 조각이다. 실제 땀샘까지 디테일하게 표현한 컷 업. 절단되고 이어 붙인 그의 조각 앞에 서면 괴기스럽다 못해 섬뜩함마저 느껴진다. 조각이 아닌 시체 같기도 하다. “나 역시 작품을 보고 약간 불편했다. 나 자신의 이미지를 형상화했기 때문이다. 작업 과정에서 작업실 의자에 놓인 ‘컷 업’ 작품을 보는데, 문득 죽은 폴이 아닌 꿈꾸는 폴처럼 여겨졌다. 나는 이 작품을 ‘꿈꾸는 폴’이라 부르고 싶다.” 전시장에는 컷 업 조각 4개와 스캔한 몸에 검붉은 페인트와 낙서로 얼룩진 회화 작품이 진열하듯 벽면을 채우고 있다. 그것은 숭고한 피의 장례식 같기도 하고, 욕망 없는 원초적 터전 같기도 하다. 축 늘어지고 처진 늙은 몸뚱이. 그는 짐짝 같은 몸뚱이에서 묘한 해방감을 느꼈다. “나이가 드니 몸이 쇠약해지는 걸 느끼는데, 나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절단된 몸. 한편으로는 미디어에 노출된 세계에 내재한 폭력성에 주목했다.” 미디어, 자본에 의해 만들어진 현실과 비현실. 폴 맥카시는 성적으로, 때로는 가학적으로 현실 이면의 이야기를 배설하듯 통쾌하게 싸지른다. 눈치 보지 않는 괴짜 예술가. 그의 이야기 속에는 기괴하지만 통쾌한 희열이 뒤따른다. 그는 분명 이상한 나라에 산다.  

 

 

1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폴 맥카시 개인전 <Cut Up and Silicone, Female Idol, WS>의 설치 전경. 작품은 3관에 설치한 ‘Cut Up’ 시리즈다.
2 Cut Up, 2015~2017, Urethane Resin, Courtesy of the Artist, Hauser & Wirth and Kukje Gallery 
3 White Snow Head, 2012, Silicone (Flesh), Fibreglass, Steel, 140×160×185cm, Courtesy of the Artist, Hauser & Wirth and Kukje Gallery

 

4 ‘피카비아 아이돌’ 작품 사이에서 폴 맥카시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Picabia Idol(2016~2017), Silicone, 162.6×76.2×58.4cm, Picabia Idol Core(2015~2017), Silicone, 156.8×50.8×69.9cm

 

 

 

 

 

더네이버, 인터뷰, 폴 맥카시

 

CREDIT

EDITOR / 설미현 / PHOTO / 박우진 /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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