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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밖의 이야기

고즈넉한 궁궐로, 광활한 바다로, 올가을 우리가 떠나야 할 곳은 화이트큐브가 아니다. 드높은 가을 하늘을 지붕 삼아 펼쳐지는 전시장 밖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지친 심장을 뛰게 한다. 화이트큐브가 채워주지 못한, 전시장 밖의 새로운 시선.

2017.10.17

전시장의 긴 여름 비수기가 끝났다. 살랑살랑 부는 가을바람과 함께 갤러리들도 그간 고이 비축해둔 야심작들을 풀어놓기에 바쁘다. 더구나 9월 21부터 24일까지 열리는 국내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인 <키아프>도 코앞이지 않은가. 더위와의 기나긴 사투가 남겨놓은 이 버석버석한 마음의 찌꺼기를 비워낼 무언가가 필요한 시간. 가을 전시장을 찾아야 할 이유다. 하나, 이 달콤한 유혹은 겨드랑이를 간질이는 작은 바람 앞에 무너졌다. 오직 가을만이 선사할 수 있는 매력적인 야외 전시가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처마의 그림자가 고즈넉이 내려앉은 가을날의 오후, 그 목적지는 덕수궁이다. 사시사철 갈 수 있는 덕수궁 나들이에 웬 설레발인가 싶겠지만, 지금 이곳에서는 특별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9월 막을 올린 <덕수궁 야외 프로젝트 : 빛·소리·풍경>전이 그것이다. 덕수궁 프로젝트는 2012년 이후 5년 만에 열리는 전시로, 올해는 특히 대한제국 선포(1897년) 120주년 기념이라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 역사적인 덕수궁이 현대미술 작가들과 만난다면? 강애란, 양방언, 장민승, 정연두 등 작가 9명이 기꺼이 이 프로젝트에 동참했다. 참여 작가들은 수개월간 덕수궁을 출입하며 이곳에 내재된 역사적 배경과 독특한 공간의 특성을 토대로, 본인들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공간을 재해석했다. 장민승은 더는 실존하지 않아 기록물로만 확인할 수 있는 한국 근대 시기의 건물 및 생활상을 재발굴하여 아날로그 슬라이드 필름으로 풀어냈다. 음악감독 양방언은 여기에 곡을 더해 시청각의 감각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정연두는 대한제국 시기의 고종 황제와 덕혜 옹주를 바라보는 시각을 4개의 시선으로 분류한 사진 설치 작품을, 강애란은 <조선왕조실록>, 고종 황제가 즐겨 읽던 서적 및 외교 문서 등을 바탕으로 한 황제의 서고를, 임수식은 병풍 형식의 책가도를…. 중화전 앞 행각, 석어당, 함녕전, 덕홍전 등 7개의 장소에 녹아든 그들만의 특별한 시선은 깊은 울림을 남긴다. 역사와 현대미술이 빚어내는 특별한 빛과 소리의 풍경은 11월 26일까지 펼쳐진다. 궁궐 밖 도심에서도 흥미로운 전시가 이어진다. 그곳은 바로 서울역. 23층 높이의 서울스퀘어가 그 무대다. 매일 저녁 이곳 서울스퀘어에서는 찬란한 빛의 향연이 펼쳐진다. 건물 자체가 거대한 캔버스로 변신, 젊은 작가들이 펼치는 미디어 파사드가 거대한 캔버스를 장식한다. 이름 하여 <청년작가 미디어 예술전>. 이번 전시는 2018 평창문화올림픽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문화 프로젝트로, 마땅히 그 주제는 평창동계올림픽이다. 차동훈, 뮌, 박우혁 등 젊은 작가 5팀이 스키, 봅슬레이 등 동계올림픽을 모티프로 한 다채롭고 역동적인 그들만의 미디어 아트를 선보인다. 미디어 파사드의 특성상, 전시의 시작은 밤이 시작되는 오후 6시부터다. 매시간 정각 10분씩(3분짜리 작품 3개), 저녁 10시 10분까지 어둠의 빌딩 숲은 빛으로 환하게 빛난다. 평창동계올림픽의 열기와 희망과 에너지를 담아서. 거리를 걷다가, 막히는 퇴근길에, 친구와 맥주 한잔을 마시러 가는 길, 운이 좋다면 이 아름답고 희망찬 ‘시작’의 이야기를 직접 눈으로 만날 수 있다. 좀 더 여유롭게 미디어 파사드를 즐기고 싶다면 서울역 인근의 루프톱에 올라도 좋겠다. 서울스퀘어를 배경 삼아, 바람을 음악 삼아, 칵테일 한잔 기울이며 말이다.      
서울 밖의 가을을 만끽하고 싶다면 부산행 티켓을 적극 추천한다. 이번 여행의 종착지는 북적거리는 해운대가 아닌,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다대포해수욕장이다. 9월 16일부터 10월 15일까지 다대포해수욕장에서 <2017바다미술제>가 열린다. 낯선 이도 있겠지만 <바다미술제>의 역사는 벌써 30년째다. 부산의 대표 자연환경 미술 축제인 바다미술제는 해운대, 광안리 해수욕장이 주요 무대였다. 이번엔 다대포해수욕장이다. 다대포해수욕장은 5만3000m²에 달하는 거대한 백사장과 때 묻지 않은 생태 휴양지로, 최근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더구나 올봄 도시철도가 다대포해수욕장에 개통되면서 교통까지 더욱 편리해졌으니. <2017 바다미술제>는 현대미술은 어렵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예술의 유희적 속성에 집중한다. 전시 주제 역시 ‘Ars Ludens: 바다+미술+유희’다. 아르스 루덴스(Ars Ludens)는 유희적 예술을 뜻하는 말로, 인간의 특성 중 하나를 ‘놀이하는’ 것으로 규정한 호모 루덴스에서 착안, 인간의 예술에도 역시 유희적 속성이 담겨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놀이의 마당은 조각, 설치, 영상 등 11개국 41팀이 먼저 펼쳐놓는다. 열대 우림에 있을 법한 대형 야자수를 형상화한 페르보의 ‘플로리다’, 모래사장 한가운데에 커다란 수박 모양의 조각을 설치한 도영준의 ‘여름의 조각’, 해변가에 떠 있는 대형 유리병과 그 속에 배를 띄워 관람객의 상상력을 자극할 김계현의 ‘바다를 보관하다’ 등 작가들이 선사하는 참신하고 유쾌한 유희를 마음껏 즐기시기를. 
드넓은 백사장과 가슴 시린 수평선, 그리고 그 위에 펼쳐진 아름다운 작품들. 이보다 더 아름다운 풍경을 이 가을 만날 수 있을까? 더군다나 낙조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다대포해수욕장이 아닌가. 이불 밖은 위험하다지만, 전시장 밖은 결코 위험하지 않다!   

 

1 권민호, ‘시작점의 풍경’, 건축용 트레이싱지에 연필, 펜 드로잉 및 프로젝션 맵핑, 500×300cm, 2017 2 (왼쪽) 임수식, ‘책가도389’, 병풍, 보존용 잉크젯 프린트, 210×640cm, 2017(오른쪽) 강애란, ‘대한제국의 빛나는 날들’, 혼합매체, 가변크기, 2017 3 김진희, ‘딥 다운-부용’, 전자 부품, FM튜너, MP3 플레이어, 250×500×100cm, 2017

 

 

 

1 최성철, ‘바다를 가로 지르는 붓’, 2017, 철, 자동차, 수지, 116×800×650cm, <2017바다미술제> 커미션 작품 2 강효명, ‘행복의 성’, 2017, 알루미늄 철재 새장, 태양열 외등, 야광페인트, 160×360×650cm 3 동 슈빙(Dong Shubing), ‘구름 걷기’, 2017, 철 파이프, 400×442×370cm, <2017바다미술제> 커미션 작품 4 김진우, ‘진화의 비밀 #J-2’, 2017, 스테인리스강, 폴리카보네이트, 철, LED, 500×500×700cm, <2017바다미술제> 커미션 작품 

1, 2 검은 배경 위로 수놓은 밝은 섬광을 통해 동계올림픽 선수들의 생동감 넘치는 열정을 표현한 뮌(김민선&최문선)의 ‘릴레이(Relay)’. 3 역동적 스포츠 정신을 글자와 이미지로 구현한 진달래 & 박우혁의 ‘런, 런, 런’. 4 올림픽 정신을 줌 아웃 방식으로 표현한 차동훈의 ‘코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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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설미현 / PHOTO / / THE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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