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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PICK_Lifestyle

미스터리한 사랑

약혼반지를 사려던 날 옛 연인의 흔적을 쫓게 된 남자. 뱅상 카셀, 모니카 벨루치의 영화 <라빠르망>이 연극으로 돌아온다. 세계 초연, <라빠르트망>이다.

2017.10.16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들어 있습니다.
연극 <라빠르트망> 프리뷰를 위해 질 미무니 감독의 1996년 영화 <라빠르망(L’appartement)>을 다시 보았다. 어쩌면 질 미무니라는 저 이름이 다소 낯설지도 모르겠다. 그가 연출한 영화는 저 영화 단 한 편뿐이니까. 아마도 <라빠르망>을 들어봤다면, 그것은 분명 출연 배우들 때문일 것이다. 뱅상 카셀, 모니카 벨루치. 영화에는 두 사람의 풋풋했던 리즈 시절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진정한 주연 배우는 사실 따로 있다. 알리스 역의 로만 보링거(Romane Bohringer)다. 실제로 그의 이름은 영화의 오프닝 장면 가장 앞에 놓여 있다. 그러니 알리스의 시선으로 프리뷰를 작성하는 것은 오히려 순리에 맞다.
알리스는 타인의 삶을 훔쳐보다가, 타인의 가장 소중한 것을 훔치는 인물이다. 이야기는 스마트폰은커녕, 삐삐조차 없던 20년, 아니 그보다 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친구 하나 없던 외톨이 알리스는 어느 날 앞집 사는 여자 리자를 보고 매혹된다. 이후 리자의 삶을 엿보기 시작한 알리스. 하지만 염탐은 오래가지 못해 발각된다. 알리스를 찾아온 리자는, 그러나 경고를 하는 대신, 친구가 되어주고, 시간을 나누어준다. 
리자의 직업은 배우. 지금은 연극 <한여름 밤의 꿈>의 오디션을 준비 중이다. 사족을 덧붙이면, <한여름 밤의 꿈>은 서로 사랑하던 연인들이 요정의 장난으로, 엇갈린 사랑을 나누는 셰익스피어의 대표 희극이다. 여기서 리자는 요정의 장난으로 사랑하던 남자에게 배신당한 헬레나 역을 준비 중이다. 그런 리자를 위해 알리스는 캠코더로 리자가 연습하는 모습을 촬영하는데, 하필 마침 캠코더가 고장 나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이 캠코더의 고장으로 막스와 리자의 인연이 시작된다.
캠코더 AS센터를 방문한 막스는 화면 속 리자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하긴 누가 반하지 않겠나. 화면을 더 오래 지켜보았을 캠코더 수리 기사가 반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오히려 놀라운 일이다. 그때 마침 수리점 앞을 지나던 리자를 본 막스는 리자의 뒤를 쫓아, 결국 리자의 집까지 알아낸다. 알리스의 염탐도 눈치챈 리자가 막스의 미행을 눈치 못 챌 리가. 알리스를 받아주었듯, 리자는 막스의 마음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연인이 된 두 사람은 그 가을, 꽤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겨울. 눈 내리던 날, 두 사람은 이별의 말도 나누지 못한 채 헤어지게 된다. 아차, 알리스. 알리스는 둘의 만남부터 끝남까지 모든 일을 뒤에서 지켜본다.
이 작품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그로부터 몇 년 후, 막스가 우연히 리자를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두 사람의 어긋남과 스침은 공연을 통해 직접 확인하도록 남겨두겠다. 10월 18일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연극 <라빠르트망>은 그동안 한 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세계 초연 무대다. 이번 공연을 위해 연출가 고선웅은 프랑스로 날아가 원작자를 설득했다고. 또 이번 공연을 통해 배우 오지호와 발레리나 김주원은 처음으로 연극 데뷔를 갖는다. 오지호는 뱅상 카셀이 연기한 막스를, 김주원은 모니카 벨루치가 연기한 리자를 맡는다. 그리고 이 작품의 진정한 주인공 알리스 역은 영화 <더 킹>의 여검사, 
<더 테러 라이브>의 여기자 역으로 영화 팬에게 눈도장을 찍은 배우 김소진에게 주어졌다.
프리뷰를 위해 영화를 본 게 관람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 모르겠다. 그러나 뱅상 카셀, 모니카 벨루치, 로만 보링거의 최근 모습을 검색하는 일은 확실히 삼가야 했다. 아, 야속한 세월이여. 관람할 의사가 있더라도, 검색은 피하길 바란다. 다만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을 읽고 공연을 본다면, 공연이 곱절은 재미있을 거라 장담한다. 

 

이 글을 쓴 김일송은 공연 칼럼니스트이다.

 

 

 

 

 

더네이버, 연극, 라빠르트망

 

 

 

CREDIT

EDITOR / 설미현 / PHOTO / LG아트센터 / THE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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