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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PICK_Car&Tech

소형 SUV 시장에 벌어진 일

우리나라 소형 SUV 시장에는 거의 아무도 없었다. 한데 몇 년 사이 ‘다윈의 역설’을 증명이라도 하듯 하나둘 산호초 주변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최근 그 바람은 더욱 강력해졌다.

2017.10.10

 성능, 안전, 연비, 삼박자를 두루 갖춘 기아 스토닉. 특히나 합리적인 가성비 덕에 그 인기가 날로 오르는 중이다.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을 참 재미있게 보았다. 여러 분야의 지식인들을 모아놓으니 상상하지도 못한 다양한 주제가 프로그램 내내 넘쳐 나와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런 게 시너지구나 싶었다. 통영에 간 ‘알쓸신잡’ 일행은 왜 짧은 시기 동안만 이곳에서 많은 예술가가 나타났는지를 두고 토론했다. 그 과정에서 ‘다윈의 역설’이라는 이론이 나왔다. 바다에 서식하는 모든 생물의 4분의 1이 바다 면적의 단 2%인 산호초 주변에 모여 산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아무것도 없었던 바닷속 모래밭에 산호가 하나둘 자란다. 산호가 울창해지자 플랑크톤 등 미생물이, 작은 물고기, 큰 물고기의 순서로 숱한 생명이 모여들어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 물고기를 낚는 조류가,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가 모여든다. 먹이가 풍부하니 자기가 먹이가 될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고 모여드는 것이다.
나는 이 대목에서 소형 SUV 시장을 떠올렸다. 우리나라 소형 SUV 시장에는 거의 아무도 없었다. 2011년까지만 해도 국산 차에는 박스형 기아 쏘울이, 그리고 수입 차에는 프리미엄 시장의 미니 컨트리맨이 전부였다. 그러다가 2013년부터 트랙스, QM3, 티볼리가 차례로 출시되면서 시장을 키워갔다. 마치 산호초의 바다 생명들처럼 국산 소형 SUV 시장이 4년 만에 열세 배 이상 성장했다. 다른 세그먼트들이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 소형 SUV의 성장세는 돋보였다. 마치 바다의 산호초처럼. 하지만 이 소형 SUV들의 산호초에도 문제가 없지는 않았다. 이미지와 실제 고객층 사이에 괴리가 있었다. 국산 소형 SUV 시장은 ‘젊은이들의 첫 차’ 또는 ‘세련된 미시(Missy)의 선택’과 같은 이미지와는 달리 실제 고객은 절반이 중장년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운전 실력이 예전 같지 않고 눈도 침침하다. 경기도 좋지 않은데 노후를 위하여 소비를 줄여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타던 세단을 포기하거나 크기를 줄이는 건 영 자존심이 상한다. 이런 상황에서 마침 소형 SUV가 나타난 것. ‘이제는 홀가분하게 아내와 단둘이 여가를 즐기려고 크지 않은 SUV를 선택했다’는 명분도 훌륭한 선택지로 출현한 것이다. 품위 있는 다운사이징, 바로 그거였다.
소형 SUV는 미국과 유럽 등 자동차 선진국에서는 젊은이들의 인생 첫 차다. 그러니 자동차 브랜드 입장에서는 새로운 손님을 맞이하는 마중물 같은 소중한 모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경제 사정 등의 이유로 시작부터 살짝 다른 성격을 띠게 된 것이다. 그래서 첫 차로서 잘 달리고 잘 멈추는 기본기에 집중하는 원래의 성격에 다른 요소가 더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 대표적인 것이 가성비와 인상적인 디자인이었다. 달리기의 기본기에 충실한 선진국 수출용 모델이었던 트랙스는 아주 좋은 차였지만 가격이 다소 높고 디자인이 무난하며 장비가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젊은 감성과 경제성이 강점인 유럽산 수입 차인 QM3는 역시 국내 취향에 어울리는 사양이 부족하고 시작 가격이 높다는 제약이 있었다. 그러나 티볼리는 소형 해치백과 비슷한 시작 가격, 통풍 시트까지 선택할 수 있는 장비, 그리고 첫눈에도 인상적인 디자인으로 선택하기가 참 좋은 모델이었다. 경제적이지만 그렇지 않게 보인다는 점은 아주 큰 강점이다. 이렇게 티볼리가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면서 국산 소형 SUV 시장은 단숨에 8만 대의 벽을 넘었다. 수입 소형 SUV 시장에서는 브랜드의 명성과 실력에 힘입은 미니 컨트리맨이 독주하며 시장을 형성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런 좋은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10만 대를 넘을 줄 알았지만 9만 대도 넘지 못하고 정체된 것. 수입 소형 SUV의 경우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형 SUV라는 혼다 HR-V도 500대를 넘기지 못하는 등 지프 레니게이드를 제외하고는 의미 있는 숫자에 미치지 못하는 등 상황이 더욱 어려웠다. 수입 차 소형 SUV 시장은 경제형 또는 불황형 소비와는 거리가 먼 감성적 프리미엄 코드가 주종이었기 때문에 더 어려웠다. 이제는 새로운 동력이 필요했다. 우리나라 시장에 어울리는 모델이 필요했고, 성장하던 시장의 모멘텀을 잃지 않기 위해서 더 다양해질 필요가 있었다.
지난 7월 말, 르노삼성 QM3 페이스 리프트 모델의 미디어 발표회가 있었다. 작년 10월의 더 뉴 트랙스로부터 시작된 소형 SUV의 2세대 라인업이 완성된 것이다. 그사이 완전 새 모델인 현대 코나와 기아 스토닉이 나왔고, 지금의 판매왕인 쌍용 티볼리는 ‘티볼리 아머’로 진화했다. 여섯 모델 가운데 다섯 개 모델이 6~7월 사이에 모두 새로 나왔다. 이렇게 짧은 기간에 경쟁 모델들이 집중적으로 선보인 경우는 없었다. 
기존의 모델들은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강조했다. 디자인을 확 뒤집고 사양을 강화한 트랙스는 달리기 실력에 관한 한 역시 최고다. QM3 역시 사양을 강화하는 동시에 디자인은 더욱 비비드하게 고급스러워졌다. 티볼리 아머는 가장 터프해 보이는 외모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그리고 국내 최대 브랜드인 현대와 기아가 새 모델을 가장 늦게 내놓았다. 소형 SUV 시장은 국내 브랜드가 다 모델을 출시한 거의 유일한 시장이 되었다. 아무래도 국내 최대 브랜드가, 그것도 가장 늦게 출시한 만큼 현대 코나와 기아 스토닉이 높은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같은 집안의 두 모델은 완전히 다른 지향점을 향한다. 코나는 가장 스포티한 디자인과 고성능, 그리고 높은 사양을 내세운다. 소형 SUV 시장의 천장을 위로 밀어 올리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스토닉은 단정한 디자인과 과하지 않은 스펙을 갖추고 합리적 소비자에게 가성비를 무기로 접근한다. 소형 SUV 시장의 아래쪽을 더 밀어 내리는 것이다. 초기 반응은 아무래도 갑옷 같은 클래딩(Cladding)을 두른 디자인으로 눈에 확 들어오는 코나가 좋았다. 가격이 부담되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의외로 저항은 없었다. 반대로 스토닉은 첫 반응은 미지근했지만, 합리적인 소비자들의 반응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 두 모델의 성격처럼 코나는 베스트셀러의 수순을, 그리고 스토닉은 스테디셀러의 길을 걸어가는 듯하다. 수입 소형 SUV 시장도 새로운 변화가 한창이다. 맹주였던 미니 컨트리맨은 2세대에서 몸집을 더 키우며 이제는 준중형 SUV 시장으로 넘어가려 한다. 자칫하면 수입 차 시장에서 소형 SUV가 의미를 잃어버릴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독특함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웠을 시트로엥의 칵투스가 원 톤 에디션이라는 단정한 매무새로 새롭게 돌아왔다. 사실 칵투스는 너무 튄다는 점을 제외하면 2000만원 중후반대의 가격과 넓은 실내로 경쟁력이 충분한 모델이었다. 원 톤 에디션은 이 부담을 덜어낸 합리적이고 친근한 시도다.
다시 <알쓸신잡> 이야기로 돌아간다. 다윈의 역설과 함께 또 하나의 연구 결과가 소개되었다. 제프리 웨스트라는 사회 과학자는 도시가 10배 성장하면 창의성은 17배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것. 밀집된 환경이 단순히 치열한 것이 아니라 더욱 창조적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현상을 너도나도 몰려오는 산호초인 소형 SUV 시장에서 지금 목격하고 있다.
지금 내 방에는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가 흐르고 있다. 조금 의미는 다르겠지만, 소형 SUV 시장에 바람이 불고 있다. 창밖에는 가을바람이 불고 있듯이 시장의 계절도 변하는 듯하다. 결과가 궁금하다. 

글_라윤석

 

 

헬로 옐로, 젤리 레드 등 톡톡 튀는 컬러의 시트로엥 C4 칵투스. 얼마 전 단정한 매무새의 C4 칵투스 원 톤 에디션이  출시됐다. 넓은 실내와 합리적인 가격으로 경쟁력은 더욱 강화됐다. 

 

 

터프한 외모답게 가장 SUV다운 소형 SUV의 자존심을 보여주는 쌍용 티볼리 아머. 

 

 

디자인을 확 뒤집고 사양을 강화한 쉐보레 더 뉴 트랙스. 달리기 실력에 관한 한 역시 최고다. 

 

지난 7월 말 출시된 르노삼성 QM3 페이스 리프트 모델. 사양은 강화되고, 디자인은 더욱 비비드하고 고급스러워졌다. 

 

 

 

 

 

더네이버, 자동차, 소형 SUV

 

CREDIT

EDITOR / 설미현 / PHOTO / / THE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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