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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PICK_Car&Tech

너와 함께한 서울의 밤

서울은 여전히 쉬지 않는다. 그리고 빠르게 변화해간다. 12년 전 발자취를 따라 바라본 서울은 눈에 익기도 했지만 낯설기도 했다. 익숙함과 낯섦이 공존하는 서울을 테슬라 모델 S 90D와 함께 달렸다

2017.09.28

저녁 7시, 압구정 로데오거리
한때 강남 최대 번화가이자 많은 젊은이의 핫 플레이스였던 거리가 맞나 싶었다. 사람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하긴 나 역시 로데오거리에 온 지 1년하고 6개월 만이다. 요즘 서울엔 로데오거리처럼 힘을 잃은 곳이 꽤 많다. 신사동 가로수길과 이태원 경리단길, 마포구 홍익대길 등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손님은 없고 높은 임대료를 버티지 못한 상인들이 떠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상인들이 떠나니 임대 현수막이 걸린 가게들이 많아졌다.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이다. 걸어가는 사람들의 눈은 옆이 아닌 앞을 향했다. 그들의 관심은 목적지에 있었다. 한때 트렌드를 좇던 사람들의 목적지였던 로데오거리는 그렇게 지나는 길이 됐다. 

 

 

저녁 9시, 반포대교
반포대교 옆 한강 둔치에 사람들이 몰렸다. 잔디 위에 돗자리를 깔고 있기엔 조금은 쌀쌀한 날씨인데도 그들은 약속이나 한 듯 모두들 반포대교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 걸까? 그들의 눈을 따라가는 찰나, 다리에 켜진 색색의 네온 조명 아래 음악에 맞춰 물줄기가 위아래로 움직이며 분수가 쏟아졌다. 사람들은 탄성을 지르며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2008년 9월, 반포대교에 무지개 분수라고 하는 세계 최장 교량 분수가 설치됐다. 1분에 약 60톤이 넘는 한강물을 퍼 올려 다시 한강으로 떨어뜨린다. 1년 전기세가 2억5000만원에 달해 세금 도둑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한강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겐 좋은 볼거리다. 

 

 

저녁 11시, 흥인지문
테슬라를 미래에 가까운 차라고 명명하고 싶다. 구시대의 화석연료는 테슬라에게 무용지물이다. 전기만 있으면 된다. 테슬라에는 손잡이도 없고 센터페시아에 버튼도 거의 없다. 대신 도어 손잡이가 있는 자리를 터치하면 도어에서 손잡이가 자동으로 튀어나온다. 센터페시아에는 17인치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가 달렸다. 스티어링휠과 17인치 디스플레이 사이에 버튼이 딱 하나 있는데 비상등 버튼이다. 모든 기능을 터치스크린으로 조작할 수 있다. 주행모드를 바꾸거나 선루프를 열 수도 있다. 가속페달을 깊숙이 밟을 땐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이다. 오토파일럿은 운전자의 손을 스티어링휠에서 해방시킨다. 자율주행 만세!

 

저녁 11시,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서울운동장이라 불리던 동대문운동장이 2007년 12월 18일 철거됐다. 늦은 밤까지 그 앞에서 불을 밝히던 노점상과 포장마차도 모두 자리를 옮겼다. 동대문운동장이 철거된 그 자리엔 영국의 건축 디자이너 고(故)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지어졌다. 곡선 중심으로 이뤄진 외관은 기존 한국 건축물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디자인이었다. 전시뿐 아니라 패션쇼, 신제품 발표회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담당하며 동대문을 쇼핑의 거리에서 문화의 중심지로 격상시켰다는 평가다. 하지만 서울의 랜드마크 건물을 짓는 데 국내 건축가를 배제했다고 쓴소리를 내는 이들도 있다.

 

 

다른 그림 찾기 Ⅰ
맨 위에 있는 사진은 2005년 청담동 갤러리아백화점 앞에서 찍은 사진이다. 그 아래 사진은 2017년 같은 곳에서 찍은 사진이다. 다른 게 있다면 차가 폭스바겐 페이톤에서 테슬라 모델 S로 바뀌었다는 것뿐이다. 12년 동안 갤러리아백화점의 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 앞을 지나는 차들이 달라졌을 뿐이다. 세 번째와 네 번째 사진은 모두 동대문에서 찍은 컷이다. 그런데 사이드미러에 비친 모습이 꽤 다르다. 2005년, 동대문운동장이 철거되기 전에는 그 앞에 포장마차가 꽤 많았다. 서늘한 가을밤이면 포장마차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동대문운동장 대신 DDP가 들어선 지금, 포장마차 대신 세련된 건물만 사이드미러에 들어온다.

 

자정, 롯데월드타워
차를 타고 서울을 돌아다니면 어김없이 눈에 걸리는 건물이 있다. 롯데월드타워다. 높이 556미터에 지상 123층. 세계에서 5번째로 높은 건물이자 한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 롯데월드타워는 서울 어디에서나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개관 전날인 4월 2일 오후 9시부터는 개관을 축하하기 위해 10분 동안 불꽃축제가 진행됐다. 10분의 불꽃축제를 위해 44억원이 들었다. 불꽃축제는 경기도 용인에서도 보였다고 하니 그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다. 광복 70주년을 앞두고는 외벽에 태극기가 붙었다. 가장 높은 곳에 붙인 가장 큰 태극기라고 대대적인 홍보를 했지만 태극기는 민간 기업의 영리 목적이나 인지도 향상을 위해 사용할 수 없기에 광복절을 한 달 앞둔 7월에 철거되기도 했다.

 

 

새벽 1시, 동호대교
지하철은 이미 끊긴 지 오래. 자정을 넘긴 시간이지만 한강 다리를 건너는 차가 많다. 지하철을 대신해 택시와 심야버스가 시민들의 발이 된다. 목적지로 향하는 자동차는 빠른 속도로 다리를 지나쳐갔다. 하루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테슬라 모델 S 90D와 함께 달렸다. 현재 국내에서 살 수 있는 테슬라는 모델 S 90D 하나다. 87.5kWh 배터리를 얹는데 가득 충전하면 470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다. 이런 전기차라면 일주일 동안 충전 걱정 없이 출퇴근할 수 있겠다. 최고속도도 시속 250킬로미터로 화끈하다. 실제로 가속페달을 힘껏 밟으면 내달리는 맛이 짜릿하다. 한적한 동호대교를 달리는데 기분이 삼삼하다. 팔당대교부터 일산대교까지 한강에는 현재 31개의 다리가 있다. 그중 27개는 대교이고 4개는 철교다. 

 

 

새벽 2시, 인사동
옛날로 가는 길, 인사동길이다. 조선시대 초기부터 미술 활동의 중심지로 자리해 지금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미술품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 방문객 5명 중 4명은 인사동을 찾을 만큼 관광 명소로도 큰 인기다. 12년 전에는 차가 인사동길을 돌아다닐 수 있었다. 전통문화 업소를 이용하는 차와 인사동으로 배달 온 택배차, 고미술품과 화랑을 거래하는 고객 차량까지 하루 통행량이 적지 않았다. 심지어 차가 ‘쌈지길’ 안으로도 들어갈 수 있었다. 창간호는 쌈지길에 들어간 페이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하지만 지금은 원칙적으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인사동길에 차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차 없는 거리’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차가 다녔던 길을 보행자에게 양보한 것이다. ‘차 없는 거리’는 주말에만 적용됐는데 방문하는 관광객 수가 늘면서 2011년 11월 26일부터 평일까지 확대됐다. 제아무리 테슬라라도 오후 10시~다음 날 오전 10시까진 인사동길에 들어갈 수 없다. 

 

 

새벽 3시, 잠수교
새벽을 넘긴 시각이지만 이 시간에도 밖으로 나오는 이들이 있다. 불타는 금요일도 아닌데 자동차와 모터사이클을 가지고 잠수교로 모여든다. 잠수교는 차를 좋아하는 남자들의 아지트이자 서로의 차를 과시하는 전시장, 차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콘퍼런스다. 잠수교의 명성이 예전 같지 않지만 그곳을 추억하면 여전히 짙은 휘발유 냄새와 강렬한 배기음이 가득하다. 

 

 

 

다른 그림 찾기 Ⅱ
눈썰미가 좋은 독자라면 위 사진과 아래 사진의 차이를 단박에 알아챘을 거다. 음, 잘 모르겠다고? 차가 다른 것 아니냐고? 차가 다른 건 앞에서 이미 설명했다. 두 사진의 가장 큰 차이는 바닥에 깔린 돌이 다르다는 거다. 2005년 페이톤이 즈려 밟고 달린 인사동길 돌은 점토 벽돌이다. 1990년대 말 종로구청에서 인사동을 서울의 명소로 개발하기 위해 여러 작업을 했는데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만들려고 바닥에 아스팔트 대신 벽돌 모양 돌을 깔았다. 
서울시가 이 점토 벽돌을 걷어낸 건 2009~2010년이다. 걷기 편한 길을 만든다는 명목으로 북인사마당에서 남인사마당까지 이르는 약 700미터에 깔아놓은 점토 블록을 마천석으로 바꿨다. 마천석은 진회색 계열의 화강석으로 황해도 마천에서 많이 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내기 위해 바닥 중간에는 표면이 울퉁불퉁한 돌이나 기와 무늬를 새긴 돌을 곁들였다.

 

 

 

 

모터트렌드, 12주년 특집, 기사 오마주

CREDIT

EDITOR / 김선관 / PHOTO / 박남규 /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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