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은 2019년형 아테온이 CC(파사트 컴포트 쿠페)를 ‘대체한다’는 표현을 싫어한다. 그 이유는 누구나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아테온은 시각적으로 훨씬 빼어나고 성능도 더 뛰어나다. 아울러 운전자 지원과 안전 기술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모델이기도 하다.

폭스바겐은 아테온을 ‘5인승 GT카’라고 소개한다. 우리는 멋진 중형 해치백이라고 불렀다. 이 차가 미국에서 어떤 반응을 얻을지 논의해보자. 아테온은 가솔린 3종과 디젤 3종 등 총 6종으로 나뉜다. 하지만 미국에 출시되는 건 최고 276마력, 35.7kg·m의 힘을 발휘하는 2.0리터 터보 가솔린 모델뿐이다.

폭스바겐은 대부분의 운전자가 선호하는 유럽식 역동성과 기능성을 갖췄지만 실내가 소박하다고 알려져 있다. 아테온은 아름다운 외모와 완성도가 뛰어난 실내로 과거의 폭스바겐과 구분 짓고 있다. 리플렉스 실버 색상의 엘레강스 모델을 시승하는 동안 동승석에 앉은 사람은 값싸 보이는 단단한 플라스틱 마감재를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뜯어봐야 했다.

매력적인 해치 도어 아테온의 디자인은 이목을 잡아끈다. 트렁크 공간도 인상적이다. 공간이 깊어 뒷좌석을 그대로 둔 채로도 골프백이 딱 들어맞는다. 그리고 트렁크 문짝이 위로 열리는 수많은 크로스오버 중에서 아마 가장 빠르게 열릴 것이다.

미래 기술 폭스바겐은 차선유지 보조장치와 적응형 크루즈 컨트롤, 그리고 긴급제동 시스템을 한데 모아 비상 보조 시스템을 구축했다. 운전자가 무력 상태에 빠졌을 때도 차가 스스로 안전하게 정지한다.

아테온은 엘레강스와 R라인으로 출시된다. 기본형 모델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엘레강스는 예상한 것만큼 고급스럽다. LED 리어램프에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순차적으로 불을 밝히는 방향지시등을 달았고 차체 아래에 크롬 장식을 둘렀으며 겨울철을 대비해 와이퍼 노즐에 가열 기능을 추가했다. 실내는 시트와 대조되는 색상의 스티치 장식, 알루미늄 페달 커버, 알칸타라와 가죽으로 마감한 시트, 앞좌석 열선 등을 더했다. R라인은 검정색 유광 흡기구와 차별화된 디자인의 범퍼로 한결 공격적인 인상을 뽐낸다. 실내에선 R라인 로고를 새겨 넣은 도어 플레이트와 시트, 그리고 검정색 헤드라이너가 눈에 띈다. 운전대도 아래쪽이 평평한 D컷 스포츠 스타일이다. 
 

시승한 엘레강스 모델은 유럽 사양의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DSG)와 사륜구동 시스템(4모션)을 갖췄다. 그러나 미국에서 판매될 모델에는 8단 자동변속기가 들어간다. 부드럽고 빠르게 변속하며 도심이나 외곽, 심지어 속도제한이 없는 독일 아우토반에서도 만족스러운 성능을 보여주는 DSG를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조금 아쉽다. 변속 충격은 간신히 인지할 수 있는 수준이며 패들시프트는 흡족할 만큼 빠른 변속을 제공한다. 

승차감과 핸들링은 컴포트, 노멀, 스포츠 등 세 가지 모드로 조절할 수 있다. 모드에 따른 차이는 명확하다. 개인적으로는 중간 단계가 좋았다. 노면이 고르지 못한 상황에선 컴포트 모드가 진가를 발휘했다. 울퉁불퉁한 도로를 부드럽게 헤쳐나갔다. 스포츠 모드는 이보다 더 단단하다. 하지만 아테온은 안락한 장거리 주행을 목표로 하는 모델이지 고성능 세단이 아니다. 드라이브 모드는 마법 같은 성능 차이를 보여주진 못한다. 운전대의 무게감은 좋았지만 반응이나 피드백은 조금 부족했다. V6 엔진은 더 많은 힘을 쏟아낼까? 시승한 2.0리터 터보 엔진은 V6 엔진이 부럽지 않았다. 폭스바겐은 무게 1678킬로그램의 이 유럽형 모델이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까지의 가속을 5.6초 만에 마친다고 밝혔다. 

일부 제조사들의 4도어 쿠페는 뒷좌석 공간, 특히 머리 공간이 꽤 좁다. 패스트백 스타일의 뒷좌석은 키 큰 사람의 머리가 천장에 닿는 게 당연시됐다. 하지만 아테온은 넉넉하다. 키 180센티미터인 내게 무릎 공간과 머리 위 공간 모두 여유로웠다. 앞좌석 탑승자의 무릎이 대시보드에 닿지 않은 상황에서 편하게 다리도 꼴 수 있었다. 크기는 파사트와 비슷하다. 아테온의 휠베이스(2842밀리미터)가 40밀리미터 길고, 너비(1872밀리미터)가 38밀리미터 넓지만 길이는 파사트(4874밀리미터)가 12밀리미터 길다. 희생된 부분은 센터 콘솔이 유일하다. 수납공간이 충분치 않다. 하지만 우리는 USB 포트가 많은 모델을 선호한다. 아테온은 2개의 USB 포트를 갖춘다. 하나는 센터 콘솔 안에 있고 나머지 하나는 변속 레버 앞에 있다.

개선된 실내 아테온은 과거 폭스바겐의 검소한 실내 대신 아우디와 같은 디지털 공간으로 꾸몄다. 고급 소재도 아낌없이 사용했다.

폭스바겐의 기술지향적인 새 인테리어는 운전석에서부터 드러난다. 디지털 계기반은 아우디를 통해 익숙해진 버추얼 콕핏과 같다. 다중 설정이 가능해 운전자에게 굉장히 많은 양의 정보를 제공한다. 인상적이었던 건 속도제한 표시 장치다. 인식률이 놀랄 만큼 정확하다. 아우토반에서 시속 180킬로미터 이상으로 정속 주행하다가 제한속도가 생기면 1~2초 내로 새로 표시한다. 속도계는 크루즈 컨트롤 설정 속도나 제한속도 부분에 작은 화살표를 표시한다. 주행 모드를 선택할 때는 터치스크린에 독특한 그림이 뜬다. 각 모드를 상징하는 이미지가 아테온 옆면에 반사되는 것처럼 표시된다. 가령 스노 모드에서는 겨울 숲 풍경이, 스포츠 모드에서는 트랙의 연석이 표출된다. 아테온은 고속에서조차 조용했다. 독일 도로가 잘 관리된 탓도 있겠지만 바람 소리마저 아주 잘 억제됐다. 미국에서는 불법이었을 속도까지 내달렸지만 거슬리지 않았다. 12월에 시승한 프로토타입에는 더 얇은 타이어가 끼워져 있었지만 이번 시승 모델에는 245/30R20 피렐리 P제로 타이어가 끼워져 있었다. 타이어 소음이 조금 심한 편이지만 아테온은 전반적으로 최고급 모델 같은 느낌을 전달했다. 

아테온은 사운드 심포저를 사용한다. 실제 엔진 사운드보다 조금 더 흥분되는 소리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들려주는 것이다. “부릉부릉” 하는 소리가 진짜가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고 듣는다면 정 붙이지 못할 소리까진 아니다. 아테온은 한 단계 진화한 준자율주행 기술과 안전 시스템을 자랑한다. 또한 혁신적인 헤드램프까지 갖춘다. 이는 내비게이션 GPS 정보에 따라 작동된다. 커브에 다다르면 차가 진행할 방향에 미리 빛을 비추는 식이다. 운전대를 틀어야만 켜지는 코너링 램프와는 차원이 다르다. 후방 추돌 보호시스템도 들어갔다. 충돌이 예상되면 시트를 정렬하고 안전벨트를 조이며 에어백 파열음에서부터 귀를 보호하기 위해 창문을 빠르게 내린다. 

가장 첨단인 장비는 비상 보조 시스템(Emergency Assist)이다. 이는 차선유지 보조장치와 능동형 크루즈 컨트롤 등으로 구성된다. 운전자가 주의력을 상실했거나 무력 상태에 빠졌을 경우 먼저 알람을 울리고 헤드램프를 깜빡여 주위 차들에게 경고한다. 그리고 완전히 멈춰 서기 전에 바퀴를 조금씩 틀어 갓길로 진입시킨다. 짐작건대, 아주 안전하게 정지할 것이다. 일부 자동차 제조사들은 차를 도로 밖으로 벗어나게 하는 안전 기술을 아직 갖추지 못했다.

<모터 트렌드> 테크니컬 디렉터 프랭크 마커스는 지난겨울 아테온을 시승한 후 “미국인들은 해치백을 싫어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럼 미국에서 누가 아테온의 운전석에 앉으려고 할까? 폭스바겐 담당자들은 3만5000~3만8000달러 정도로 예상되는 아테온의 가격이 프리미엄 세단들 사이에서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예상 경쟁 차종을 물었을 때 가장 많이 언급된 건 인피니티 Q50과 렉서스 IS였다. 아우디 A4나 메르세데스 벤츠 C 클래스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없었다. 

미국형 아테온의 구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폭스바겐 관계자는 내년쯤 미국에 출시될 모델과 이번에 시승한 차 사이에는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폭스바겐 직원들은 현장에 모인 기자들에게 미국에 아테온이 진입할 시장이 있을 거라 생각하는지 조용히 물었다. 내게 마지막으로 그런 질문을 했던 건 BMW였다. 당시 그들은 2시리즈 액티브투어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혹시 미국에서 그 차를 본 적이 있는가? 만일 그렇다면 알려주길 바란다.   
에디터_류민

모터트렌드, 폭스바겐, 아테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