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짚고 갈 게 있다. 이제 이 차를 피스커라고 부르면 안 된다. 피스커의 지분을 중국의 자동차 부품 회사인 완샹 그룹이 2014년 2월에 모두 사들였다. 그리고 2015년 10월 카르마 오토모티브라는 회사를 새로 세웠다. 피스커 카르마와 비슷해 보이는 이 차의 이름은 레베로다.

내연기관이 바퀴를 돌리는 것이 아니라 주행가능거리를 늘리는 전기차는 흔치 않다. 하지만 레베로가 그렇다. 휘발유와 전기를 모두 채울 수 있다. 하지만 36리터나 채워지는 휘발유는 발전할 때와 배터리팩에 전기를 공급할 때, 차를 움직이게 하는 전기모터에 전력을 보낼 때에만 사용된다. 

극단적으로 길고 낮은 레베로의 보닛 아래에는 GM에서 만든 직렬 4기통 2.0리터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이 들어 있다. 최고출력 235마력, 최대토크 35.7kg·m를 발휘한다. 레베로의 21.4킬로와트시짜리 배터리는 자동차 바닥 가운데를 가로질러 길게 놓여 있다. 네바퀴굴림 내연기관차라면 앞뒤 차축을 연결하는 프로펠러 샤프트가 있어야 할 자리다. 두 개의 교류 영구자석 동기모터는 최고출력 403마력, 최대토크 135.6kg·m를 쏟아낸다. 

내장된 6.6킬로와트짜리 충전기로 일반 가정용 전기를 연결해 리튬이온 배터리를 완충하는 데 10시간 정도 걸린다. 물론 32암페어에 240볼트짜리 전력인 레벨 2라면 3시간이면 된다. 110암페어에 480볼트인 레벨 3 전력을 테슬라의 슈퍼차저와 비슷한 40킬로와트짜리 직류 급속충전기로 공급하면 불과 24분 만에 배터리의 80퍼센트를 채울 수 있다. 레베로의 지붕을 뒤덮은 태양광 패널은 생긴 건 멋지지만 0.2킬로와트 수준의 극미한 전기만으로 세류 충전에 힘을 보탤 뿐이다. 세류 충전은 배터리 내 낮은 전류를 계속 흘려보내 자가 방전을 유도, 배터리의 수명을 연장하는 방식을 말한다. 미국 환경보호청에 따르면 배터리와 휘발유를 모두 가득 채운 레베로는 354킬로미터를 주행할 수 있다. 배터리로만 51.5킬로미터, 가솔린 엔진으로 충전하면서 302.5킬로미터를 달린다. 주행모드는 순수 전기차 모드인 스텔스, 배터리 충전을 극대화하는 서스테인, 배터리와 발전기의 힘을 있는 대로 쥐어짜내는 스포츠 세 가지다. 

가속감은 직선으로 쭉쭉 뻗어나가는 게 전형적인 전기차다. 다만 테슬라 모델 S P100D가 보여주는 새총 효과 같은 급격한 가속에는 미치지 못한다. 레베로와 기계적으로 같은 2012년형 피스커 카르마를 <모터 트렌드>에서 직접 시험한 적이 있다. 당시 정지 상태에서 시속 97킬로미터까지 가속하는 데 스포츠 모드에서는 6.0초, 서스테인 모드에서는 7.1초가 걸렸다. 스텔스 모드에서는 이보다 1~2초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더 리얼 오렌지 카운티 캘리포니아 라구나 해변에서 열린 프레스 행사에 참석했다. 이곳은 마치 카르마 레베로의 집인 것처럼 잘 어울렸다. 

닮았다! 안팎의 모습이 2012년의 피스커 카르마와 그리 다르지 않다. 그저 꾸밈 방식과 소재만 바뀌었을 뿐. 

광선판 레베로는 지붕을 덮는 태양광 패널로 약간의 충전 효과를 누린다. 

구불구불한 길을 달릴 때는 레베로가 단호하게 코너를 제압해나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무게감이 너무 느껴졌다. 앞뒤 더블위시본 서스펜션과 우람한 안티롤 바는 차체의 쏠림을 억제하는 데 충분한 역할을 해낸다. 다만 코너에서 속도를 올리기는 조금 어려웠다. 뒤 타이어가 살짝만 미끄러져도 괴성을 내지르기 때문이다.
공격적인 성향의 브레이크는 브렘보에서 가져왔다. 회생제동의 특성 덕분에 감속을 세 가지 단계에서 선택할 수 있다. 바닥에 착 달라붙는 레베로의 육중함과 세 단계의 제동 모드를 제공하는 브레이크 덕분에 강력한 접지력과 제어, 그리고 재미를 선사한다. 빈틈없이 방음재를 넣어 바람과 타이어 소음을 최소화했다.

레베로의 실내는 나무랄 데 없이 딱 떨어지고 잘 정돈됐으며 충분히 갖춰져 있다. 최고급 가죽은 스코틀랜드 브리지 오브 위어(Bridge of weir)에서 공급받는다. 캐딜락의 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 가져온 듯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10.2인치 터치스크린을 통해 구현된다. 다중 설정이 가능한 12.3인치 디스플레이 계기반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아우디 버추얼 콕핏에는 미치지 못한다. 오디오는 블루투스 및 3개의 USB 충전 포트와 연결되고 8개의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온다. 충전 포트는 두 개가 2암페어, 하나가 1암페어다. 물론 2암페어의 충전 속도가 훨씬 빠르다. 카르마에는 8개의 에어백과 차선이탈 경고시스템이 들어갔다.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에서는 아직 레베로의 충돌실험을 진행하지 않았다. 

카르마 레베로의 가격은 13만1400달러부터 시작한다.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와 포르쉐 파나메라 등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세단을 경쟁 모델로 둔 셈이다. 호화로운 라구나 해변을 달리는 동안 레베로는 구경하는 사람들에게 수많은 질문을 받았다. 레베로는 아주 흥미롭고 매혹적이며 호화로움을 선사하는 그랜드 투어러니까. 혹시 우리를 미래로 데리고 갈지도 모르는.    

경량화 따위 없다 2450킬로그램인 레베로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렸다. 쉐보레 볼트 EV의 고요함과 포드 F-150의 도로를 짓누르는 육중함이 함께 느껴졌다.

모터트렌드, 카르마, 레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