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기
  • 페이스북
  • 인스타그램

DAILY PICK_Stars&People

이들은 국가대표다 그런데 종목이?

이런 ‘덕업일치’ 사례는 처음이다. 이들은 눈만 뜨면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린다. 직업은 종이비행기 국가대표 선수란다. 말만 들어도 황당한 이들을 실제로 만났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남자들 대단하고 지독했다. 또한 존경스러웠다

2017.08.31

이정욱, 김영준은 종이비행기 날리기 국가대표 선수다. 사실 그들을 만나기 전 불안한 마음이 컸다. 한때 인기였던 <화성인 바이러스>에 출연한 괴상망측한 화성인처럼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건 아닐까? 예상과는 달리 그들은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누구보다 행복하게 청춘을 보내고 있었다. 게다가 남들은 보잘것없다고 여기는 종이비행기로 위플레이(We+Play)라는 기획사까지 차려 새로운 이색 스포츠로 성장시키고 있다. 


종이비행기 선수, 독특한 직업이다. 손가락질받기 좋을 것 같다.
이정욱(오래 날리기·이하 이): 직업에 대한 반응은 만나는 사람마다 다르다. 대부분 부정적인 의미에서 ‘그게 뭐야’라는 반응이다. 익숙하다. 본격적으로 종이비행기를 날리기 시작했을 때 주변에서 모두 반대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방송에 ‘덕후’라 불리는 사람들이 출연하면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그 전에는 우리 같은 사람들을 ‘또라이’라고 여겼는데 이제는 덕후로서 그 분야의 전문성을 지닌 인재로 보는 
것 같다. 


김영준(멀리 날리기·이하 김): 그래도 여전히 이 직업에 대해 이해시키는 일은 어렵다. 나도 처음에는 단순한 놀이라고 생각했으니 이해를 못 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대회에 나가고 열심히 활동하니 사람들의 편견이나 선입견이 조금씩 깨지는 걸 체감한다.


어쩌다 이런 고난의 길을 선택하게 됐는지.
이: 중학교 2학년 때 TV에서 우연히 본 종이비행기 세계기록 보유자인 켄 블랙번(Ken Blackburn)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 오로지 팔 힘으로만 날린 종이비행기가 27초 이상 하늘을 나는 모습은 신기하고 아름다웠다. 당시 그의 종이비행기는 무엇이 다른지 파헤쳐보는 과정에서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됐다. 종이비행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과학적이라는 걸. 
김: 이정욱 선수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다. 무엇보다 하늘을 날고 싶은 인간의 욕망과 스포츠가 접목된 게 매력적이었다. 특히 기록을 향상시키는 과정은 그 어떤 스포츠보다 짜릿하다. 


당신들의 종이비행기가 비행하는 걸 보면 ‘덕후’가 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이: 물론이다. 촬영장에서 종이비행기를 보고 웃는 당신과 포토그래퍼 그리고 강아지의 얼굴을 봤다. 이런 질문을 하는 당신도 이미 종이비행기의 매력에 빠진 거다. 몇 번 접어서 날리다 보면 우리처럼 ‘덕후’가 된다.
사실이다. 아까 보여줬던 부메랑처럼 다시 돌아오는 비행은 정말 신기했다.
김: 종이비행기는 생각보다 훨씬 더 과학적이다. ‘단순한 놀이’라는 편견이 깨지는 순간을 경험한 것이다. 
실제 비행기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의 종이비행기도 있더라.
이: 생긴 것만이 아니다. 원리도 비슷하다. 비행기나 차의 유체역학이 종이비행기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잘 접고 잘 날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기의 흐름과 저항을 어떻게 공략하느냐가 관건이다. 


출전 종목마다 포인트가 다를 것 같다.
김: 멀리 날리기는 날개 넓이에 따라 투창형과 활공형 두 가지 스타일로 나눈다. 투창형은 말 그대로 투창을 던지듯 종이비행기를 날린다. 직선 추진력을 최대한으로 얻기 위해 비행기 모양이 얇다. 활공형에 비해 날개도 작다. 활공형은 고도를 확보한 뒤 천천히 하강해야 한다. 그래서 날개가 투창형에 비해 넓다. 
이: 오래 날리기는 고도와 하강 속도가 중요하다. 날리는 방식도 전혀 다르다. 대회 규정상 날릴 때 두 발이 땅에서 떨어지면 안 된다. 최대한의 위치 에너지를 얻기 위해 앉은 상태에서 회전하며 약 80도 각도로 비행기를 날린다. 

 

종이비행기가 멀리 그리고 오래 날기 위해서는 많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그러고 보니 멀리 날리기와 오래 날리기 기술이 전혀 다른 것 같다.
김: 투수가 공을 던지는 자세와 비슷하다. 허벅지 힘과 몸의 리듬감이 중요하다. 종이비행기를 손에서 놓는 순간을 ‘릴리스 포인트’라 부르는데, 이 포인트를 맞추지 못하면 기록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이: 오래 날리기에 필요한 근육은 허벅지다. 허벅지 힘이 약하면 앉았다 일어날 때 무조건 넘어진다. 쉬워 보이지만 굉장히 힘든 자세다. 기록이 좋을수록 자세는 우스꽝스럽다.


부상 위험도 크다고 들었다.
이: 종이비행기 무게가 얼마나 될 것 같나? 4.5그램 정도다. 허공에 맨손으로 전력투구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 릴리스 포인트를 맞추지 못하면 종이비행기에 실려야 할 힘이 그대로 팔에 남아 어깨까지 찌릿찌릿하다. 
김: 종이비행기 날리는 걸 쉽게 생각하면 안 된다. 한 번 날리고 어깨 통증을 호소하는 분들 많이 봤다. 어깨충돌증후군을 조심해야 한다. 체육을 전공한 나도 연속 10회 이상 전력으로 비행기를 날리면 어깨가 빠질 듯 아프다. 


기술적 어려움은 없나? 종이비행기는 워낙 가볍고 얇아서 고도나 속도를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김: 물론이다. 대회에서는 종이를 직접 나눠주기 때문에 접는 기술과 던지는 방식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비행 방식에 따라 생기는 문제도 다르다. 멀리 던지기 투창형은 피시테일이 발생하기 쉽다. 활공형은 날개가 넓기 때문에 날리는 각도나 릴리스 포인트가 굉장히 중요하다.  


차체 뒤쪽이 양쪽으로 물고기 꼬리처럼 흔들리는 현상 말인가?
김: 맞다. 투창형은 양력이 생기는 부분보다 무게중심이 앞에 있어서 롤링 현상(몸체가 돌며 비행하는 것)이 무조건 발생한다. 그래서 무게중심이 너무 앞으로 쏠려 있거나 몸체, 날개의 무게나 길이 등의 불균형이 생기면 피시테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좌우로 흔들리는 차와는 달리 꼬리 부분이 원을 그리며 비행하기 때문에 절대 멀리 갈 수 없다. 피시테일 현상이 나타나면 다시 접거나 무게중심을 옮긴다. 의도적으로 몸통 전체가 회전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날리는 각도까지 신경 써야 하나?
김: 창던지기나 투수의 피칭과 비슷하지만, 각도가 전혀 다르다. 활공형의 경우 수평에 가깝게 날린다. 날개 면적이 넓어 공기저항을 많이 받아 위로 뜨기 때문이다. 투창형은 28~35도 사이로 던진다. 고도보다는 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최적의 각도를 찾아야 한다. 
이: 종이비행기는 얇고 가볍기 때문에 공기저항에 매우 취약하다. 날개 면적이 넓을수록 미세한 각도 차이로 바닥에 곤두박질치거나 뒤집힐 가능성이 높다. 오래 날리기는 최대한 높이 쏘아 올리느냐 아니면 적당히 쏘아 올리고 하강을 천천히 하느냐가 관건이다. 무동력 비행기가 고도를 확보하면서 하강 속도까지 낮추는 건 불가능하다. 


불리한 조건을 기회로 만드는 여러 가지 장치가 있지 않나.
이: 종이비행기에도 차가 질주하거나 코너링을 할 때 양력에 의해 차체가 뜨는 현상을 줄여주는 리어 윙, 리어 스포일러와 비슷한 역할을 해주는 장치가 있다. 바로 윙릿(Winglet)이다. 윙릿은 날개 뒤에서 비행기가 과도하게 뜨는 걸 공기저항을 이용해 아래로 지그시 눌러주는 역할을 한다. 실제 비행기에도 적용되는 기술이다. 제트엔진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종이비행기도 있다. 흔히 생각하는 종이비행기 형태가 아니다. 위아래가 뚫린 원통 형태다. 압력 차를 이용해 비행한다. 밖에서 안으로, 즉 앞쪽에서 뒤쪽으로 공기를 급속도로 빨아당기는 원리다. 이 과정을 통해 원통형 비행기는 추진력을 얻어 빠른 속도로 비행한다. 획기적인 디자인과 원리로 화제가 됐던 ‘날개 없는 선풍기’도 이와 같은 원리다. 
김: 이정욱 선수가 세계 최초로 종이비행기에 적용한 기술도 있다. 바로 골프공에서 볼 수 있는 딤플이다. 딤플은 골프에서 비거리를 높이기 위해 고안된 장치다. 골프공이 공기를 뚫고 갈 때 작은 딤플들 사이에 작은 소용돌이가 치며 공기를 가른다. 덕분에 공기저항은 줄어들고 비거리는 늘어난다. 종이비행기에 딤플의 원리를 적용하기 위해 날개 부분에 일정 간격의 돌기를 만들었다. 미세한 돌기가 공기저항에 영향을 미쳐 낙하 속도가 줄어들었다. 비행시간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기록이 궁금하다.
이: 처음에는 3초도 날지 못했다. 오기가 생겨 유체역학, 항공역학을 공부하며 과학과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비공식 기록으로 실내에서 23초까지 날 수 있게 되었다. 공식 기록은 2015년 레드불 페이퍼윙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기록한 14.19초다.
김: 내 종이비행기 역시 처음에 제대로 날지도 못했다. 바로 땅에 처박히는 게 대부분이었다. 지금은 50미터 정도 날릴 수 있다. 처음 기록이 20미터였으니까 30미터 정도 향상된 것이다. 유체역학과 전공인 체육을 살려 인체 역학적인 부분을 접목한 결과다. 


현재 인간이 세운 종이비행기 멀리 날리기와 오래 날리기 최고 기록은 얼마인가?
이: 오래 날리기 세계 신기록은 29.7초로 일본 종이비행기 협회장 타쿠오토다. 내 최고 기록은 23초다. 물론 실내에서 기록이다. 
김: 멀리 날리기 세계 신기록은 69.1미터로 미국의 종이비행기 아버지라 불리는 존 콜린스(John Collins)가 보유하고 있다. 이 기록은 본인이 직접 날린 것은 아니고 당시 쿼터백 출신이었던 조 아윱(Joe Ayoob)과 팀을 이루어 달성한 기록이다. 그들은 종이비행기 개발에만 5년을 쏟았다. 게다가 기록을 세우기까지 무려 1년 8개월이 걸렸다. 정말 대단하다. 언젠가 그들의 기록을 내가 깰 것이다. 


기네스북에도 올랐다고 하던데.
이: <기네스 중국의 밤>이라는 프로그램의 섭외를 받아 기네스 기록에 도전했다. 도전 종목은 1분 동안 수박에 종이비행기 많이 꽂기였다. 
1분 동안 1미터 떨어져 있는 수박에 종이비행기 1대씩 꽂는 규칙이었다. 그들이 제시한 최소 성공 개수는 10개였다. 사실 다른 나라 국가대표들과 경쟁을 하기로 했었는데, 혼자 도전했다. 다들 어렵다고 포기했다. 인생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긴장됐던 순간이다. 1분에 12개를 꽂아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종이비행기와 관련된 기네스 기록을 가진 사람은 전 세계에 4명 있다. 


요즘도 기록 향상을 위해 연구하는 것이 있는지.
김: 종이비행기의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무게, 재질, 크기 등을 연구하고 있다. 여기에 날리는 기술과 접는 기술도 연마한다. 체육을 전공해서 날리는 자세에 관심이 많다. 따로 공부도 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트레이닝도 한다. 하면 할수록 더 연구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걸 느낀다. 지금은 종이비행기를 알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물론 내년에 열릴 세계 대회도 차근차근 준비 중이다. 나중에 연구소를 차려 많은 학생과 종이비행기에 관한 다양한 연구도 해볼 생각이다.   

 

레드불 페이퍼 윙스는 3년마다 열리는 종이비행기 대회다.  자세한 일정은 레드불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모터트렌드, 국가대표, 이색스포츠, 이정욱선수, 김영준선수

CREDIT

EDITOR / 구본진 / PHOTO / 박남규, 레드불 콘텐츠 풀 / MOTOR TREND

Twitter facebook kakao Talk LINE
  • · (주)가야미디어  
  • · 등록번호:인터넷뉴스사업자 서울, 자00454  
  • · 등록일: 2014년 3월 10일  
  • · 제호: 아이매거진코리아닷컴  
  • · 발행인: 김영철  
  • · 편집인: 백재은  
  • · 주소: 서울시 강남구 삼성로 81길 6 06195  
  • · 연락처: 02-317-4800  
  • · 발행일: 2013년 8월 1일  
  •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백재은  
  • · 사업자등록번호120-81-28164  
  • · 부가통신사업 신고 제 2-01-14-0017 호 통신판매신고 제 2009-서울강남-01075호  

Copyright kayamedia Corp.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