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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PICK_Car&Tech

소형 SUV시장, 빅뱅일까? 블랙홀일까?

B 세그먼트 SUV 시장은 성장을 멈출 기색이 없다. 그 덕에 자동차 시장은 활력을 얻었지만 그 탓에 준중형 세단과 경차 시장이 줄었으며 명망 있는 소형차는 단종의 길을 걸었다. 시장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모두가 스스로의 경쟁력을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2017.08.30

강력한 신입생들 스토닉(위)과 코나(아래)는 국내 소형 SUV 시장 성장 가능성의 가늠자였다. 결과적으로 두 차를 통해 소형 SUV 시장은 점점 확장되는 모양새를 띠고 있다.

 

현대 코나가 나왔다. 기아 스토닉도. 드디어 올 것이 왔다. 태풍의 핵인 소형 B 세그먼트 SUV 시장에 현대와 기아가 진출했다. 승자는 누가 될까? 패자는? 그리고 이 파도는 과연 어디까지 집어삼키게 될까? 혹시 우리가 잃는 건 없을까? 이달엔 이 모든 질문에 대해 고민해봤다. 

 

큰 게 좋아 국내 자동차 시장은 고급화-대형화-보수화로 치닫는 중이다. 갈수록 좁아지는 소형 승용차 시장과 달리 제네시스 G80과 그랜저 IG, 쏘렌토 등 중대형 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올라가고 있다. 

 

에너지원이 된 소형 SUV 
소형 SUV, 즉 B 세그먼트 SUV는 ‘라팩터’ 칼럼의 단골손님이었다. 21세기를 대표하는 SUV 시장의 막내이자 새롭게 열린 시장이며 스토리도 다양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세그먼트인 만큼 새 모델이 나올 때마다 순위가 뒤집히면서 시장이 쑥쑥 성장했다. 주요 고객이 마케팅용 이미지 그룹인 젊은이와 실속·불황형 실질 고객인 중장년으로 양분될 정도로 시장 성격도 이율배반적이었다. 그만큼 젊고 역동적인 시장이었다. 


그 역동성은 시장 성장의 에너지가 됐다. 만약 B 세그먼트 SUV 시장이 없었다면 우리 자동차 시장은 어땠을까? 현재 세단 시장은 중심 모델이 중형 패밀리 세단인 쏘나타에서 준대형 세단인 그랜저로 옮겨가고 있다. SUV 시장도 싼타페·쏘렌토가 베스트셀러이며 현대차는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론칭했다. 전반적으로 고급화-대형화-보수화돼 가는 모습이다. 이는 소득양극화와 밀접하다. 젊은 층의 구매력이 약화된 반면 상류층은 증가하고 구매력까지 올라갔다. 평균연령의 상승도 빼놓을 수 없다. 사회·경제적 변화에 의한 고객층 이동으로 빚어진 현상이라는 얘기다. 


시장을 따라가는 건 당장은 안전하고 효율적인 선택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에 주도권을 내주는 위험한 전략이다. 단적으로 젊은이들은 경제력 문제와 스마트폰 등 IT 기기에 더 관심을 갖는 등의 이유로 차 구입에 소극적이다. 이는 지금의 중장년층 고객이 은퇴하고 나면 누구에게 차를 팔 것인가 하는 문제가 뒤따른다. 가까운 미래엔 카셰어링 등으로 차량 판매가 줄어들 가능성도 크다. 제조사와 자동차산업계 입장에선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라도 새롭거나 평균연령이 낮은 시장을 개척해야만 한다. 


B 세그먼트 SUV는 이 같은 미래에 대한 대책으로 그만이다. 21세기 자동차 시장을 이끄는 제품(SUV)이며, 점점 차체가 커지는 추세를 감안하면 향후 C 세그먼트 SUV에 버금가는 공간과 활용도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디자인과 오락적 요소를 적용해 젊은이들이 다시 자동차에 관심을 갖게 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르이기도 하다. 


소형 SUV의 또 다른 숨은 경쟁력은 누구에게나 어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말했듯 소형 SUV의 공식적인 고객층은 청년 또는 젊은 부부다. 하지만 실제로는 중장년층 고객이 가장 많다는 통계가 있다. 세계적 경제불황과 가구의 다운사이징에 따른 소위 ‘품위 있는 다운사이징’의 기회를 제공한 덕분이다. 중형 이상 세단을 보유했던 고객들이 사정상 차 크기를 줄여야 할 때 SUV로 옮겨간다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블랙홀이 된 소형 SUV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다. 소형 SUV가 정체된 시장의 빛이라면 이와 근접한 B 세그먼트 승용차에는 칠흑처럼 짙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기아 프라이드가 대표적이다. 프라이드는 한국 소형차에 감성적 요소를 더한 최초의 모델이자 글로벌 프로젝트로 태어난 제품이었다. 우리에게 해치백 문화를 안겨준 실질적인 첫 모델이었고 모터스포츠 붐 조성에도 크게 기여했다. 무엇보다 ‘작지만 야무진 차’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이 대형 고급차의 3분의 1 이하 가격(400만원 전후)으로 달리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하는 ‘진짜 첫차’였다. 


역사적으로 남다른 의미를 지닌 기아 프라이드가 올해 초 단종될 거란 뉴스가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단종됐다. 물론 국내 시장만의 얘기이긴 하다. 해외에는 코드네임 YB의 신형 프라이드가 출시됐다. 해외 선진시장에는 프라이드(리오)와 스토닉이 함께 공급되는 셈이다. 반면 국내에선 프라이드가 사라지고 스토닉만 살아남았다. 그만큼 우리 B 세그먼트 승용차 시장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소형 승용차가 차지하고 있던 자리는 B 세그먼트 SUV가 채우고 있다. 국내 B 세그먼트에서 SUV의 비중은 지난 2012년 12퍼센트에서 올 상반기 89퍼센트까지 늘어났다. 차급을 막론하고 SUV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이 바로 B 세그먼트이기도 하다. 소형 SUV 덕분에 B 세그먼트는 성장하고 있다. 2012년 5만6000여 대로 전체 승용 시장에서 4.8퍼센트에 불과했지만 지난 2015년엔 11만4000여 대로 점유율을 8.6퍼센트까지 끌어올렸다. 또한 B 세그먼트 SUV 점유율은 2012년 2.2퍼센트에서 올 상반기 17.7퍼센트로 수직 상승했다. 


B 세그먼트 승용차만큼은 아니지만 한 급 위 세그먼트인 준중형(C 세그먼트) 세단도 영향이 적지 않은 모습이다. 지난 5월 1만3177대 팔린 C 세그먼트 세단 판매량은 한 달 뒤 1만2455대 판매로 소폭 하락했다. 특히 코나와 같은 회사 제품인 아반떼가 7834대에서 6488대로 17.2퍼센트나 급감한 게 눈에 띈다. 이처럼 B 세그먼트 SUV는 장르와 세그먼트를 뛰어넘어 공격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프라이드는 어디로 B 세그먼트는 소형 SUV 덕에 점유율이 크게 올라갔다. 하지만 소형 SUV가 첫차 고객, 영업용 차량 등의 수요까지 흡수하면서 일반 소형차의 설 자리가 좁아졌다.

 

성장과 정체의 갈림길에서 
물론 소형 SUV 시장도 사정이 아주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2013년 트랙스를 시작으로 매년 새 모델을 추가하며 성장했지만 지난해부터는 성장세 둔화가 눈에 띈다. 재작년 연간 8만6000여 대에서 지난해 8만8000여 대로 성장률이 한 자릿수에 그쳤다. 올 상반기도 4만4000여 대로 지난해 같은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SM6로부터 시작된 중형세단 대전과 그랜저 IG의 성공 등으로 세단 시장이 활발해지면서 모델 노후화가 뚜렷한 SUV 시장 전체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그 여파가 이제 막 열린 소형 SUV 시장에까지 미쳐 성장세가 둔화되는 건 해당 시장뿐 아니라 전체 자동차 시장에도 썩 좋은 일이 아니다. 소형 SUV 세그먼트의 성장세가 더뎌지는 시점에 등장한 두 가지 신제품, 코나와 스토닉에 큰 관심이 쏠린 까닭이다. 


현대 코나는 화려하고 강인한 디자인, 고성능 파워트레인과 첨단 장비 등으로 B 세그먼트 SUV 시장의 꼭대기에 위치한다. 가격대도 가장 높다. 우수한 제품으로 선진 시장을 공략한다는 점에선 다분히 쉐보레 트랙스와 비슷하다. 트랙스는 연간 25만대 이상 수출하며 단일 모델로는 최다 수출실적을 내고 있다. 코나의 경우 국내에서 C 세그먼트 SUV의 엔트리 시장까지 넘본다. 소형 SUV의 외연을 위로, 그리고 감성적인 영역으로 확장하는 게 목적이다. 시장에서 위치는 소형이지만 플랫폼은 C 세그먼트 SUV였던 기아 니로가 하이브리드 보조금을 무기로 소형 SUV 시장을 공략한 것과 반대다. 


기아 스토닉의 지향점은 코나의 맞은편에 있다. 디젤 모델은 소형 SUV 최저 가격대로 실속파 고객들을 유인했다. 조만간 출시될 가솔린 모델 역시 파격적인 가격으로 마지막 남아 있는 소형 세단 또는 해치백 시장을 흡수·합병할 분위기다. B 세그먼트 세단과 해치백은 회사의 업무용 차라는 커다란 B2B 시장이 있다. 소형 승용차는 경차 상위 트림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실용성을 제공한다는 장점을 앞세워 시장을 보존할 수 있었다. 스토닉 역시 SUV라는 실용적인 차체 형상을 앞세워 이 시장을 공략하려 한다. B 세그먼트 SUV 시장을 아래로, 그리고 합리적인 시장으로 확대하는 셈이다. 


지난 6월 실적만 놓고 보면 소형 SUV 시장의 기존 모델들은 코나와 스토닉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두 제품이 본격적으로 출고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소형 SUV 판매량은 지난 5월의 7662대에서 6월 7797대로 오히려 소폭 증가했다(쏘울 포함, 니로 제외). 물론 출고가 본격화되면 시장 내 경쟁은 한층 치열해지고 경쟁 대열에서 이탈하는 제품도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B 세그먼트 SUV 시장은 지금의 정체기를 빠져나와 다시 성장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5년 자동차 시장을 떠받쳤던 소형 SUV는 앞으로도 시장 전체에 좋은 에너지를 공급할 것이다. 

 

 

멈출 줄 모르는 질주 국내 소형 SUV 시장은 모든 국내 제조사가 뛰어든 치열한 전쟁터로 바뀌었다. 멈출 기색 없는 성장은 엔트리급 준중형 세단과 SUV에까지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 

 

모두의 숙제 
하지만 전체 시장의 순성장을 위해서는 특정 차종의 과도한 시장 잠식을 막아야 한다. 가장 가까운 C 세그먼트 세단과 SUV 시장, 그리고 그 아래 있는 경차 시장의 대응이 중요한 까닭이다(안타깝지만 이미 포기한 B 세그먼트 승용 시장은 논외로 치자). 시장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테마를 찾아야 한다. 문제는 그 테마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SUV를 향한 전 세계적인 흐름은 대단히 강하며, 과거 견고함을 보이던 장르의 모델 상당수가 이미 그 흐름에 희생당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기성 시장의 일부분이 된 B 세그먼트 SUV도 긴장해야 한다. 고객들은 항상 새로운 소비 대상을 찾는다. 그리고 그것이 여전히 자동차일 거란 법은 없다. 다음을 준비하지 않으면 시장의 발전은 없다.   
 

 

모터트렌드, 소형SUV, 스토닉

CREDIT

EDITOR / 김형준 / PHOTO / PR /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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