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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PICK_Car&Tech

바람을 다스려라

공기의 흐름은 늘 자동차 성능에 영향을 미쳐왔다. 하지만 요즘보다 더 그랬던 적은 없었다

2017.08.10

날개 아래 파란 부분은 빠르게 흐르는 공기가 저압대를 만들었단 걸 보여준다. 날개를 아래로 누르는 힘이 작용하는 곳 위쪽에는 고기압이 만들어진다.

 

GETTING DOWN WITH FORCE
힘으로 눌러라

공기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이해하려거든 하늘을 보시라. 비행기가 고도를 유지하는 원리는 자동차가 지면에 더욱 달라붙게 하는 데도 이용된다. 둥그스름한 단면을 가진 비행기 날개는 기류를 갈라 일부는 날개 위로, 또 다른 일부는 날개 아래로 흐르게 한다. 위쪽이 더 둥그스름하게 만들어진 날개는 위로 흐르는 공기가 더 먼 길을 지나 뒤로 흐르게 만든다. 때문에 아래로 지나는 공기보다 빠른 속도로 흐른다. 스위스의 물리학자이자 수학자인 다니엘 베르누이가 1738년 발표한 <유체역학(Hydrodynamica)>에서 언급한 베르누이의 원리에 따르면 공기의 흐름이 빠른 쪽은 느린 쪽보다 압력이 낮다. 이 같은 압력의 차이는 날개가 위쪽으로 밀어 올려진다는 것과 양력이 발생한다는 것, 즉 비행기가 공중에 떠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날개의 위아래 형태를 바꾸면 같은 원리로 자동차가 아스팔트에 더욱 강하게 눌려 접지력이 높아진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예는 변변찮은 고정형 날개를 달아 아래로 누르는 힘을 만드는 거다. 우리는 여러 자동차 회사들이 차를 설계하면서 사용하는 시뮬레이션 툴로 날개가 어떻게 아래로 누르는 힘을 만드는지 그려볼 수 있었다. 이 2차원적인 컴퓨터 유체역학 시뮬레이션에서 날개 아래쪽의 파란 부분은 베르누이의 원리가 작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잠깐, 접지력을 높이기 위해 날개를 달기 전에 여러분이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날개의 맨 앞쪽에 나타나는 붉은 부분이다. 공교롭게도 아래로 누르는 힘은 모두 공기저항을 일으킨다. 제조사들은 종종 공기저항계수라 불리는 수치를 Cd로 표시해 자동차의 공기역학 성능을 언급한다. 이 수치가 낮을수록 공기를 더욱 쉽게 가른다는 뜻이다. 속도와 저항은 관련이 있다. 때문에 공기저항계수는 중요하다. 속도가 빨라지면 공기저항이 제곱으로 커진다. 부가티 시론이 베이론 그랜드 스포츠 비테세보다 300마력 더 세지만 최고속도는 시속 약 9.7킬로미터(6마일)밖에 빠르지 않은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WINGING IT
날개의 역사

자동차 회사들은 아래로 누르는 힘을 만들기 위해 여러 종류의 날개를 셀 수 없이 사용한다. 그 모두를 살피기 위해 우리는 공기역학의 바이블을 찾아야 했다. 바로 고정형 날개다. 고정형 날개가 처음 자동차에 사용된 건 19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리츠 폰 오펠의 경주차 RAK 2에서 사용됐다. 최고속도를 끊기 위해 제작된 이 차는 24개의 로켓을 사용해 시속 237.9킬로미터에 도달했다. 이 결과를 위해 오펠은 항공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직접 찾아가 방법을 물었고, RAK2가 위로 뜨는 걸 막기 위해 비행기 날개의 위아래를 뒤집어 옆쪽에 달았다.
이후 콜린 채프먼과 그의 성공적인 F1 섀시 로터스 49에 더욱 전통적인 방식의 고정형 날개가 처음 달렸다. 이 날개는 1960년대 후반까지 볼 수 있었다. 1968년 F1 챔피언십이 진행되는 도중 채프먼은 확장형 리어 윙을 리어 서스펜션에 직접 설치했다. 엔진과 드라이버에게 맑은 공기를 전하는 그 위로 날개가 들어간 거다. 다시 말하면 트랙에서 자동차가 앞으로 달려 나갈 때 발생하는 양력을 없애버렸단 얘기다.

 

맥라렌 P1에서는 날렵하고 미끈하게 아래로 꺾인 곡면 모양의 날개를 볼 수 있다. 고도의 시뮬레이션과 시각적 공기역학 디자인의 산물이다.

위의 닛산 R381이나 아래쪽 샤퍼랄 2E를 보면, 1960년대의 공기역학적 디자인이란 앞바퀴를 완충하는 스트럿이 들어가면서 위로 불쑥 올라온 두 부분을 감안해 꽁무니에 납작하고 평평한 날개를 다는 것 이상의 뭔가가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ACTIVE AERODYNAMICS
능동적인 공기역학

다운포스를 발생시키는 부분에 영향을 주는 장치는 약간의 저항을 동반한다. 그래서 어떻게 공기역학을 정복하느냐, 코너에서는 아래로 누르는 힘이 생기느냐, 직진에서는 추가적인 저항이 없나? 등을 모두 살피는 게 중요하다. 능동적인 공기역학의 산물은 직진과 코너의 양쪽 세상에서 모두 최고의 성능을 제공하는 움직이는 날개다. 직선 구간에서 이 날개는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차체 속으로 기운다. 반면 코너에서는 아래로 누르는 힘을 증가시키기 위해 확장된다. 가장 훌륭한 예는 맥라렌 P1의 능동형 리어 윙이다. 저속에서 저항을 최소화하는 게 이상적일 땐 날개를 뒤쪽 차체와 같은 높이로 낮춘다. 하지만 고속에서는 유압으로 날개를 들어 올려 아래로 누르는 힘을 높인다. 레이스 모드에서는 신형 포드 GT처럼 날개를 가장 높게 치켜 올려 서킷을 공격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각도로 조절된다. 이를 통해 P1은 극강의 측면 접지력을 얻게 된다. 공기저항으로 제동 효과를 더해야 할 급한 제동 상황에서 날개는 또한 극적으로 앞으로 접힌다.


이런 종류의 공기역학 기술을 발견할 수 있는 첫 번째 자동차는 아마 1966년형 샤퍼랄 2E일 거다. 이 경주차는 필요에 따라 아래로 누르는 힘을 높이거나 줄이기 위해 확장 가능한 커다란 리어 윙을 꽁무니에 붙였다. 닛산도 R381 섀시로 그랑프리에서 우승하고 2년 뒤 한 발짝 더 나아간 기술로 같은 방식을 채용했다. 닛산은 안쪽과 바깥쪽 바퀴에 서로 다른 수준의 아래로 누르는 힘을 주기 위해 리어 윙을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눠 달았다.

 

 

맥라렌은 MP4-X 콘셉트를 통해 F1이나 먼 미래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최정상급 공기역학 기술의 일부를 선보였다.

 

SPOILING THE FLOW
흐름을 망치다

자동차 뒤에 달렸다고 모두 진짜 날개는 아니다. 스포일러는 요즘 일반적으로 다는 장치다. 하지만 스포일러와 날개는 매우 다르다. 날개의 가장 중요한 면은 압력차가 큰 아랫면이다. 그런데 스포일러에는 아랫면이 없다. 스포일러는 그저 공기의 흐름을 바꿔놓는 장치일 뿐이다. 대체로 위로 튀어 올라온 것을 주로 쓰는데 트렁크의 끝에서 공기의 흐름을 갈라 고속 안정성에 도움을 준다. 2017년형 포르쉐 파나메라 터보가 좋은 예다. 이 스포일러는 세 조각으로 나뉘었다.


대부분의 날개는 두 개의 기둥으로 자동차와 연결돼 있다. 그런데 두 기둥이 아랫면의 공기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에 날개의 성능은 사실상 3분의 1 정도 줄어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경주차나 쾨닉세그 원:1 같은 하이퍼카에서는 그냥 기둥이 아니라 오리목처럼 높이 뻗은 받침을 가진 날개를 볼 수 있다. 꽁무니가 아닌 꼭대기에 날개를 다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 정도 위치에 날개를 달면 날개 표면 위로 공기 흐름의 대부분이 만들어진다.

 

 

무시무시한 페라리 488 GTB의 절제된 뒤쪽 끝부분에는 매우 부지런하게 역할을 수행하는 ‘블로운 스포일러’가 들어갔다.

 

STATE OF ART
첨단 공기역학 기술

큰 저항을 일으키는 커다란 부속품에 의지하지 않아도 아래로 누르는 힘을 크게 얻을 수 있을 만큼 현대의 공기역학은 매우 진보했다. 페라리 488 GTB를 보자. 어떤 조각을 더하지 않고도 이전 모델인 458 이탈리아보다 아래로 누르는 힘이 50퍼센트는 더 생긴다. 블로운 스포일러(Blown Spoiler)를 사용하는 등 매우 영리한 공기역학 묘책을 적용한 덕이다.


488의 경우 지붕을 타고 흐르는 공기의 흐름은 엔진 덮개를 지나며 아래쪽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차체 뒤쪽에 만들어진 공기흡입구로 들어간다. 이 공기는 내부에 만들어진 스포일러를 지나는데 이 스포일러가 외부에 달린 것보다 각도가 훨씬 크다. 이게 바로 블로운 스포일러다. 이 기특한 스포일러는 ‘벤추리 효과’라 불리는 장점도 발휘한다. 벤추리 효과는 작은 공간 속으로 공기가 밀려들어가며 흐름이 빨라질 때 발생하는 현상이다. 스포일러로 흐르는 공기의 본성과 벤추리 효과에 따른 가속이 결합되면서 488 GTB의 잘 보이지도 않는 리어 스포일러가 전통적인 고정형 날개를 능가하는 성능을 보여준다.

 

 

FUTURE AERODYNAMIC TECH
미래 공기역학 기술

지금까지 날개가 진화하는 과정을 살펴봤다. 그럼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 공상과학 소설의 표면적이고 솔직한 대답이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방향으로 제시될 수 있다. 여러분에게 플라스마 유동 제어를 소개한다. 플라스마 유동 제어는 연구와 개발에서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 하지만 초고성능 자동차에도 사용될 만한 잠재력을 보여준다. 외부 공기 흐름에 영향을 주지 않는 전자장치가 차체 안으로 들어가는데 따로 움직이는 부품 없이 차체 주변을 감싼 공기를 조종할 수 있다. 교류 고전압이 두 전극을 가로지르면 저온 플라스마가 발생한다. 이 플라스마는 공기 흐름의 속도를 높이고 표면을 흐르는 공기 분자를 이온화할 수 있다.


이런 종류의 기술은 현대적인 능동형 날개가 하는 것만큼 많은 저항과 공기의 분열을 일으키지 않고도 자동차의 다운포스를 극적으로 높일 수 있다. 더 높은 접지력이 요구될 때는 플라스마 유동 제어기를 켜고, 그렇지 않을 땐 끄면 된다. 심지어 모르는 사이 스위치가 켜 있어서 차에 플라스마가 풍부해졌다 하더라도 날개나 스포일러가 일으키는 것보다는 저항이 더 낮다. 물론 플라스마 유동 제어기는 능동형 날개처럼 움직이는 부품을 갖고 있지 않다. 저항을 일으킬 전면부도 없다. 이 기술은 비록 2016년에 공개된 MP4-X F1 콘셉트카와 관련해 맥라렌에서만 잠시 언급했을 뿐이지만 이미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미항공우주국(NASA) 같은 기관의 주목도 끌고 있다. 하지만 너무 기대하진 마시라. 현재까지 이 기술은 매우 높은 전압을 필요로 하며, 고성능 차에선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글_Michael Whiteley

 

 

이들이 공기를 다스리는 법

메르세데스 벤츠 콘셉트 IAA
자동차는 끊임없이 공기와 싸우고 있다. 공기저항계수를 낮추면 속도와 연비, 주행안정성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2015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한 콘셉트 IAA(Intelligent Aerodynamic Automobile)는 이름처럼 똑똑한 에어로다이내믹 차다. 시속 80킬로미터에 다다르면 자동으로 에어로다이내믹 모드로 바뀌는데, 앞 범퍼에 있는 프런트 플랩이 25밀리미터 앞으로 나오고, 리어 플랩이 20밀리미터 뒤로 나오면서 공기 흐름을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앞 범퍼에 달린, 바람의 방향을 조절하는 날개 루버도 뒤로 60밀리미터 움직여 하체로 들어오는 바람의 흐름을 고르게 한다. 콘셉트 IAA는 이로써 0.19의 공기저항계수를 달성하면서 4인승 4도어 자동차로는 가장 낮은 공기저항계수를 기록했다.

 

 

애스턴마틴 DB11
애스턴마틴 디자이너들은 DB11 꽁무니에 죽어도 리어 윙이나 스포일러를 붙일 수 없었다. 그런 흉한 부품을 달고 다니는 걸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서 엔지니어들과 끝까지 싸우다 C 필러 안쪽에 공기가 들어가는 구멍을 만들고 이 구멍을 통해 들어간 공기가 트렁크 위에 있는 에어로블레이드 구멍으로 빠져나오는 걸 생각했다. 고속으로 달릴 때 충분히 바람을 다스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엔지니어들은 공기배출구 안쪽에 막처럼 생긴 보조 스포일러를 달았다. 어쨌든 겉으로 보이지 않게 한 거다. 보조 스포일러는 시속 80~130킬로미터로 달릴 때 작동하는데 더 많은 다운포스가 생기도록 해준다.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에어로블레이드 구멍 앞에 얇은 거니 플랩을 다는 것도 잊지 않았다. 결국 DB11은 애스턴마틴의 매끈한 엉덩이를 지킬 수 있게 됐다.

 

모터트렌드, 자동차공기역학, 미래공기역학

CREDIT

EDITOR / 〈Automobile〉 객원 에디터 / PHOTO / PR /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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