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기
  • 페이스북
  • 인스타그램

DAILY PICK_Car&Tech

준자율주행 기술, 어디까지 왔니?

‘가장 똑똑한 차’를 자처하는 네 대의 차를 불러내 얼마나 영리한지, 얼마나 쓸모 있는지를 살펴봤다

2017.08.10

자율주행. 아마 역사상 가장 빠르게 대중 속에 파고든 자동차 관련 신조어일 것이다. 2013년 즈음 차선을 스스로 유지하는 능동조향 시스템을 단 고급차들이 하나둘 등장하면서 조금씩 쓰이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일반 소형차까지 차선이탈방지 시스템과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달고 자율주행 기술에 대해 운운하고 있다. 자율주행차가 등장하는 TV 광고도 흔해졌으며 주위 사람들도 더 이상 내게 자율주행에 대해 묻지 않는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다. 진짜 자율주행 시대는 언제 올까? 지금의 기술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그래서 우리는 벤츠 E 클래스, BMW 5시리즈, 볼보 S90, 제네시스 G80 등 국내 시판차 중 가장 똑똑하다고 자처하는 차 네 대를 불러내 탈탈 털어보기로 했다.  

 

 

준자율주행 시스템
오늘 모인 네 대의 차는 모두 SAE(Society of Automotive Engineers, 미국자동차기술학회) 기준 레벨 2 자율주행 기술을 갖췄다. 레벨 1이 주행보조 단계라고 한다면 레벨 2는 부분 자율주행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차가 주변 상황에 따라 스스로 속도를 조절하고 운전대를 돌릴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주변 경계의 책임은 운전자에게 있고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운전자가 개입해야 한다. 제한적인 조건에서만 자율주행이 가능한 아주 초보적인 단계인 셈이다. 만약 여기에서 시스템이 주변 경계의 책임까지 가져가고 운전자가 개입할 시기를 미리 알려줄 수 있으면 진정한 자율주행 영역에 진입한 것으로 간주되는 레벨 3다. 참고로 제한된 조건에서 운전자의 개입 없이 돌발 상황에 스스로 대응할 수 있다면 레벨 4, 어떤 상황에서도 운전자의 도움이 필요 없으면 레벨 5다. 


따라서 우리는 이 네 대의 차가 얼마나 다양한 주행 상황에서 스스로 조향과 가감속을 처리할 수 있는지와 그것이 실제로 쓸모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 중점을 두기로 했다. 네 대 중 가장 먼저 출시된 제네시스 G80은 가장 기본적인 레벨 2 자율주행 실력을 보여준다. 장거리 레이더와 스테레오 카메라, 그리고 내비게이션의 정보를 활용한다.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은 앞차가 정지할 경우 스스로 차간거리를 유지하며 정지하고 앞차가 3초 이내에 떠나면 이를 따라서 출발한다. G80의 장점은 앞차와의 간격을 가장 가깝게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는 차간거리가 넓어지면 다른 차들이 끼어드는 국내 현실을 고려한 세팅이다. 하지만 차간거리가 짧은 만큼 끼어드는 차가 있을 때의 반응이 약간 늦고 거칠다. 능동 조향의 경우는 차선이탈 방지를 넘어 최대한 차선 가운데로 주행하는 본격적인 차선유지 수준이지만 대응속도 영역이 넓지 않고 완만한 코너에서만 제대로 작동한다. 또한 운전대에서 손을 뗄 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다.


G80에서 가장 쓸모 있었던 기능은 HDA(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이다. 스마트 크루즈 모드에서는 녹색으로 표시되던 화면이 이 모드에서는 하늘색으로 바뀐다. HDA 모드는 내비게이션의 정보에 따라 자동으로 켜지며 부분 자율주행 기능이 한층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한다. 차선유지와 앞차 인식 등을 자신 있게 처리해 매우 유용하다. 제한속도 역시 내비게이션 정보와 표지판 인식 정보 등을 활용해 정교하게 제어한다. 국산차의 이점이 바로 이런 부분에 있다. 그러나 최신 모델들에 적용된 차선변경 보조나 교차로 안전, 그리고 시가지 주행모드 등은 지원하지 않는다. 


G80 다음으로 데뷔한 볼보 S90은 파일럿 어시스트 II라는 이름의 부분 자율주행 모드를 제공한다. 기능에선 제네시스 G80과 큰 차이가 없지만 전후 속도 제어 범위가 넓다. 앞차가 있을 때는 정지 상태에서부터, 차가 없을 경우에는 시속 15킬로미터 이상부터 작동된다. 실제 실험에서도 앞차를 따라 속도를 제어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정지할 때까지 브레이크도 어색하지 않게 잘 사용한다. 하지만 차선유지보조 기능(LKA)이 시속 65킬로미터가 넘어야 작동하기 때문에 고속도로나 장거리 주행 상황에서나 쓸모가 있다. 또한 LKA가 활성화돼도 그다음 단계인 능동조향 보조가 작동하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더 필요하고 교차로처럼 차선이 끊긴 곳에서는 꺼져버리는 등 고속도로 이외의 상황에서는 크게 효용이 없다. 능동조향 모드에서의 조향력은 확실히 LKA 모드보다는 강하지만 일반 도로의 곡선을 따라가기에는 부족한 경우가 많다. 볼보는 긴급제동 기능인 시티 세이프티를 세계 최초로 선보인 브랜드답게 아직까지는 자율주행보다는 사고 예방에 더 강점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


BMW 5시리즈는 7시리즈를 통해 선보였던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플러스를 제공한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이탈방지 기능을 기본으로 한다는 점에서는 다른 차들과 동일하지만 BMW는 이를 바탕으로 하여 더 다양한 주행 상황에서 자율주행 기능을 구현하고 있다. 옆 차선 차나 교차로 교행 차와의 사고를 방지하는 측면충돌 보호, 차선변경을 안전하게 돕는 차선변경 기능, 전방 장애물을 피할 때 운전자의 회피 기동을 돕는 회피조향 기능 등 대응 가능한 모드가 많다. 또한 시가지 저속주행 시에 앞차와 차선을 함께 인식해 저속 자율주행을 가능하게 하는 시가지 주행 모드도 제공된다.


고속주행 모드에서의 능동주행 기능은 아주 만족스럽다. 그리고 시가지 저속주행에서 앞차를 따라가는 능력이 뛰어나다. 능동조향 기능은 최대한 차선 중앙으로 가려고 노력한다. 다만 저속 시가지 주행모드와 시속 70킬로미터 이상의 고속주행 모드 사이, 즉 시속 60킬로미터 전후의 중속 영역에서 능동조향 기능의 사각지대가 있다. 이는 자율주행이 주로 사용되는 초저속과 고속에 집중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메르세데스 벤츠 E 클래스 역시 BMW 5시리즈와 설계 사상이나 주행 모드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실제 사용에서는 확실히 차이가 있다. 가령 계기반의 반자율주행 모드 활성화와 비활성화 안내가 간단하고 눈에 잘 들어온다. 볼보나 BMW는 반자율주행 모드, 능동조향 작동 여부, 차선이탈방지 여부 등이 복잡하게 안내되는 경향이 있어 차선이탈방지 모드가 작동한 건지 자율주행 모드가 작동한 건지 헷갈렸다. 하지만 E 클래스는 이것이 큼지막한 운전대 심벌과 좌우 차선 기호로 간략하게 정리돼 있어 이해하기 쉽다. 또한 능동조향의 범위와 조향력 크기가 굉장히 크다. 앞차를 따라가는 시가지 주행 모드에서 앞차가 차선을 바꾸면 그것을 스스로 따라갈 수 있을 정도다. 또한 교차로에서 앞차가 좌회전을 할 경우 운전대에 손을 대지 않고도 좌회전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네 대의 차 중 가장 오랫동안 능동조향 모드를 유지했으며 앞차가 없는 상황에서 차선이 끊기는 교차로를 통과할 때 다시 차선을 인식하는 확률이 가장 높았다. 즉, 네 대의 차 중 가장 쓸모 있는 차는 E 클래스였다.


평범한 레벨 2인 G80, S90과 진보된 레벨 2인 5시리즈, E 클래스는 고속주행 모드에선 거의 비슷한 완성도를 보여줬다. 하지만 시가지 주행과 같은 보다 다양한 상황에서의 적응력과 실용성은 진보된 모델들이 훨씬 좋았다.
글_나윤석

 

 

시스템 인터페이스
E 클래스는 대시보드 왼쪽에 주행보조나 안전과 관련된 기능을 발휘하는 버튼을 모아두었다. 스티어링휠 모양 버튼을 누르면 차선을 스스로 유지하는 상태가 되고, 차선 위에 차가 있는 그림의 버튼을 누르면 차선을 벗어나지 않도록 돕는다. 운전석에서도 버튼이 바로 보이는데 몸을 앞으로 숙이지 않아도 쉽게 누를 수 있다. 자동주차를 할 수 있는 버튼은 센터콘솔에 따로 빼놨다. 예전 E 클래스는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주차 어시스트를 작동할 수 있었지만 신형 E 클래스의 자동주차는 이 버튼을 눌러야 작동한다. 버튼은 모두 직관적이고 사용하기 편한 위치에 있다. 모니터에 뜨는 명령에 따라 컨트롤러를 몇 번 ‘딸깍’ 하고 누르면 주차를 마친다. 터치해도 꿈쩍 않는 벤츠의 모니터가 여전히 불만이지만 컨트롤러로 조작하는 게 크게 불편하진 않다.


5시리즈는 주행보조와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을 한데 묶어 스티어링휠 왼쪽에 버튼을 만들어두었다. 스티어링휠 모양이 있는 버튼이 주행보조 버튼인데 한 번만 누르면 바로 차선유지 기능이 활성화된다. 대시보드 왼쪽에 버튼을 마련한 E 클래스보다 눈에 잘 띄고 실행도 간단하다. 스티어링휠을 쥔 상태에서 엄지나 검지로 간단히 누를 수 있다. 5시리즈 역시 자동주차를 할 수 있는 버튼을 센터콘솔에 따로 뺐다. 그런데 이 버튼을 한눈에 알아보기가 어렵다. 카메라 모양 아이콘은 아무리 봐도 자동주차 버튼인 것 같지 않다. ‘P’라는 글자 하나만 적었어도 훨씬 알아보기 쉬웠을 텐데…. 기어레버 주변에 놓인 버튼도 좀 복잡한 느낌이다. E 클래스는 변속레버를 스티어링휠로 옮긴 덕에 센터콘솔 버튼이 깔끔하게 정리됐지만 5시리즈는 변속레버 주변에 각종 버튼과 컨트롤러가 두서없이 놓인 느낌이다. 


S90은 버튼이 가장 심플하다. 주행보조 관련 버튼도 따로 빼지 않고 크루즈컨트롤에서 찾아 들어가게 만들었다. 스티어링휠 뒤쪽에 달린 레버로 크루즈컨트롤을 실행한 다음 스티어링휠에 달린 버튼의 세모를 눌러 파일럿 어시스트를 활성화해야 한다. E 클래스나 5시리즈에 비해 조금 복잡하다. 주차 어시스트도 자주 풀리는데 다시 실행하려면 번거롭게 세모를 몇 번이나 눌러야 한다. 관련 설정은 대부분 모니터에서 한다. 주차 어시스트나 ‘파크 인’ 같은 기능도 모니터에서 해당 항목을 선택해야 작동된다. 주차 어시스트를 실행하면 모니터 위쪽에 안내가 뜨는데 글자가 작고 선명하지 않아 보기에 불편하다. 모니터를 자꾸 터치해야 하는 것도 불편하다. 명령을 잘못 내렸을 때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도 한 번에 되지 않는다. 볼보는 버튼을 너무 많이 없앴다. 필요한 버튼 몇 개는 밖으로 빼는 게 좋지 않았을까?


제네시스 G80은 각종 버튼이 정말 아무렇게 놓여 있다. 대시보드 왼쪽에 주유구나 트렁크를 여는 버튼과 주행보조 버튼이 섞여 있다. 스티어링휠을 꺾으면 이 버튼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운전자의 편의 따윈 생각하지 않고 그저 빈 공간에 버튼을 우르르 모아둔 느낌이다. 그에 비해 센터콘솔의 버튼들은 정리가 잘돼 있다. 글자는 물론 버튼도 큼직해 알아보기도, 누르기도 편하다. 주차 어시스트 버튼은 오디오나 내비게이션을 조작하는 버튼 아래에 있는데 오른쪽에 있는 주차센서 버튼과 대칭을 이루는 게 그럴싸하다.
글_서인수

 

 

자동주차와 주차 어시스트
E 클래스와 5시리즈는 자동주차를 지원한다. 버튼을 누르고(활성화) 빈 주차 공간 주위를 지나친 후(스캔), 화면에서 원하는 자리를 선택한 다음 지시(E 클래스 후진기어, 5시리즈 방향지시등)를 내리면 스스로 선택한 자리에 주차를 한다. 하지만 E 클래스는 주차가 끝날 때까지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지만 5시리즈는 변속레버 옆의 주차 버튼을 계속 누르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E 클래스는 전/후진 수직과 평행주차, 그리고 출차를 지원하지만 5시리즈는 후진 수직과 평행주차만 지원한다. G80과 S90도 출차를 지원하는데 조금 이해할 수 없다. 


편의성이나 기능 면에서 5시리즈가 조금 부족해 보이지만 주차 속도는 5시리즈가 더 빠르다. 움직임이 거침없는 데다 궤적도 매끈하다. ‘이러다 부딪히는 거 아냐?’라는 생각이 종종 들 정도. 반면 E 클래스는 천천히 조심스레 움직인다. 이제 끝났나 싶은 순간에 다시 주차 칸을 빠져나가 각도를 수정하기도 한다. 주차선과 차 옆면이 수평을 이뤄야 직성이 풀리나 보다. 주차를 하는 동안 차에서 내릴 준비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E 클래스가 좋지만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이 많은 국내에선 주차가 끝나길 기다리는 주위 사람들의 압박에서 조금이나마 자유로울 수 있는(빠른 속도 덕분에) 5시리즈가 더 유용할 수도 있다. 


둘의 이런 차이는 ‘주변 경계 책임’에 대한 해석이 다르다는 데서 비롯된다. 앞서 설명했듯 5시리즈는 자동주차를 하는 동안 버튼을 누르고 있어야 한다. 즉 자동주차가 작동되는 동안 운전자가 주위를 살펴야 하며 이때 생기는 문제에 대해서 책임지지 않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E 클래스는 운전자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주차를 하는 동안에는 믿고 맡기라는 뜻이다. 때문에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신중할 수밖에 없다. 자동주차가 실행될 때 5시리즈는 ‘주변 상황에 유의하십시오’라는 문구를 띄우고 E 클래스는 주차가 끝나면 세우라는 의미로 ‘브레이크 준비 요망’이라고 안내하는 것에서 두 차의 철학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참고로 두 차는 모두 리모트 파킹을 지원한다. 차에서 내려 디스플레이 키 또는 스마트폰을 조작해 차를 주차 공간에 넣는 무인주차 기능이다. 그러나 두 차 모두 국내에서는 아직 이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 


자동주차는 아니지만 G80과 S90도 완성도 높은 주차 어시스트를 지원한다. 작동법과 진행 과정 역시 앞선 두 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활성화, 스캔, 지시 등의 과정을 거치면 주차를 시작한다. 다만 이 두 차는 안내에 따라 변속레버와 브레이크 페달을 직접 조작해야 한다. 정확히는 가속페달도 조작해야 하지만 언덕 주차와 같은 특수 상황이 아니면 굴러가는 속도(클리핑)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대부분 브레이크 페달만 쓰게 된다. 전후방 카메라와 주차센서가 있기 때문에 초보 운전자도 금세 익숙해질 수 있다.


물론 두 시스템의 완성도에는 차이가 있다. S90은 완벽히 주차를 끝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제대로 작동할 땐 주차 칸 가운데에 정확히 세우지만 주변 상황이 조금이라도 어수선하면 주차를 하는 도중 그냥 멈춰버린다. 그리고 주차 공간을 선택할 수도 없다. 원하는 곳에 세우려면 그 공간을 인식하도록 반복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출차를 평행주차 시에만 지원하는 것도 아쉽다. 


G80은 수직과 평행, 전진과 후진 등 주차의 형태와 방법을 미리 정할 수 있다. 안내를 착실히 따르면 주차를 꽤 빠르게 마치는데 이 안내가 계기반에 뜨기 때문에 스티어링휠이 꺾였을 때 확인이 어렵고 차를 똑바로 정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출차 기능도 다소 거친 편이다. 앞머리를 뺀 후 장애물이 없다고 생각하면 그대로 종료되며 차가 앞으로 굴러가기 때문에 집중하지 않으면 사고를 낼 수도 있다.  
글_류민

 

모터트렌드, 자율주행기술, 벤츠, 볼보, BMW, 제네시스

CREDIT

EDITOR / 류민 / PHOTO / 박남규 / MOTOR TREND

Twitter facebook kakao Talk L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