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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은 심각한 상황이다

제임스 김 사장은 현재 한국지엠이 맞닥뜨린 어려운 상황을 타개할 자신이 없어 떠났다. 더욱이 노사는 서로에게 양보할 마음이 조금도 없다

2017.08.09

위기 때 구원투수로 등장했던 한국지엠 제임스 김 사장이 결국 떠나기로 했다. 하지만 엄밀하게 보면 떠나는 게 아니라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는 게 정확하다. 한국지엠으로 오기 전부터 그는 이미 주한미국상공회의소(The American Chamber of Commerce in Korea, AMCHAM) 회장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직을 두고 여기저기서 계산기 두드리는 소리가 적지 않다.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이번 사안을 단순 CEO의 이직으로 해석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1953년 설립된 암참(AMCHAM)은 한국과 미국 간의 무역 및 통상을 확대, 촉진하고자 세운 비영리법인 기관이다. 한국에서 활동 중인 700여 개 기업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그만큼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의미다. 제임스 김 회장 이전 역대 기업인 이름을 봐도 한국 내에서 손꼽는 인물이 대다수다. 파란 눈의 한국인으로 불린 제프리 존스 전 회장을 비롯해 한국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은 대부분 암참이라는 우산 아래 똘똘 뭉쳐 있다. 


제임스 김은 2014년 1월,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사장으로서 암참 회장직에 올랐다. 그리고 2015년 한국마이크로소프트에서 한국지엠 CEO로 자리를 옮겼고, 당연히 암참 회장도 겸직했다. 이어 2년 동안 제임스 김 사장은 한국지엠 CEO로서 내수 판매에 주력했고 암참 회장도 수행했다. 


부임 첫해였던 2015년, 한국지엠 임직원을 향한 그의 첫 목소리는 ‘내수 판매 증진’이었다. 쉐보레의 유럽 철수에 따른 수출 물량 축소를 만회하려면 내수가 중요했고, 그래야 수익 또한 개선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해 12월, 일단 전년 대비 2.6퍼센트 늘리는 데 성공했다. 내수 점유율 개선이 가능하다고 여긴 제임스 김 사장은 2016년 또한 ‘오로지 내수’를 외쳤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전년 대비 13.8퍼센트 증가한 18만대로 국내 판매를 마감했다. 완성차 5사의 국내 판매 전체가 0.5퍼센트 감소할 때 2만2000대가량 늘렸으니 내수 작전은 점차 성공을 거두는 듯했다. 


그렇다면 올해 성적은 어떨까? 아쉽게도 1~6월 판매는 7만2000대로 전년 대비 16.2퍼센트 줄었다. 승용만 보면 성적은 더 초라하다. 1~5월 판매량이 5만7000대로 지난해보다 무려 6400대가 빠졌다. 하락 대수만 보면 기아차의 1만7800대에 이어 두 번째로 낙폭이 컸다. 물론 경쟁사의 신차 출시에 따른 영향도 있지만 한국지엠 내부적인 원인 탓도 있다. 노사 채용비리 등이 터지면서 전반적으로 임직원의 사기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암참의 대표이사 공석이 발생했다. 한국지엠 대표로서 암참 회장직을 겸임하는 것과 암참 대표로 회장직을 겸임하는 것. 제임스 김 사장에게 주어진 선택이었다. 그는 암참 대표를 선택했다. 추락하는 판매량를 되돌려야 할 막중한 임무 대신 암참 대표이사가 보다 매력적이라고 판단한 셈이다. 


제임스 김의 이직을 두고 내부에선 치열한 심리전이 전개되고 있다. 먼저 노조가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회사는 난감한 표정이다. 누적 적자만 2조원에 달해서다. 중요한 것은 누적 적자의 원인이다. 2002년 GM이 5000억원으로 대우차를 인수했을 때 부채비율은 100퍼센트가 되지 않았다. 2005년 환손실이 발생하며 적자가 컸지만 이듬해 수출에 주력하며 33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후 매년 적자와 흑자가 반복됐지만 큰 무리 없이 운영해왔다. 


어려움은 2010년 이후부터 시작됐다. 쉐보레의 글로벌 생산 및 판매 전략이 ‘현지 생산, 현지 판매’로 바뀌면서 유럽 수출길에 이상 신호가 감지됐다. 결국 오펠을 지키기 위해 쉐보레가 유럽 철수를 결정했고 그 결과 수출이 줄면서 2013년을 제외하면 흑자에 올라서지 못했다. 그나마 흑자였던 2013년 또한 통상임금 소송에 따른 충당금 8000억원을 미리 확보한 탓에 장부로만 이익일 뿐 만족할 만한 돈벌이는 아니었다. 


물론 이런 상황을 노조가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언제 철수할지 모르니 있을 때 최대한 받아두려는 것’이다. 이후 새로운 주인이 나타났을 땐 이미 올려둔 임금은 내리지 못한다는 계산법이 깔렸다. 다시 말해 한국지엠 철수 이후까지 고려한 행보다. 


반면 GM 미국 본사는 가뜩이나 적자인 마당에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며, 지금의 국내 생산시설도 과잉인 만큼 향후 축소를 기정사실로 하고 있다. 또한 매년 조금씩 오른 생산비용 감축에 대한 한국지엠 노사의 근본적 처방 없이 요구만 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노조와 GM은 서로 자신들의 주장을 수용하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양측의 팽팽한 줄다리기에서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볼모로 전환되는 곳이 생겨난다는 점이다. GM의 협력사는 물론 소비자, 나아가 대한민국 전체가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쓰러져가는 대우차의 생존을 위해 비용을 지원해줬다. 쉐보레 제품을 사준 소비자도 있고 오로지 한국지엠을 바라보며 낮은 임금에도 부품을 만들었던 협력사 근로자가 있다. 이들이 죄 없는 볼모로 전락할 판이다. 이들은 하소연할 곳도 없다. 특히 협력사는 한국지엠의 제품 만들기를 도와준 상생의 파트너지만 노사는 이들의 위기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GM에게는 한국 철수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고, 노조는 생산 중단이라는 최후의 수단이 있다. 서로 목에 칼을 겨누며 먼저 내려놓으라는 형국이다. 


하지만 실제 용쟁호투(龍爭虎鬪)가 벌어지면 불똥은 협력사로 튄다. 그래서 묻고 싶다. 한국지엠 노사가 생각하는 공공의 적이 협력사와 소비자냐고. 서로의 이익을 위해 죄 없는 사람을 볼모로 잡는 게 이성적인 행동인지를. GM은 제임스 김 사장이 떠나고 노조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국내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 이럴수록 냉정함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에게 양보할 마음이 조금도 없어 보인다.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서로 너무나도 잘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글_권용주(<오토타임즈> 편집장)

 

모터트렌드, 자동차이야기, 한국지엠

CREDIT

EDITOR / 이진우 / PHOTO / Heyhoney(일러스트레이션) /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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