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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PICK_Fashion

꼭 비워야만 행복해질까?

많은 이들이 비우면 행복해진다고 말한다. 우리는 무엇을, 얼마나 비워야 할까? 꼭 비워야만 행복해질까?

2017.08.09

1 강렬한 색채는 그 어떤 디자인보다 많은 메시지를 품고 있다. 2 카메라를 응시하는 모델의 모습이 인상적인 질샌더 캠페인. 3 단순한 형태의 점을 통해 생성과 소멸을 표현한 이우환 작가의 작품. 4 가방과 브랜드 로고만으로 힘있는 이미지를 전하는 로에버의 F/W 캠페인. 

 

캘빈 클라인 언더웨어 캠페인. 

 

나는 쉼 없이 쇼핑함으로써 존재를 증명해왔다. 물론 요즘도 마찬가지다. 물론 매번 무언가를 사는 건 아니지만, ‘무언가를 살 준비’를 늘 하고 있는 셈이다. 내 쇼핑 패턴에는 명확한 문제가 있다. 물건의 쓰임이나 가치를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획득 과정’에 심취해 있다는 것. 어렵사리 손에 넣은 물건도 내 어장으로 들어오는 순간 급격히 흥미를 잃었다. 흥미가 유지되더라도 찰나에 지나지 않았다. 흠집 하나 없는 구두 안으로 발을 들이밀 때의 쾌감, 칼주름이 잡힌 새 옷을 입을 때의 희열, 새 화장품을 개봉하는 순간의 즐거움은 허무하게도 순식간에 소멸하곤 했다. 때때로 잦은 쇼핑을 비난하는 이들에게는 ‘나 같은 사람도 있어야 나라 경제가 잘 돌아간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어느 순간 옷장과 신발장으로도 부족해 작은 방 하나가 짐으로 가득 찼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조차 알 길이 없었다. 여태까지 ‘우리 모두가 최소한의 물건으로 삶을 꾸리는, <월든>의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처럼 살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는 자기 합리화가 꽤 힘을 발휘했지만, 내 소비 패턴과 삶의 모습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다.
결혼 후, 집을 오롯이 내 물건으로만 채우고 나니 여태까지의 내 생활이 물건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넘치는 물건에 의해 내 정신과 공간이 잠식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미니멀한 삶을 지향하는 사회 트렌드 역시 한몫했다. 패션 트렌드 용어로만 사용했던 ‘미니멀리즘’이란 단어가 최근 일상 곳곳을 파고들고 있다. 불필요한 쇼핑을 줄이고, 사용 빈도가 적은 물건은 과감히 버려 공간을 비워야 한다는 메시지가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왔다. ‘미니멀리즘’ ‘미니멀리스트’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미니멀리스트’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되도록 소수의 단순한 요소를 통해 최대 효과를 이루려는 사고 방식을 지닌 예술가’라는 설명이 나온다. 이 정의는 썩 동의되지 않았다. 미니멀리스트에 대한 정의 중 가장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은 일본 작가 사사키 후미오의 정의다. 그는 미니멀리스트를 이렇게 설명한다.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 소중한 것을 위해 줄이는 사람.’ 사사키 후미오는 그의 저서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에서 미니멀리즘은 목적이 아닌 수단이라고 이야기한다. 다른 소중한 것을 발견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 소유욕으로 불타는 삶을 살고 있는 내가 듣기에도 썩 흥미로운 말이다. 
모두가 미니멀리스트일 필요는 없다. 저마다 다른 삶의 방식은 충분히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미니멀리즘의 정확한 기준점 같은 건 없다. 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없듯이 미니멀리스트에 대한 기준이나 정의 또한 제각각이다. 따라서 타인의 쇼핑을 힐난해서도 안 되고, 방을 가득 채우고 있는 물건을 보고 인상을 찌푸리는 일도 삼가야 한다. 다만 간과해서는 안 되는 절대적 진리는 있다. 생활에 필요한 물건이 필요한 만큼 있을 때 삶의 질은 높아진다는 것. 그렇기 위해서는 나만의 룰이 필요하다. 나의 체질부터 취향, 성격, 패턴 등을 정확히 인지하고 강약을 조절할 줄 아는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이는 경험에서 나오는 연륜이 바탕이 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디자이너들은 뇌리에 강한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종종 단순한 이미지를 즐겨 사용한다. 요소가 많을수록 몰입도가 떨어진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걸 보여주지 않고 핵심이 되는 이미지만 노출했을 때 임팩트는 커진다. 흰색 벽 앞에 검은색 옷을 입고 카메라를 응시하는 질샌더 캠페인과 인물이 아닌 가방 하나만을 커다란 브랜드 로고와 함께 배치한 로에베의 캠페인을 보면 알 수 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디자이너들이 오랜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이다. 단순한 것이 아름답고, 강력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숫자에 연연하는 버릇을 버리면 자연스레 진정한 미니멀리스트가 될 수 있다. ‘선택과 집중’의 삶을 산다면 제어되지 않는 쇼핑 욕구를 잠재우고, 빈 공간에 집착하지 않게 되며, 허황된 꿈을 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사계절을 검정 터틀넥 니트 톱과 리바이스 청바지 하나로 보낸 스티브 잡스나 복잡한 디테일이나 장식 없는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패션계에 한 획을 그은 라프 시몬스를 보면, 삶의 방향키를 어느 쪽으로 잡아야 할지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된다. 
<단순함의 즐거움>의 저자 프랜신 제이의 말처럼 ‘소유는 닻이 될 수도 있다’지만, 무소유 혹은 적게 가진 것이 절대적 선은 아니다. 무엇을 얼마만큼 소유했는지, 무엇이 어떻게 쓰이는지, 무엇을 얼마큼 사랑하는지가 핵심이다. 불행한 사람이 많이 쌓아둔다는 고정 관념에 얽매일 필요도 없다. 산더미 같은 짐더미 속에서도 행복할 수 있고, 텅 빈 거실에 앉아서도 삶의 충만함을 느낄 수 있다. 물건을 버릴 것이 아니라 타인의 공감과 인정을 바라는 마음부터 버려야 한다. 그 마음을 버리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미니멀리스트가 아닐까?   

 

더네이버, 미니멀리즘, 질샌더

CREDIT

EDITOR / 신경미 / PHOTO / PR / THE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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