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트렌드 & 더 네이버가

이색 드라이빙을 펼친다!
자동차 매거진 1위의 <모터트렌드>와 최고의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더 네이버>가 깐깐한 카 드라이빙을 시작한다. 차라면 사족을 못 쓰는 마니아들도, 알아들을 수 없는 전문 용어의 늪에서 초점을 잃은 여성들도. 각자의 시선을 아우르는 쉽고 재미난 시승기가 매월 기획 연재된다. 자동차 전문 기자의 냉철하고 깐깐한 기술적 견해와 소프트한 감성의 럭셔리 매거진 여기자가 각기 다른 시선의 시승기를 펼친다. 기술과 감성이 함께하는 드라이빙!  
대망의 세 번째 주인공은 “국내 시장에서는 경쟁자가 없다”는 볼보의 유일무이한 존재감의 차, V90 크로스컨트리(Cross Country)다. 왜건, SUV 같은데 막상 타보면 세단에 가까운 묘한 조합. 세단, 왜건, SUV의 장점을 결합한 V90 크로스컨트리는 분명 평범한 차는 아니다. 독보적인 포지셔닝으로 출고하기 무섭게 거리를 누비는, V90 크로스컨트리의 가감 없는 실체를 공개한다.

4기통 2.0L 디젤 엔진이 무려 235마력, 48.9kg·m의 힘을 낸다. 에어탱크에 저장한 공기를 터보차저로 밀어넣어 반응 속도를 높이는 파워 펄스 시스템 덕분이다. 변속기는 자동 8단이며 사륜구동 시스템은 필요할 때만 뒷바퀴를 굴려 효율을 높이는 신형이다. 

크로스컨트리는 참 희한한 차다. SUV랑 분위기는 비슷한데 막상 타보면 높이는 세단에 가깝다. 운전 감각도 마찬가지다. 아스팔트 위에선 빠릿빠릿하고 험로를 달릴 때는 여유롭다. 실내는 또 어떻고. 세단의 포근한 분위기와 SUV처럼 널찍한 짐 공간이 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이렇듯 크로스컨트리는 기존의 한 장르로는 정의할 수 없는 차다. 세단, 왜건, SUV 등의 우성 인자만 모아 절묘하게 하나로 엮은 느낌이다. 그러고 보니 이런 성격은 ‘크로스컨트리(대륙 횡단)’라는 이름에 그대로 녹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볼보는 이 기묘한 크로스오버의 달인. 1997년 V70 XC로 시작해 20년간 이런 차를 만들어왔다. 현재 크로스컨트리는 V40, S60, V60, V90 등 총 4개 모델로 나뉜다. 이번에 만난 모델은 볼보의 기함 S90에서 파생된 V90 크로스컨트리로 XC70의 뒤를 잇는다. 국내에 V90 크로스컨트리는 D5 AWD만 수입된다. 옵션에 따라 기본형과 프로로 나뉠 뿐이다. 프로는 B&W 사운드 시스템, 서라운드 뷰, 이중 접합 유리 등의 호화 옵션으로 무장한다. 파워 트레인은 2.0L 디젤 엔진과 8단 자동 변속기의 조합. 저장해둔 공기를 터보차저에 밀어넣는 파워 펄스 시스템 덕분에 최대출력(235마력)과 최대토크(48.9kg·m)가 6기통만큼이나 높다. 가속감각도 매끈하다. 엔진 반응과 변속이 빨라 저회전부터 고회전까지 머뭇거리는 일이 없다. 사륜구동 시스템 역시 평소에는 앞바퀴만 굴리다 필요할 때만 뒷바퀴에 힘(최대 50%)을 전달하는 방식이라 크게 거추장스럽지 않다. 껑충한 차체와 힘찬 엔진, 그리고 똑똑한 사륜구동 시스템 덕분에 웬만한 험로도 두렵지 않다. 오프로드와 관련된 각종 차체 수치는 도심형 SUV와 비슷한 수준. 접근각은 18.9도, 이탈각은 20.7도, 최저 지상고는 210mm다. 몸놀림은 차분하다. 세단만큼 탄탄한 느낌은 아니지만 자세는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논란이 될 법했던 리어 리프 스프링의 완성도도 흠잡을 데가 없다. 탄소섬유 전문 제작사인 독일 벤틀러-SGL이 핸켈의 록타이트 매트릭스 맥스2라는 신소재로 만든 스프링을 세로가 아닌 가로로 배치한 후 중심축을 눌러 위아래 움직임을 다잡는 설계라 충격을 부드럽게 삼키고 소음도 적다. 그런데 V90 크로스컨트리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따로 있다. 바로 설정 속도 또는 앞차와의 간격, 그리고 차선을 유지하며 스스로 달리는 파일럿 어시스트나 시티 세이프티 등 능동형 안전 장비를 기본으로 적용했다는 점이다. 2020년까지 자신들의 차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자를 없애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실용성이 녹아든 심플함, 과하지 않은 우아함. V90 크로스컨트리는 딱 그 지점에 서 있다. 스웨디시 럭셔리를 앞세운 V90 크로스컨트리는 최근 출시된 고가의 프리미엄 럭셔리 차들이 내세우는 화려함과는 일찌감치 선을 긋는다. 너무 심플한 것 아닌가? 잠깐의 의구심이 들다가도, 그 편안함 앞에 스르륵 무너지고 만다. 

야누스다. 볼보 V90 크로스컨트리는 각도에 따라 전혀 다른 장르(?)로 탈바꿈한다. 정면의  V90 크로스컨트리는 의심할 것 없이 세단이다. 볼보의 플래그십 세단인 S90과도 꽤 닮았다. 그것도 잠시, 옆면으로 돌면 상황은 달라진다. 한눈에 들어오는 것도 버거운 긴 전장(4940mm)의 전형적인 왜건이 또 다른 얼굴을 내미니. 한데 이게 다가 아니다. 210mm의 최저 지상고로 SUV 수준으로 시야를 넓히고, 오프로드를 문제없이 달리겠다는 V90 크로스컨트리의 야심을 드러낸다. 큰 키 덕에 육중한 느낌이지만 정작 속내는 세단에 가까운, V90 크로스컨트리는 하나로 설명할 수 없는 묘한 매력을 풍긴다. 스웨덴의 척박한 자연환경에서 태어난 볼보답게 심플한 라인 속에 강인함 역시 살짝 숨겨둔 채다. 일명 ‘토르의 망치’로 불리는 T자형 풀-LED 헤드램프, 볼보의 새로운 아이언 마크가 적용된 세로 모양의 그릴 등은 중후하고 강한 인상을 남긴다. 사실 또 다른 반전은 실내다. 일단 운전석에 앉자마자 몸을 폭 감싸는 좌석 시트의 안락함에 미소가 번진다. 부드러운 가죽 시트의 놀라운 감촉도 물론이지만 승용차보다 조금 높은 시트 포지션으로 시야 확보도 용이한 편. 운전석과 보조석에는 마사지 기능이 추가됐는데, 마사지의 강도와 집중 부위까지 조절이 가능하다. 힘과 기능도 물론이지만 요즘 자동차들의 승패는 디자인 콘셉트로 귀결된다. 각 브랜드만의 디자인 감성과 특성을 어떻게 소비자에게 잘 어필할 것인가. 그 점에 있어 V90 크로스컨트리는 칭찬할 만하다. 
V90의 디자인 콘셉트를 설명할 때 가장 적합한 단어는 ‘스웨디시’다. 심플하지만 질리지 않는 디자인, 그 속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편안함. 심플한 계기판과 9인치 터치스크린, 버튼을 최소화한 센터페시아까지. 마땅히 있어야 할 위치와 기능에 충실한 모범생 그 자체다. 특히 스크린의 메뉴 구성은 지극히 일목요연하다. 5가지 주행 모드, 브레이크, 변속 패턴까지 원하는 대로 설정할 수 있는 운전자 프로필 기능 등 디지털에 취약한 이도 금세 익숙해질 만큼 심플하고 단순한 구조가 만족스럽다. 블랙 우드 트림과 브라운 컬러의 나파 가죽 시트는 과하게 심플한 인테리어에 우아한 포인트 하나를 남긴다. 운전석 중앙의 센터 스피커를 주축으로 한 19개의 스피커, 4존 온도 조절 기능, 실내 공기 청정 시스템, 2열 좌석 완전 폴딩을 통한 넉넉한 적재 공간 등 실용성과 편안함에 집중한 볼보의 오랜 뚝심이 읽힌다. 오프로더다운 외관과 승용차의 안락함을 겸비한 V90 크로스컨트리는 애초부터 경쟁 따윈 생각지 않은 것 같다.   

더네이버, 볼보, V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