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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PICK_Lifestyle

아티스트에게 영감을 제공하는 동물들

동물을 매개로 다양한 세계를 표출한 아티스트 6인의 작품들

2017.08.07

Genome Project - Lost Time 12-302, 2012, 캔버스에 유채, 91×65cm

 

최민건 
최민건의 작품에는 늘 개가 등장한다. 화면ㅁ 가득 담긴 개의 얼굴을 그린 ‘잃어버린 시간(Genome Project-Lost Time)’은 ‘대상’으로서의 개의 면모와는 사뭇 다르다. 관람자를 빤히 응시하는 작품 속 개를 마주한 채 서면, 관람자는 어쩔 도리 없이 긴장하게 된다. 크고, 깊고, 섬세하게 표현된 개의 눈은 말이 없이도 말을 하니까. 애완견에서 반려견으로, 그리고 가족의 존재로까지 신분 상승(?)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인간이 주체가 되어 대상으로서 소유되고 길러지는 개. 최민건 작가는 거기서 한발 떨어져 개를 새롭게 바라본다. 그 해답은 개의 눈에서 찾을 수 있다. 작품 속 개의 시선은 단지 눈동자가 가는 방향을 바라본다기보다 다분히 목적성을 가지고 목표를 바라보는 응시의 눈길에 가깝다. 이제 더는 당신의 소유물에 그치지 않겠다는 듯. 인간은 보는 주체임과 동시에 동물이라는 타자에게 ‘보여지는’ 존재라는 사실을 그 깊은 눈을 통해 인식하게 만든다. 

 

 

고양이들, 2014, F.R.D. 우레탄 페인팅, 300×200×200

 

변대용
변대용의 작품 세계는 얼핏 보면 귀엽고 판타지적인 캐릭터로서 동물을 형상화한 듯하다. 그러나 깊이 들여다보면 마냥 귀엽고 명랑한 세계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섬뜩한 우화에 가깝다. 작가는 화려한 판타지적 세계에 그늘진 소비 사회의 이면과 개인적 상처를 우화의 방식으로 표현한다.  가장 즐겨 다루는 소재는 동물이다. 분홍과 파스텔 컬러로 칠한 작품 속에는 현 사회를 향한 서늘한 메시지를 꼭꼭 숨겨놓는데, ‘고양이들(Cats, 2014)’에는 소비 능력과 취향으로 구별되는 덩어리진 사회에 대한 작가의 냉소적 인식이 담겨 있다. 서로 다른 생김새와 표정, 시선을 지닌 무리 지은 고양이들에는 마치 인격이 부여된 듯한 기묘한 느낌도 든다 .

 

 

1 Plastic Bag Elephant, 2012, 레진에 우레탄 도색, 70×35×50cm 2 Plastic Bag Dog, 2012, 레진에 우레탄 도색, 80×60×50cm  3 Plastic Bag Orangutan, 2012, 레진에 우레탄 도색, 190×180×70cm

 

이동헌
이동헌의 작품에 등장하는 동물은 모두 ‘사육되는 생명’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그리고 또 하나의 중요한 키워드는 ‘검정 비닐봉지’다. 작가에게 검정이란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새까만 비닐봉지의 색이다. 인간의 치부를 감추고 실상을 투영하는 작가 고유의 장치이기도 하다. 비닐봉지는 주로 일회용으로 편하게 물건을 담거나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한 목적을 지닌, 철저히 인간을 위한 편의 도구다. 작가의 작품 속 동물은 검은 비닐봉지에서 동물 신체 기관의 일부가 자라나거나 피부 전체가 은박 비닐로 덮여 있는 등 온전한 생명체로서의 형태와는 동떨어져 있다. 산업 사회와 소비 지상주의가 만든 대표적인 폐기물인 비닐봉지와 동물을 합체해 생명의 가치를 동일화한 것이다. 거기서 물질화, 몰가치화된 산업물-동물 변종을 만들어내고, 소비와 생산 그리고 폐기의 행위가 반복되는, 현대인의 욕망의 상징인 비닐봉지를 몸에 짊어진다. 무엇을 감싸든 결코 아름다울 수 없는 비닐봉지로 매듭지어진 동물은 이 시대 인간의 추한 욕망을 극적으로 드러낸다.

 

 

학, 2001, C-Print, 70×70cm 올빼미과, 2001, C-print, 70×70cm

 

윤정미
사진작가 윤정미는 사회적 통념이나 이데올로기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환기하는 작가다. 동일한 소재의 여러 대상을 유사한 구도로 반복 촬영해 특정한 사회적 단상을 보여주는 작업 방식을 차용하는데, 그의 작품 가운데 ‘동물원’과 ‘자연사박물관’은 초기작이자 작가의 철학을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작품이다. 실제 살아 있는 동물을 전시하는 동물원과 죽은 뒤 박제된 동물의 표본을 전시하는 자연사 박물관. 이 두 공간은 인간이 내린 정의와 분류의 체계대로 동물이 수집, 정리, 전시된다는 맥락에서 유사하다. 인간의 위대함을 과시하기 위한 다소 위압적인 공간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경희대 자연사 박물관에서 촬영한 ‘자연사 박물관(Natural History Museum, 2001)’ 작품을 들여다보면, 이미 죽었지만 살아 있을 때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몸짓이나 표정으로 박제된 동물을 목격할 수 있다. 이 비현실적인 한편 기괴하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사진에 담아 '가짜'임을 강조한다. 교육의 장, 혹은 기쁨을 주는 놀이터로 포장된 자연사 박물관과 동물원에 숨겨진 이면을 포착하고 고고한 척하는 인간의 비열함에 일침을 날린다. 

 

 

너의 영역, 2014, 2015, 42분 17초 HD비디오.

 

제2의 보금자리 2012, 2015, 44분30초 HD비디오. 

 

이소영
이소영의 영상 작품 ‘너의 영역(Your Territory, 2014, 2015)’은 반려견으로서의 개와는 다른 개의 모습을 포착한다. 미얀마 양곤의 길거리를 배회하는 개들을 카메라에 담으며, 인간에게 길들여지지 않은 채 도시의 한 영역을 차지하고 그 틀 안에 주체로 존재하는 사실을 드러낸다. 사람이 장악한 도시의 공백, 잉여 공간에 머무는 개를 관찰하며 공간 속 다른 존재의 공존을 고찰한 것. 이 작품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담은 ‘제2의 보금자리(The Second Nest, 2012, 2015)’와 함께 놓고 봐야 더 의미가 있다. 우리에 갇혀 사육되는 동물원의 동물을 촬영한 영상 속에는 호랑이, 표범 등의 맹수와 원숭이, 코끼리, 기린, 펭귄 등 전혀 다른 기후에 사는 동물을 함께 배치, 고유의 본성을 잃은 무기력한 모습을 극대화한다. ‘너의 영역’이 본래의 영역에서 살아가는 동물을 포착했다면, 후자는 자신의 영역을 철저히 무시당한 존재임을 강조한다. 
이주, 망명, 나약함, 박탈 등을 주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작가에게 동물은 이 사회의 현실과 주제를 단적으로 드러내기 좋은 소재다.

 

 

데드라인, 2014, 혼합 재료, 가변 크기

 

이선환
인간의 혀를 만족시키기 위해 동물은 쉽게 희생양이 된다. 무의식적으로, 아니 때로는 의식적으로 인간은 동물을 사육하여 육식을 즐긴다. 이선환의 작업은 그렇게 사라진 것들을 기린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동물과 함께 살며 수시로 삶과 죽음을 목격할 수밖에 없었던 유년기의 기억은 자연스레 작품 세계로 이어졌다. 이선환의 ‘데드라인(Deadline, 2014)’은 동물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인간의 태도에 대해 고뇌하고 관망한다. 벽에 걸린 작품의 띠 안에는 여러 종류의 가축, 이를테면 닭이 되지 못한 병아리, 버려진 반려동물, 로드킬을 당한 새 등 다양한 동물의 내장과 피부가 엉켜 있다. 손으로 꾹꾹 눌러 지문과 손자국이 생생하게 남아 있는 클레이 작업에는 그의 속죄하려 애쓴 마음이 담겨 있다. 육식주의자 혹은 육식 문화 자체를 섣불리 비판하는 대신, 자신 때문에 죽어야 했던 숱한 동물에 대한 연민과 애도를 담아낸 것이다.   

Cooperation 서울대학교 미술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더네이버, 동물컨셉작품, 전시, 미술관

CREDIT

EDITOR / 전희란 / PHOTO / PR / THE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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