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라더니 아침부터 추적추적 빗방울이 떨어진다. 실내 공기는 눅눅하게 젖었다. 꿉꿉한 기분을 물리칠 방법을 생각해보지만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다. 하늘에서 비가 내리는 이런 날에 어머니는 새콤달콤한 국수를 만들어주셨다. 지금도 왜 국수를 해주셨는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마 비가 떨어지는 모양이 국수 면을 닮아서일 거다. 장대같이 내리는 비를 보고 있으면 수천, 수만 가닥의 국수 면이 떨어지는 모습 같다. 어머니의 주메뉴는 열무비빔국수였다. 외할머니가 직접 담그신 알싸하고 시원한 열무를 곁들인 비빔국수는 뛰어난 맛은 아니었지만 몇 젓가락이면 이내 입 안과 몸이 개운해졌다. 이제는 맛볼 수 없는 그 비빔국수가 비가 오는 날이면 왜 그렇게 먹고 싶은지. 오늘처럼 그때 그 국수 맛을 다시 보고 싶은 날에는 경기도 연천의 ‘망향비빔국수’로 간다.

서울에서 망향비빔국수집이 있는 연천까지는 차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서울 동쪽에서는 3번 국도를, 서쪽에서는 37번 국도를 이용하면 된다. 두 국도는 전곡읍에서 만난다. 연천의 인구가 적다 보니 차가 막히는 일은 거의 없지만 요즘 같은 휴가철에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가평 쪽보다 산세는 별로라고들 하지만 물과 공기가 꽤 좋은 편이다. 요즘에는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군부대가 위치한 지역적 특성상 군용차가 많기 때문에 교통 흐름이 다소 늦다. 차라리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여유롭게 운전하는 게 낫다. 드디어 망향비빔국수집에 도착했다. 서울에서 출발할 땐 비가 내리더니 아쉽게도 이곳은 비가 그쳤다. 비를 보며 국수를 먹고 싶었는데…. 아쉬움을 뒤로하고 가게로 들어갔다. 이미 주차장에는 수십 대의 모터사이클이 줄을 맞춰 자리 잡았다. 망향비빔국수집을 방문하면 모두 비빔국수를 주문한다.

군인들 사이에서 인심 후한 국숫집으로 유명할 만큼 양이 대단하다. 아무리 배고픈 이등병이라도 곱빼기 하나면 충분하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단 5000원, 곱빼기는 6000원이다. 모양새부터 먹음직스럽다. 비록 외할머니의 알싸한 열무가 고명으로 올라가 있진 않지만 아삭아삭한 백김치와 오이, 상추가 곁들여 나온다. 화려한 지단도 없는 단출한 구성이지만 부족해 보이지 않는다. 면을 미리 삶아놓았다가 손님이 오면 잠깐 물에 헹궈 내놓는 그렇고 그런 휴게소 가락국수 면이 아니다. 주문이 들어가면 면을 삶았다가 얼음물에 씻어서 내놓는다. 덕분에 면이 탱탱하고 쫄깃하다. 면 아래에는 빨간 국물이 자작하게 있는데 10여 가지 채소와 암반수로 만든 야채수다. 자작한 육수라고 해서 텁텁하지는 않다. 새콤달콤하면서도 깔끔하다. 반찬으로 백김치가 나오는데 비빔국수에 싸서 먹으면 매운맛을 살짝 중화하고 식감도 풍성해진다. 유명한 칼국숫집의 맛있는 겉절이 역할을 백김치가 담당한다. 한 그릇을 다 비우면 배부른 행복감에 옅은 미소가 지어진다. 

망향비빔국수에 사용하는 재료는 HACCP(해썹) 인증을 받은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HACCP은 식품의 원재료 생산부터 먹기 전까지 모든 단계를 관리하는 안전한 먹거리의 증표다.

망향비빔국수 본점
위치 경기 연천군 청산면 궁평로 5
문의 031-835-3575
영업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30분까지(연중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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