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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PICK_Lifestyle

이것이 양양 라이프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 하지만 어디서 무엇을 하며 인생을 즐겨야 할지는 알려주지 않으셨다. 그래서 계획 따위 세우지 않고 떠났다. 이런 게 여행의 묘미 아닌가

2017.07.31

발리 여행 중 경험한 서핑을 제대로 배우고 싶었다. 작년부터였다. 강원도 양양이 서핑을 배우기에 그렇게 좋다던데. 서핑을 즐기는 선배도 양양을 입에 달고 산다. 어디로 떠날지 고민하는 일은 언제나 즐겁지만, 현실은 쉽게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결국, 작년에는 여름휴가를 떠나지 못했다. 그러던 중 기획 회의에서 양양이 언급됐다.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에 발맞춘 ‘모터’와 ‘트렌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기획! 개인적으로도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좋은 기회였다. 


동해안이라 수심이 깊을 것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양양의 해변은 수심이 얕고 여름철은 파도가 부드럽다(초보 딱지를 뗀 서퍼들은 이 무렵의 양양 바다를 ‘장판’이라 부른다). 초보자가 서핑을 배우기에 좋은 조건인 셈이다. 대부분 여름에 기초 실력을 갈고닦아 가을, 겨울에 강한 파도를 즐긴다. 이게 양양 서핑의 코스다. 점점 파도가 강해지니 초보에게는 1년 내내 즐길 수 있다는 게 장점. 제주도에 이어 서핑 성지로 손꼽히는 첫 번째 이유다. 이제 서울양양고속도로의 개통으로 서울과 접근성이 놀라울 정도로 좋아졌으니 양양으로 떠나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생겼다. 

 

며칠 후, 편집장으로부터 지프 그랜드 체로키와 함께 양양의 서핑 포인트를 찾아 ‘들쑤시라’는 지령을 받았다. 우선 지도를 펼치고 여행의 시작점을 탐색했다. 하조대 전망대가 눈에 들어왔다. 여기서부터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며 좋은 포인트를 직접 찾아보기로 계획을 세웠다. 포털 사이트에 ‘양양 서핑’을 검색하면 좋고 잘 알려진 숍과 포인트를 쉽게 찾을 수 있지만 그런 곳은 가기 싫었다. 분명 여자보다 남자가 많을 것이고 아이들도 가득할 테니. 양양의 북쪽 끝에 위치한 물치해변에서 정암해변까지 이어지는 4킬로미터 정도의 해변은 서핑을 즐길 포인트가 없다. 설악해수욕장과 낙산해변은 해운대 같은 곳이다. 당연히 패스. 


출발과 동시에 스마트폰 검색도 스톱. 올림픽대로를 빠져나가자 평일이라 그런지 차들도 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나도 슬슬 발에 힘을 주었다. 3.0리터 V6 터보 디젤 엔진이 부드럽고 거침없이 아껴뒀던 힘을 뿜어냈다. 8단 자동변속기와의 궁합은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에서 천생연분이었다. 무엇보다 정숙성에 놀랐고 편안했다. 여유로운 여행길이라면 다시 한번 이 녀석과 가고 싶다. 달리고 달려 고속도로 위에 떠 있는 내린천 휴게소에서 간단히 배를 채우고 다시 출발했다. 국내 최장, 세계에서 18번째로 긴 터널인 인제터널을 지나 50분 정도 더 달리니 운전석 창문으로 해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주변 풍경은 단순한데 길 안내는 꽤 복잡했다. 두리번대다 미리 좌회전을 해버렸다. 어차피 거의 다 온 마당이라 내비게이션을 종료했다. 길 끝에 철조망 너머로 바다가 보였다. 발자국 하나 없는 해변과 한 차례 폭우가 쏟아진 뒤 맑아진 바다 그리고 해변을 태워버릴 기세로 내리쬐는 태양. 철조망만 걷어내면 모든 것이 완벽했다. ‘저런 곳이 진짜 명당인데!’라고 생각하던 중 북쪽으로 이어진 철조망 중간쯤 있는 문을 발견했다. 맞은편에는 작은 서핑 숍과 이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펍이 자리 잡고 있었다. 태양 때문인지 맥주 때문인지 대낮인데도 볼이 발그레한 남녀들을 보니 제대로 찾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못 들어선 길에서 우연히 찾은 이곳은 ‘서피비치’다. 본래 군사지역이었는데 3년 전부터 일반인에게 개방하면서 국내 최초 서핑 전용 해변으로 탈바꿈했다. 40여 년간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됐던 만큼 모든 것이 그야말로 청정하다. 강사 말에 따르면 ‘서핑 성지 리스트’에 이미 이름을 올렸다고. 그는 “주말에는 양양의 다른 포인트와 달리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은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미소의 의미는 ‘물이 좋다’는 것이겠지. 쉽게 체험할 수 없는 해먹과 장정 두 명이 누워도 여유로운 비치 베드가 준비돼 있어 서핑을 즐기다 시원한 맥주 한 모금으로 마른 목을 축이며 여유롭게 쉴 수 있다. 그러다 또 파도가 부르면 언제든 뛰쳐나가면 된다. 낮에는 프로 서퍼가 지도하는 서프 스쿨에서 수준별 맞춤형 커리큘럼으로 서핑을 체험해볼 수 있다. 굳이 체력이 바닥날 때까지 파도와 싸울 필요 없다. 서핑이 힘들면 스노클링 장비나 ATV를 타면 된다. 좀 더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에게는 해변에서 진행되는 서프 요가와 코어 요가 레슨을 추천한다. 서피비치가 선사하는 선물은 ‘여유’다. 이곳에서는 누구도 서두르는 법이 없다. 느긋하게 바와 해변을 오가며 자기만의 시간을 즐긴다. 시간에 쫓겨 한 번이라도 더 바다에 나가려는 서퍼를 찾아보기 어렵다. 

 

서핑과 요가의 장점을 합친 서프 요가는 균형 감각과 몸매 관리에 효과 만점이다.

 

태양이 저물고 전 세계에서 11번째로 문을 연 코로나 선셋바에 화려한 조명이 켜지면 서피비치는 옷을 갈아입고 남은 열정을 불태울 준비를 한다. 이제부터가 진짜다. 알코올과 고막을 무자비하게 때리는 음악에 모든 걸 맡기고 양양의 밤을 즐기면 된다. 허기가 지면 푸드 트럭으로 달려가 배를 채우고 다시 시작. 서피비치의 밤은 여기가 강원도인가 싶을 정도로 상당히 이국적이다(외국인도 많다). 그래서인지 다른 포인트에서 서핑을 즐기고 밤에 술과 음악을 즐기러 오는 서퍼들도 많다. 8월까지 매주 토요일에는 코로나, 잭 다니엘, 레드불, 스톨리 등과 함께 스페셜 파티가 진행된다. 매주 디제잉, 워터 워, 프리드링크 타임, 기프트 이벤트 등 구성이 다양하다.


이곳에 반나절만 있어보면 사람들이 왜 서울을 버리고 ‘양양 라이프’를 선택하는지 알 수 있다. 낮에는 서핑, 밤에는 파티, 그리고 여유. 이게 바로 욜로(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고 행복이다. 여행이지만 바리바리 짐을 쌀 필요 없다. 뭔가 챙기는 것도 귀찮다면 맨몸으로 가도 된다. 이곳에서 겉모습은 중요하지 않다. 새로운 사람들과 바다 그리고 밤을 즐길 열정 하나만 있으면 된다.
글_구본진 사진_김형영, 서피비치

 

모터트렌드, 강원도여행, 양양, 서핑

CREDIT

EDITOR / 이진우 / PHOTO / 김형영, 서피비치 /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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