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과 오대산이 만나는 양양은 동해를 접하는 해안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산이다. 산세가 험하기는 하지만 곳곳에 임야와 수목을 관리하기 위한 임도가 이어진다. 인터넷 지도 위성사진을 뒤져보면 산자락마다 임도가 끝도 없이 이어진 것을 볼 수 있다. 

오대산 자락에 위치한 면옥치리와 법수치리 오프로드는 예부터 오프로드 동호회원들이 쉬쉬하며 놀던 곳(?)이다. 특히 법수치리 계곡은 골마다 차가 들어갈 수 있는 진입로가 있는데 물이 많은 장마철을 제외하고는 차가 계곡까지 들어간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바닥에 자갈부터 머리통만 한 돌이 많다. 지상고가 높은 차가 아니면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다. 송이밸리 자연휴양림에서부터 타고 올라 상왕도리를 지나는 임도는 산길과 물길을 타고 넘는 다양한 매력이 있는 오프로드다. 그 끝이 어딘지 모를 정도로 길고 갈림길이 많다. 

지프 75주년 기념 모델 랭글러 사하라 트레일레이티드를 타고 양양으로 향했다. 양양의 하늘만큼이나 푸른색 컬러에 지붕은 마치 구름처럼 흰색이다. 한편으로는 스머프가 떠오르는 컬러이기도 하다. 사하라는 루비콘에는 없는 가죽시트와 열선, 내비게이션, 사이드스텝 등이 들어간다. 보디 컬러도 일체형인데 시승차는 기념 모델인 만큼 투톤 컬러로 멋을 부렸다. 

처음 향한 곳은 현북면 면옥치리다. 산속 깊숙한 곳에 위치한 아주 자그마한 마을로, 이곳을 가운데 두고 주변으로 엄청나게 많은 임도가 있다. 예전 같으면 서울에서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열심히 달려도 2시간 30분은 족히 걸렸을 거리지만 양양고속도로를 타니 2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송이로를 타고 들어가 면옥치리 회관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상면옥치리 임도가 나오고 마을회관 쪽으로 직진하면 국립미천골자연휴양림까지 닿는 엄청난 길이의 임도가 있다. 하지만 마을길을 통해 들어가는 임도는 대부분 막혀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휴양림으로 향하는 임도는 바리케이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선택한 길이 사거리에서 좌회전해 법수치리로 가는 길. 약 2킬로미터의 짧은 길인데 전날 비가 내려 곳곳이 파이고 물이 고였다. 하지만 어려움이 없다. 이 차는 랭글러니까. 확실히 온로드보다 오프로드 그립이 더 좋은 느낌이다. 슬립이 일어도 꾸준하게 나아간다. 물이 고인 곳에서도 속도를 줄일 마음이 없다. 오히려 가속페달을 더 밟아 물이 더 높이 튀도록 호쾌한 액션을 만든다. 

짧은 임도를 내려오면 바로 법수치계곡이 눈에 들어온다. 한국에 이렇게 멋진 계곡이 있었나 싶을 것이다. 여기서 우회전해 올라가면 계곡으로 들어갈 수 있는 진입로가 나온다. 랭글러 사하라를 4L로 넣자 가속페달을 밟지 않아도 큰 돌과 작은 바위를 슬금슬금 타고 오르면 꾸준하게 진행한다. 간혹 앞이나 뒷바퀴가 걸려 진행을 하지 못할 때는 가속페달을 살짝만 밟아주면 된다. 높은 기어비 덕분에 높은 토크를 한 번에 쏟아내며 돌을 타고 넘는다. 창이 낮아 노면을 보기도 쉽고 도어를 열고 몸을 내놓은 채 앞을 보면서 진행할 수도 있다. 원래 랭글러는 이렇게 타라고 만들었으니까. 

하지만 점차 좌우 롤이 심해진다. 돌덩이들이 점점 더 커졌기 때문이다. 이때는 스웨이 바를 내리고 액슬 록을 걸면 더 편하게 진행할 수 있지만 사하라엔 두 가지 기능이 빠졌다. 스웨이 바 오프는 바퀴와 차체의 거리를 더 띄우는 기능이다. 상하운동이 활발해지고 승차감도 약간 좋아지는 효과가 있다. 액슬 록은 좌우 바퀴의 회전 차를 줄여 바퀴 하나가 빠져도 다른 하나의 동력으로 빠져나오는 기능이다. 최종감속비도 루비콘보다 낮아 한꺼번에 쏟아낼 수 있는 힘도 약간 줄어든다. 이 기능들이 빠졌다고 하더라도 이 차는 랭글러다. 계속 진행을 했지만, 전날 비가 많이 내려 물살이 센 관계로 더 이상은 들어갈 수 없었다. 

면옥치리와 법수치리 이곳저곳을 뒤지다 보니 벌써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다. 그렇다고 서울로 돌아가는 길이 크게 걱정되진 않는다. 새로운 고속도로로 더 빨리 갈 수 있으니까. 길도 새로 뚫어 바닥이 미끈하고 사하라는 승차감도 좋으니까. 
글_이진우 사진_최민석,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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