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6~7월이면 영국 남부 서식스의 휴양지인 굿우드 이스테이트(Goodwood Estate)에서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자동차 행사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FOS)’가 펼쳐진다. 과거와 현재의 경주차와 드라이버가 모여 그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는 관중들과 함께 스피드 열정을 불태우는 행사다. 

유럽에는 수많은 자동차 이벤트가 있지만 FOS는 모터스포츠에 특화된 이벤트라는 점이 다르다. 때문에 클래식카가 아닌 속도와 치열하게 경쟁했던 경주차들이 무대에 오른다. 6월 28일~7월 2일에 열린 올해 FOS도 ‘최고의 퍼포먼스로 모터스포츠 판을 뒤엎은 이들(Peaks of Performance-Motorsport’s Game-Changers)’이란 주제 아래 W125, 란치아 델타 S4, 포르쉐 917/30, MG 메트로 6R4, 페라리 P3/4 등 한때 수많은 관중을 환희와 희열 속에 빠뜨렸던 경주차들이 굿우드를 찾았다.  

FOS가 여느 자동차 이벤트와 다른 점은 행사에 참가한 차들이 경주를 벌인다는 것. 굿우드 페스티벌에 많은 사람이 모이는 이유도 ‘달리는’ 경주차를 보기 위해서다. 투어링카, 스포츠카, F1, 2차 세계대전 이전 등 총 6개의 클래스로 나눠 1.86킬로미터의 언덕길을 누가 빨리 달리는지 경주가 펼쳐진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경주차들이 굉음을 내면서 코스를 달리는 것만으로도 관중들에게 짙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특히 클래스 구분 없이 달리는 슛아웃(Shoot Out)은 FOS의 백미. 올해 FOS 슛아웃은 재규어 XJR-12D가 우승을 차지했다. 1990년 르망 24시간 레이스에서 우승컵을 거머쥔 프로토타입 경주차다. 2위를 차지한 펜스케 PC-22는 1993년 에머슨 피티팔디가 탔던 인디카 경주차였다. 힐클라임 경주 외에도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랠리와 모터사이클 경주 등이 펼쳐졌고, 올해 70주년을 맞은 페라리가 특별 전시와 함께 데모런을 펼쳤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인 만큼 자동차 회사의 홍보의 장이 되기도 한다. 올해는 포르쉐 911 GT2 RS를 비롯해 롤스로이스 던 블랙 배지, 맥라렌 570S 스파이더, 재규어 XE SV 프로젝트 8, 아우디 RS5 쿠페 등 고성능 자동차들이 굿우드에서 출시 행사를 가졌다. 

바퀴 위에서 뜨거운 인생을 살았던 전설적인 레이서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르망 24시간 5회 챔피언 데릭 벨은 페라리 166 디노 F2를 탔고 F1과 인디500에서 우승컵을 거머쥔 에머슨 피티팔디는 맥라렌 M23의 시트에 올랐다. 이 외에도 재키 스튜어트, 톰 크리스텐센, 앨런 맥니시, 고든 머레이 등 레이싱 역사에 또렷한 기록을 남긴 드라이버와 엔지니어들이 직접 경주에 참가하면서 스피드 열정을 지닌 관중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글_이진우

또 하나의 볼거리
설치미술가 제리 주다의 조형은 FOS의 볼거리 중 하나다. 올해는 버니 에클스턴의 업적을 기리는 40미터 크기의 다섯 대의 F1 경주차 조형을 선보였다. 에클스턴은 F1 드라이버로 시작해서 팀 매니저 및 오너를 거쳐 F1 매니지먼트 회장으로 오랜 시간 일했다. 돈과 관련된 업무에서 잡음을 많이 일으키기도 했지만, F1의 대중화와 발전에 큰 역할을 한 것은 누구나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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