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R FORCE 맥라렌 720S와 포드 GT(아래) 모두 공기역학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디자인을 채택했다.

맥라렌 직원들은 드라이빙을 꾸준한 투자와 개발이 필요한 취미 활동이라고 주장한다. 여기 그 말을 증명하는 차가 있다. 28만5794달러(약 3억2880만원)를 투자해 맥라렌 720S를 구입하면 트랙이나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한적한 도로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매끄럽고 빠르게 드라이빙을 즐기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새 맥라렌은 우리가 710마력 슈퍼카에게 기대하는 것만큼 활기차고 빠르다. 그리고 운전 실력과 상관없이 운전자를 돋보이게 해주는 섀시를 갖추고 있다. 운전자의 조작에 720S는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그러나 이보다 제대로 된 운전을 부추긴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720S는 학생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려주는 최고의 선생님 같은 느낌이다.

뒤쪽 풍경 다운포스를 키우기 위해 차체 너비만큼 긴 리어 윙을 달았다. 각도는 평소 30°이며 에어 브레이크 역할을 할 땐 80°까지 일어서 차체 뒤쪽을 안정감 있게 잡아준다. 날개 앞쪽 리어 펜더 모서리의 흡입구는 엔진으로 공기를 공급하는 동시에 펜더를 지탱해준다. 

맥라렌에 따르면 720S는 전체의 91퍼센트가 완전히 새로 설계됐다. 비록 4.0리터 V8 트윈터보 엔진이 맥라렌 스포츠카 라인업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MP4-12C의 3.8리터 엔진에서 진화한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콘셉트 또한 비슷하다. 720S는 욕조형 탄소섬유 승객실에 컴퓨터가 제어하는 액티브 서스펜션을 붙여 완성된다. 

승객실을 앞쪽으로 밀어낸 공격적인 디자인의 720S는 공기역학에 의해 움직인다. 공기는 앞 펜더 위를 넘어 도어의 통로를 통해 뒷바퀴 앞쪽에 위치한 두 개의 라디에이터로 흘러 들어간다. 라디에이터를 통과한 뜨거운 공기는 C필러 안쪽을 따라 차체를 타고 넘는 바람과 함께 빠져나간다. 다른 슈퍼카들이 헤드램프를 붙이는 위치에는 두 개의 커다란 공기흡입구가 있다. 헤드램프는 그 안을 가로지른다. 이곳으로 들어온 공기는 앞바퀴 앞의 라디에이터를 식힌다. 이런 디자인 때문에 720S는 공개와 함께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실제로는 기능과 시각 모두를 만족시킬 만큼 매력적으로 보인다.

M840T 엔진은 한층 완벽해졌다. 스트로크를 늘리고 흡기 시스템의 길이를 줄인 후 저항이 적은 티타늄-알루미늄 합금 터빈을 쓰는 신형 트윈스크롤 터보차저를 달았다. 그리고 전자동 웨이스트 게이트를 이용해 터보차저의 한계 회전수도 높였다. 개발 목표는 650S, 675LT보다 더 많은 출력과 토크, 그리고 더 정확한 응답성이었다. 

710마력은 7000rpm에서 오롯이 느낄 수 있다. 5500~6500rpm에서는 최대토크 78.6kg·m를 뿜어낸다. 일반적인 4.0리터 V8 트윈터보 고성능 엔진보다 회전 범위가 훨씬 높아 자연흡기 엔진처럼 느껴지며, 8200rpm까지 가속의 흥분이 가라앉질 않는다(반면 메르세데스 AMG GT R의 엔진은 최대토크 71.4kg·m를 겨우 1900rpm에서 쏟아낸다). 하지만 성격이 비슷한 자연흡기 엔진처럼 3000rpm 미만에서는 약간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맥라렌에 따르면 정지 상태에서 시속 97킬로미터까지의 가속시간은 2.8초에 불과하며 페라리 488 GTB보다 0→시속 200킬로미터 가속시간이 약 0.5초 빠르다(720S 7.8초, 488 GTB 8.3초). 400미터는 10.3초 만에 주파하며 도달 속도는 시속 341킬로미터다. 그러나 서스펜션과 파워트레인을 기본 세팅에 두고 듀얼클러치 7단 변속기를 자동으로 설정하면 시내 주행이 편한 귀염둥이로 돌변한다. 

어서 오세요 활짝 열리는 도어와 잘린 루프 덕분에 타고 내리기 편하다. 루프는 욕조형 탄소섬유 승객실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이며 얇은 기둥들은 이 차가 얼마나 가볍고 날렵한지를 증명한다. 

우아한 세계 2018 맥라렌 720S의 디지털 계기판은 트랙 모드에서 앞으로 쓰러지면서 위쪽의 얇은 디스플레이만 남기고 안쪽으로 들어간다. 보조 디스플레이에는 중요 정보만 표시한다(왼쪽). 인포테인먼트 스크린과 각종 제어장치들은 운전석 쪽으로 치우쳐 있다. 

돌려봐 엔진, 변속기, 서스펜션 등은 각각 컴포트, 스포츠, 트랙 모드로 조정할 수 있다.

실내는 그 어떤 미드십 슈퍼카보다도 완성도가 뛰어나다. 시트는 사랑스러울 정도로 편안하며 스티어링휠은 고급스럽다. 트랙 모드에선 새 디지털 계기판이 앞으로 쓰러지면서 위쪽의 얇은 디스플레이만 남기고 안쪽으로 들어간다. 보조 디스플레이는 기어, 엔진 회전수, 속도 등의 중요 정보만을 띄운다. 토글식 변속 버튼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아래쪽의 플라잉 버트리스(허공에 떠 있는 패널)에 붙어 있다. 

일반(스포츠) 모드에서의 주행 감각과 핸들링은 650S보다 트랙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675LT와 더 비슷하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서스펜션의 반응과 변속이 더 부드러워진다. 포르쉐 911보다 적은 타이어 소음, 회전 구간에 따라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엔진 사운드, 그리고 360리터에 달하는 트렁크 공간(앞 150리터, 뒤 210리터) 등은 720S를 그란투리스모로 느끼게 해준다. 

스포츠와 트랙 모드에서는 댐퍼와 스프링을 단단하게 조여 서스펜션 반응을 바꾼다. 또한 엔진과 변속기가 더 날카로워진다. 스포츠 모드에선 맥라렌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침착한 보디 컨트롤이 빛을 발한다. 아무리 거친 도로 위라고 해도 말이다. 파워트레인 설정이 그리 매력적이진 않지만 빠른 변속과 폭발적인 배기음을 선사한다. 맥라렌의 엔지니어들 역시 빠른 속도보다는 운전자를 만족시키는 데 집중했다고 인정한다. 

고속 세팅은 따로 있다. 서스펜션을 노면 사정에 따라 컴포트 또는 스포츠 모드에 두고 엔진과 변속기를 트랙 모드로 바꾼 후 수동으로 변속하면 720S는 맹렬한 속도로 시공간을 압축시킨다. 엔진의 추진력은 믿을 수 없을 만큼 강력하며 변속 역시 번개같이 빠르다. 앞머리는 거머리처럼 노면에 붙어 달리며 꽁무니는 이를 한 치의 오차 없이 따라 붙는다. 하지만 백미는 옵션인 피렐리 P제로 코르사 타이어를 장착하고 트랙 위를 달릴 때다. 650S보다 구조적인 접지력이 큰 데다 다운포스까지 더 늘어난다. 덕분에 다른 고성능 차들 사이를 화살처럼 가를 수 있고 강력한 제동에도 안정감이 뛰어나다. 무엇보다 스티어링과 가속페달을 조작할 때 섀시의 즉각적인 반응이 인상적이다. 

“가속페달을 밟을 때와 뗄 때의 반응이 아주 중요합니다.” 맥라렌의 테스트 드라이버이자 720S를 연마한 크리스 굿윈이 말했다. 720S는 뒷바퀴에 토크를 더하거나 빼는 것이 매우 균일하다. 덕분에 차의 균형을 쉽게 조절할 수 있고 회전 반경을 줄이거나 궤적이 큰 드리프트를 이어갈 수도 있다. 섀시는 운전자의 의도를 명확하게 표현하며 지속적인 반응을 통해 운전자의 자신감까지 북돋는다. 또한 맥라렌 가변 드리프트 컨트롤(조절식 트랙션 컨트롤)을 사용하면 코너에서 720S를 레이서처럼 다룰 수도 있다. 

720S는 현재까지 출시된 맥라렌 중 슈퍼카다운 모습을 가장 잘 드러낸 모델이다. 운전에 자신이 붙었다면 반응 속도, 균형, 접지력, 출력 등의 핵심 요소 모두를 전자제어 장치에서 수동으로 제어해볼 수 있다. 그러면 아주 순수한 형태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글_Angus MacKenz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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