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매력 별 모양으로 장식한 네모난 테일램프와 귀여운 모습만 보고 가로수길에나 끌고 다닐 SUV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레니게이드는 앙증맞고 귀여운 디자인 안에 지프의 오프로드 성능을 품고 있다.

절묘하다. 지프 레니게이드는 전통적이면서 현대적이고, 전형적이면서 파격적이다. 반듯하게 잘린 앞뒤 모습은 랭글러 같은 전통적인 험로주행차를 떠오르게 한다. 하지만 옆에서 보는 비례는 현대적인 SUV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동그란 헤드램프는 전형적인 지프의 모습을 쏙 뺐다. 하지만 안팎 곳곳의 세부적인 꾸밈은 아기자기하고 파격적이다. 레니게이드는 애초부터 지프의 혈통을 이어받은 젊고 현대적인 소형 SUV로 기획됐다. 그래서 디자인도 2010년 FCA에 입사한 파릇파릇한 디자이너 제러미 글로버와 이언 헤지가 맡았다. 덕분에 젊고 경쾌한 디자인이 나왔다. 참신하다. 곳곳에 숨은 귀엽고 발랄한 디자인 요소에선 젊은 디자이너들의 유쾌함이 잘 드러난다.

동력계는 두 가지 엔진과 한 가지 변속기로 꾸려졌다. 엔진은 2.0리터 터보 디젤과 2.4리터 휘발유 가운데 고를 수 있다. 주력은 2.0리터 디젤이다. 멀티젯 Ⅱ 터보 디젤 엔진인데 바로 전 세대 쉐보레 말리부 디젤에 들어간 것과 같은 계열이다. 피아트 같은 FCA 산하 브랜드는 물론 GM 아래 있던 오펠에도 다양하게 쓰인다. 레니게이드가 품은 엔진은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35.7kg·m를 발휘한다. 론지튜드 앞바퀴굴림 모델에 얹히는 2.4리터 휘발유 엔진이 175마력, 23.5kg·m를 내는 걸 생각하면 디젤이 좀 더 매력적이다.

변속기는 독일 ZF의 9단 자동이다. 피아트와 크라이슬러 등 FCA에서 최근 주력으로 사용하는 변속기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와 디스커버리 스포츠에 들어가는 9단 자동변속기와 같은 계열이다. 그런데 이 변속기가 레니게이드와 그리 잘 어울리는지 모르겠다. 초반 기어비가 커 가속이 더디다. 속도가 어느 정도 붙어야 성큼성큼 걸음을 재촉한다. 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짧지 않다. 그런데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가속하는 데도 최소 5단 이상은 올라가야 한다. 9단에서 시속 100킬로미터로 정속주행하면 엔진회전수가 1500rpm 정도로 떨어진다. 연비 향상에 도움이 된다. 그런데 최고 170마력을 내는 디젤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가 조화를 이루는 메르세데스 벤츠 GLC 220D는 같은 조건에서 엔진회전수를 1300rpm까지 떨어뜨린다. 레니게이드와 같은 변속기를 사용하는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도 1350rpm까지 내려간다. 참고로 지프 레니게이드 2.0리터 디젤 엔진 모델의 공인연비는 복합을 기준으로 리터당 11.6킬로미터다.

시승차는 리미티드 모델인데 플라스틱 천장을 뗄 수 있는 마이 스카이 옵션이 달렸다. 하지만 이 옵션은 지난 5월 파노라마 선루프로 바뀌었다.

그래도 지프는 지프다. 험로주파 능력은 작고 귀여운 레니게이드에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휘발유 모델을 제외한 모든 모델에 AWD가 기본이다. AWD 모델엔 자동은 물론 눈길과 모래, 진흙탕길 등의 모드를 지원하는 셀렉 터레인(Selec-Terrain)이 함께 들어간다. 더불어 어떤 상황에서든 앞뒤축에 항상 균일하게 토크를 분배하는 4WD 록과 크롤 비를 20대 1까지 높여 최대한의 구동력을 끌어내는 4WD 로도 지원한다. 레니게이드에 들어간 액티브 드라이브 로 AWD 시스템은 평소에는 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앞바퀴에만 동력을 전달하다가 상황에 따라 0.3초 만에 AWD로 바꿀 줄 아는 똑똑한 시스템이다.

그 밖에 매력적인 옵션도 많다. 트레일호크에는 완전히 때어낼 수 있는 플라스틱 천장이 들어간다. ‘마이 스카이’라고 하는데 컨버터블 같은 개방감을 선사한다. 차선을 벗어나면 직접 운전대를 돌려 이탈을 방지하는 시스템과 사각지대 감지 시스템, 급제동 시 제동력을 극대화하는 시스템, 코너링 램프 등 각종 안전장비가 적잖이 들어 있다. 계기반 가운데 들어간 7인치 디스플레이는 다양한 정보를 시원하게 보여준다. 6.5인치 터치스크린에 담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유용하다. 단, 마이 스카이를 제외하면 리미티드만 모든 옵션이 기본이다. 그 밖의 모델에는 일부 사양이 제외된다. 트레일호크를 뺀 나머지 모델엔 마이 스카이 대신 파노라마 선루프가 들어간다. 국내 첫 출시 당시엔 마이 스카이가 기본이었지만 국내에서 반응이 별로 좋지 않아 파노라마 선루프로 바뀌었다.

값은 최고급 모델인 리미티드가 4190만원, 론지튜드 2.0 디젤이 3790만원, 론지튜드 2.4 휘발유가 3280만원이다. 5월에 새로 출시된 트레일호크는 4140만원이다. 험로 주파에 좀 더 알맞게 정비된 모델이다. 물론 일반적인 경우 험로를 달릴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정통 험로주행차가 자극하는 감성적인 매력은 분명 있다. 지프라는 브랜드가 주는 상징성만으로도 마음이 충분히 흔들릴 수 있단 얘기다. 레니게이드도 어엿한 지프 혈통이다. 
글_고정식(객원 에디터)

지루한 건 1초도 견딜 수 없는 20대 힙스터, 소형 SUV로 오프로드를 달리고 싶어 하는 무모한 모험가.

모터트렌드. 자동차, SU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