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Only Live Once’. 욜로(YOLO), 인생은 한 번뿐이니, 지금의 행복을 위해 인생을 즐기라는 것. 사실 욜로는 요즈음 등장한 단어는 아니다. 2004년 미국의 리얼리티 쇼 출연자인 애덤 메시가 처음 썼고, 2011년 캐나다 출신의 래퍼 드레이크가 자신의 가사 속에 욜로를 사용하면서 널리 퍼졌다. 사라질 뻔한 욜로를 다시 소환한 것은 미국의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다. 그는 건강보험 개혁안 ‘오바마 케어’의 홍보 영상에서 ‘Yolo, Man’을 외쳤고, 그의 지지율만큼 이 영상은 큰 인기를 누렸다. ‘욜로’라는 단어가 다시 주목받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욜로의 메시지는 명쾌하다. 막연한 미래를 준비하며 현재의 괴로움을 인내하기보다 현재의 행복을 위해 소비를 아끼지 말라는 것. 치솟는 청년 실업률, 경기 침체 등 미래를 기대할 수 없는 암울한 한국의 청년에게 어쩌면 ‘욜로’는 희망의 빛이었을지 모른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말로 인내를 요구하는 대신, 잠시 짐을 내려놓고 현재를 즐기라는 욜로의 메시지는 그 어떤 신의 메시지보다 큰 희망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현재의 행복을 추구하는 욜로족. 그들은 미래가 아닌 지금, 소유가 아닌 공유, 물질이 아닌 경험을 더 중시한다. 그런데 덜 벌고 덜 일하고 덜 써도 행복하다고 느끼는 일본의 사토리족과는 확연히 다르다. 사토리족은 자발적 미취업자가 되어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며 삶에 안주한다. “욜로는 후회 없이 즐기고 배우라는 삶의 철학이자 본인의 이상을 향한 실천이다. 미래를 향한 기대를 접은 절망인 동시에 긍정의 에너지를 담은 희망의 주문이다.” 김난도 교수가 언급했듯, 욜로족은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행복을 적극적으로 실천한다. 욜로 라이프, 지금 우리가 욜로를 주목할 이유는 단순히 트렌디한 사회·문화적 현상으로 치부할 수 없는 그 무엇 때문이다.        

나만 빼고 모두가 욜로족?  
욜로 열풍은 TV의 풍경까지 바꿔놓았다. 발리의 작은 섬에 일주일간 한식당을 내고 이를 운영하는 모습을 담은 tvN <윤식당>은 큰 인기를 끌었다. 도시를 떠나 섬에 머물며 취향대로 살아보는 <섬총사>, 40~50대 중년 세대가 청년 시절로 돌아간 듯 시청자들과 함께 패키지 여행을 즐기는 JTBC <패키지로 세계일주-뭉쳐야 뜬다>, 방송 전부터 이슈를 낳은 <효리네 민박> 등 포장지는 조금씩 달라도 그 뿌리는 ‘욜로’와 맞닿아 있다. 이뿐인가. 욜로족을 위한 패션 뷰티 상품, 여행 상품 등 욜로를 앞세운 많은 상품이 줄줄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쯤에서 반기를 드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욜로는 그저 유난스러운 몇몇 사람들이 조장한 ‘흘러갈’ 트렌드일 뿐이라고! 물론 사실일 수도 있다. 어쩌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평범한 40대인 나는 요즘 부쩍 성토의 전화에 시달린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지인들의 토로 때문이다. 이나가키 에미코의 <퇴사하겠습니다>가 베스트셀러에 오른 게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과연 이것을 나이 먹는 사람들의 슬픈 투정 정도로 받아들여야 할까? 그것이 꼭 회사가 아니어도, 요즘 현대인은 어딘가로 떠날 궁리에 여념이 없다. ‘욜로’는 비단 암울한 현실에 눈물짓는 20~30대 젊은 세대의 외침만은 아닌 것이다. 
20~30대가 어떻게 성공할지를 고민한다면, 40~50대는 지금의 나는 어떻게 살지를 고민한다(60대 이후 노년층 역시 별다르지 않다). 유시민 작가는 <어떻게 살 것인가>
를 통해 화답한다. “나는 글쓰기로 되돌아왔다. 정치가 싫다거나, 잘할 수 없을 것이라는 좌절감 때문만은 아니다. 내 인생의 남은 시간 동안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싶어서다. 인생이라는 너무 짧은 여행이 그리 길게 남지 않아서다. 그래서 더 절실한 마음으로 자문해본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가? 이 삶은 훌륭한가? 이렇게 계속 살아가도 괜찮은 것인가?” 유시민은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떠나 글 쓰는 일로 돌아왔다. 자신만의 ‘욜로 라이프’를 택한 것이다. 그런데 유시민은 행복한 축에 속한다. 자신이 원하는 삶,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았기 때문이다. 고백하자면 나 역시 늘 떠남을 꿈꾸는 ‘애벌레’ 욜로족이다. 한데 아직 떠나지 못했다.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화한 나비들의 화려한 비상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여린 애벌레 생활이 몇 년째 계속되고 있다.  
“8개월 신나게 노니까 뭘 하고 싶은 게 생기더라, 자연스럽게.” 먼저 나비가 되어 제주도로 떠난 지인은 한마디를 덧붙였다. “나 자신에게 시간을 좀 줘.” 비상을 꿈꾸는 애벌레들에게 필요한 처방은 ‘놀이’일지 모른다. 조금 뜬금없는 말 같지만, 총량의 법칙에 따르면 공부의 총량, 쾌락의 총량, 놀이의 총량은 정해져 있다. 쉽게 말해 평생 놀아야 할 양이 정해져 있고, 그것이 충족됐을 때 자연스럽게 다른 걸 꿈꾸게 된다는 것이다. 노는 것, 그것은 일의 반대말이 아니다. 그것은 곧 삶에 대한 고민과도 같다. 그러니 우리는 떳떳하게 놀아야 한다. 놀이의 총량이 다할 때까지 말이다. 이쯤에서 묻고 싶다. 당신은 어떤 놀이를 즐기며 사는가. SNS에 허세를 부리고 영상을 즐기며, 카톡으로 상사와 친구를 씹어대며 스트레스를 풀고 있지는 않은가. 안타깝지만 이러한 디지털 놀이는 진짜 놀이가 아니다. 종국에는 자괴감과 눈의 노화만 촉진할 뿐이다. “인생의 비결은 보이는 대로 쾌락을 누리는 데 있으며 가장 강렬한 쾌락은 지적이지도 언제나 도덕적이지도 않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티포스, 그는 쾌락주의의 선봉자다. 인생의 목적을 욕망과 쾌락에 둔 그의 철학에 100% 동조할 수는 없지만, 그가 삶에서 쾌락을 극대화하기 위해 채택한 방법이 있었으니 그 첫 번째는 여행이고, 두 번째는 쇼핑이었다. 순간, 기분이 묘해진다. 몇백 년이 흘렀지만, 삶의 고통과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은 여전하다는 사실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위안도 된다. 행복한 삶을 위한 고민. 그것은 비단 현대인만의 고민이 아니며, 어쩌면 ‘욜로’는 현대 사회가 낳은 외로운 외침이 아닐 수도 있다. 욜로를 그저 흘러가는 트렌드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느긋한 삶을 원하는 프랑스의 ‘오캄 라이프’, 안락함 속에서 행복을 찾는 덴마크의 ‘휘게’ 등 단어는 달라도 사람들은 지금 저마다 욜로를 고민하며, 즐기는 중이다. 여행을 떠나고, 맛집을 찾아 나서고, 살아 있는 무언가를 기르는 일. 그 어떤 것이든 당신만의 놀이가 필요하다. 분명한 것은 굳이 숲이고, 바다일 필요는 없다는 것. 마음껏 놀고 경험하라, 욜로는 멀리 있지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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