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일 웰리힐리파크, 수십 대의 지프가 오프로드를 주행하기 위해 슬로프 아래 길게 줄지어 섰다. 레니게이드, 랭글러, 체로키, 그랜드 체로키, 레니게이드 트레일호크까지 국내 출시한 모든 지프가 제 순서를 기다리며 우렁찬 엔진음을 쏟아냈다. “평소 운전할 때보다 시트를 앞쪽으로 당기고 등받이도 더 곧게 세우세요.” 조수석에 앉은 인스트럭터가 오프로드 주행은 일반도로 주행과 시트 포지션이 조금 다르다며 시트 조절하기를 권했다. “속도를 많이 낼 필요가 없습니다. 천천히 움직이며 장애물 탈출에 집중하세요.”

오프로드는 속도를 우선시하는 서킷과는 성격이 다르다. 리듬감과 세밀함으로 장애물을 탈출해 나가는 것이 핵심이다. 무턱대고 속도를 내다간 바퀴가 헛돌아 제대로 노면과의 접지도 어려울뿐더러 심하면 전복될 수 있다. 지프는 스키장 슬로프에 16개의 장애물 코스를 준비했다. 코스의 오프로드 난이도는 6~7단계 사이(일반도로는 10단계)로 국내에서도 쉽게 경험할 수 없는 단계다. 계단과 물구덩이, 커다란 시소, 옆으로 기울어진 길 등으로 구성됐다.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레니게이드 트레일호크와 이곳을 함께했다. 레니게이드의 오프로드 능력을 높인 모델이다. 오프로드 능력이 탁월한 루비콘도 있었지만 이날만큼은 레니게이드 트레일호크가 못내 궁금했다. 비록 소형 SUV지만 이곳에 모인 지프 중 루비콘 다음으로 오프로드 능력이 뛰어나다고 하니 그 능력을 직접 겪어봐야 했다. 레니게이드 트레일호크는 다른 지프에 비해 짧은 휠베이스를 가진 레니게이드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진입각을 30도, 이탈각을 34도로 키웠고 바닥에는 스키드 플레이트를 덧댔다. 또 섀시 강성을 높이고 주행모드에 록(Rock) 모드를 추가했다. 미국에서 출시한 트레일호크 모델에서 몇 개의 옵션이 빠지긴 했지만 지프가 준비한 코스를 섭렵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가도 될까?’ 고민할 필요가 없다. 천천히 리듬에 맞춰 가속페달을 밟으며 스티어링휠만 정확한 방향으로 이끌면 그만이다. 트레일호크 앞에서 계단은 나지막한 언덕이다. 굴절이 심한 요철 코스에서도, 바퀴 한두 개가 공중에 떠 있어도 노면에 접지한 바퀴가 1630킬로그램의 무게를 버티며 슬금슬금 앞으로 굴러갔다. 16개의 코스 중 백미는 단연 메가 트랙션이다. 메가 트랙션은 스키장의 중급 레벨의 슬로프를 올라가는 코스로 길의 끝에 하늘이 보일 정도로 기울기가 가파르다. 모든 코스를 직접 운전할 수 있었지만 오직 이곳만은 인스트럭터가 직접 몰아 올라갔다. 코스에서 조금만 이탈해도 전복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운전석에 앉을 땐 장애물을 하나하나 극복해나가며 묘한 성취감을 주더니, 조수석에선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약 20분간의 주행을 마치고 나니 가슴속에 뜨거운 무언가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기분이었다. 

6월 3일부터 4일간 총 1000팀이 지프 캠프를 방문했다. 올해는 처음으로 지프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고객들까지 초청해 지프에 대한 매력에 빠지게 했다. 포르쉐 앓이만 있는 게 아니다. 지프 앓이가 시작되고 있다.  
글_김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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