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그동안 탔던 SUV의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지더니 결국은 차를 바꿔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7년간 우리 가족의 이동수단이 돼주었던 차에게 미안한 소리지만 이번 기회에 차를 바꿀 수 있어서 솔직히 기분 좋았다. 사실 SUV와 헤어지고 싶었다. 이제는 아이들도 제법 컸으니 마음에 담아뒀던 스포츠 세단을 사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아내의 강력한 만류에 스포츠 세단으로 향했던 눈길을 다시 SUV로 돌려야만 했다. 두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이런 상황에 공감할 거다. 차를 구입할 때 운전을 하는 아빠의 욕망도 중요하지만 사실 가족들의 의견이 더 중요하다.

많은 SUV 중 몇 개의 후보를 추렸다. 아내와 나의 1순위였던 메르세데스 벤츠 GLC에 관심이 있어 전시장을 찾았다. 외관과 실내를 꼼꼼히 살피던 아내도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였다. 그렇게 GLC로 선택이 굳어갈 때쯤 영업 사원은 스포츠 세단을 타고 싶다는 나의 넋두리를 들었는지 희소식 하나를 건넸다. 4월에 GLC 쿠페가 나온다는 것이었다. GLC 쿠페라면 가족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SUV이면서도 스포티한 디자인과 성능으로 나와 가족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선택이었다. 오래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그렇게 7년 만에 GLC 쿠페로 차가 바뀌었다.
GLC 쿠페는 GLC와 같은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을 사용하는 파생 모델이다. C 클래스부터 E 클래스, S 클래스 그리고 GLC까지 뒷바퀴굴림 기반에 폭넓게 사용하는 MRA 플랫폼이 적용됐다. 파워트레인은 C 클래스와 GLC에 적용된 터보 디젤 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가 짝을 맞춘다. GLC와 핵심 부분들을 공유하지만 몇 가지 부분에서는 차이가 뚜렷하다.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외관 디자인이다. 쿠페라는 이름답게 중앙 B필러부터 시작해 트렁크까지 떨어지는 디자인은 GLE 쿠페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느낌이다. 사실 GLE 쿠페는 쿠페라고 부르기엔 매끈한 맛이 좀 떨어졌다. GLC 쿠페의 주행감도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GLC를 시승할 때와 조금 달랐다. GLC와는 다른 엔진 세팅이 적용된 것 같다. GLC가 푹신한 승차감과 부드러운 반응이었다면 GLC 쿠페는 단단하고 민첩한 반응을 보였다. 지상고를 낮춘 스포츠 서스펜션과 20인치 휠 덕분에 엔진 반응이 빠르고 하체도 탄탄했다. 거기에 스티어링휠 조향각의 세팅도 조절해 핸들링도 예민하게 느껴졌다. 

GLC 쿠페의 스티어링휠을 잡고 가속페달을 살포시 누르면 흐뭇하게 미소가 지어진다. 두 아이와 아내 역시 넉넉한 공간과 편안한 승차감을 좋아한다. 애초의 목적이었던 스포츠 세단은 아니지만 가족과 나 사이의 적절한 합의점을 찾은 것 같아 못내 뿌듯하다. 가족을 위해 SUV는 필요하지만 디자인과 주행 성능을 포기할 수 없는 아빠들에게 GLC 쿠페는 매력적인 차다. 글_김종배(자영업)

MERCEDES-BENZ 
GLC 220D 4MATIC COUPE

가격 732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AWD, 5인승, 5도어 왜건 엔진 직렬 4기통 2.2ℓ DOHC 터보 디젤, 170마력, 40.8kg·m 변속기 9단 자동 무게 1915kg 휠베이스 2875mm 길이×너비×높이 4700×1910×1610mm 연비(복합) 12.9km/ℓ CO₂ 배출량 148g/km

구입 시기 2017년 5월 총 주행거리 1574km 평균연비 14km/ℓ 월 주행거리 1568km 문제 발생 추돌 방지 시스템 오류 점검항목 추돌 방지 시스템 프로그램 업데이트 한 달 유지비 15만원(유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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