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4, 16 할머니 모델을 전면에 내세운 돌체&가바나의 광고 캠페인. 2 아이그너의 광고 모델로 등장한 아이리스 아펠 여사. 3, 4, 7 2017 F/W 베트멍 쇼의 할머니 할아버지 모델. 5 뮤지션이자 시인, 모델인 레슬리 와이너가 등장한 비비안 웨스트우드 캠페인. 6, 10 다양한 연령대의 모델이 등장한 2017 F/W 돌체&가바나 쇼. 8 유르겐 텔러가 촬영한 비비안 웨스트우드 캠페인. 9 소설가 조앤 디디온을 모델로 내세운 셀린느의 2015 S/S 캠페인. 11 알베르타 페레티 컬렉션을 감상하고 있는 안나 윈투어.

12 지지 하디드와 함께 보테가 베네타 쇼의 피날레를 장식한 로런 허튼. 13 캘빈클라인 언더웨어의 캠페인 모델로 발탁된 로런 허튼. 15 시몬 로샤 컬렉션에 등장한 할머니 모델. 

패션계는 늘 젊고, 신선한 얼굴을 찾아 헤맨다. 매년 더 어리고 개성 넘치는 모델들이 런웨이를 점령하고, 모델들은 새로움을 어필하기 위해 파격적인 메이크오버도 서슴지 않는다. 극단적인 예가 바로 최근 패션계에 불어닥친 버즈컷(일명 반삭) 열풍. 여성에게 상징과도 같던 긴 머리를 과감하게 밀어버린 모델이 대거 등장한 것도 신선함을 갈망하는 패션계가 낳은 새로운 양상이다. 이렇듯 항상 낯선 아름다움을 찾아 헤매는 패션계가 최근 사랑에 빠진 인물이 있으니, 바로 할머니들이다. 지금까지 올드한 분위기의 브랜드가 젊은 모델을 기용함으로써 브랜드의 젊음을 과시했던 것과 반대로, 젊고 힙하기 그지없는 브랜드가 할머니를 모델로 내세움으로써 그 누가 입어도 쿨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나선 것이다. 
시니어 열풍을 일으킨 대표 주자로 베트멍과 발렌시아가의 수장 뎀나 바잘리아를 빼놓을 수 없다. 베트멍 2017 F/W 컬렉션에서 첫 번째 모델로 백발의 할머니가 밍크 코트를 입고 우아하게 걸어 나온 것에 이어, 오버사이즈 트렌치 코트 룩을 완벽하게 소화한 또 다른 할머니 모델이 등장했다. 해당 컬렉션은 할머니뿐만 아니라 할아버지 모델도 중간중간 등장하며 시니어 모델의 파워를 여실히 보여줬다. 시몬 로샤 또한 백발의 할머니를 모델로 내세웠는데, 블랙 룩과 실버 헤어가 만났을 때 얼마나 우아한 룩이 탄생하는지를 보여주어 두고 두고 회자됐다. 그 외에도 드리스 반 노튼, 돌체&가바나, 가레스 퓨 등 수많은 브랜드에서 톱모델 대신 할머니 모델을 내세우며 이 새로운 흐름이 일시적 현상이 아님을 증언했다. 사실 시니어 열풍은 2017 F/W 컬렉션 이전에도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낸 적이 있다. 2017 S/S 컬렉션에선 보테가 베네타의 스페셜 쇼 피날레 모델로 배우이자 모델인 로런 허튼이 지지 하디드와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등장했는데, 이후 그녀는 라프 시몬스의 첫 번째 캘빈클라인 언더웨어 캠페인 모델로도 발탁되며 나이에 한계란 없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돌체&가바나 또한 런웨이에 시니어 모델을 세우며 우아한 아름다움을 전했다. 사실 돌체&가바나는 이전에도 할머니 모델들을 캠페인에 발탁한 것으로 유명하다. 2013 F/W 캠페인에는 우아한 레이스 룩을 입은 할머니 모델, 다프네 셀프가 등장해 존재감을 뽐냈다. 그녀는 무려 28년생으로 현재 만 89세의 나이를 자랑한다. 2015 S/S 캠페인에는 화려한 왕관을 쓰고 주얼 백을 든 채 담소를 나누는 세 할머니가, 아이웨어 캠페인에는 젊은 모델과 함께 다정한 한때를 보내고 있는 할머니가 등장하기도 했다. 95세의 스타일 아이콘 아이리스 아펠은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와 <솔트> 매거진의 커버 모델로 등장하거나, 케이트 스페이드와 아이그너의 캠페인 뮤즈로 활약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왕성한 활동으로 그녀의 개성을 자랑하고 있다. 그 외에도 소설가 조앤 디디온을 전면에 내세운 셀린느 캠페인, 뮤지션이자 화가인 조니 미첼이 등장한 에디 슬리먼 시절의 생로랑, 전직 무용수인 재클린 머독이 완숙한 아름다움을 뽐낸 랑방의 캠페인까지, 시니어 모델들은 런웨이뿐만 아니라 캠페인과 화보 등 점차 그 영역을 넓혀가며 그들만의 아름다움을 곳곳에 전달하고 있다. 
그간 모델이라는 직업은 10대와 20대 초반으로 국한된 것이 사실이다. 모델이 배우 또는 스타일리스트, 뮤지션 등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는 것은 모델의 수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이런 점에서 시니어 모델의 열풍은 매우 긍정적 반응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나이에 상관없이 모든 인간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는 전제가 있어야만 시니어 모델이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 시니어 모델이 브랜드 캠페인에 등장하거나, 런웨이에서 캣워크를 선보일 때면 모델이 수십 년을 살며 가꿔온 격조 있는 취향을 엿보는 것 같은 경외심마저 느껴지곤 한다. 편견이 점차 사라질수록 시니어들은 더욱더 다양한 분야에서 시니어 열풍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앞으로도 그녀, 또는 그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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