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와 가격이 거의 비슷한 푸조 3008 SUV와 혼다 CR-V가 비슷한 시기에 국내에 출시됐다. 하지만 두 차는 성격과 성향이 매우 다르다. 푸조는 키 큰 SUV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다. 이전 3008도 SUV라기보다는 크로스오버 MPV에 가까웠다. 푸조는 정통 SUV를 표방하며 이름에 ‘SUV’를 새겨 넣는 이상하고 대범한 작명을 했다. “우리도 이제 SUV 만들거든”이라고 말하는 듯. 

반면 5세대까지 진화한 CR-V는 소형 SUV 시장에서 세계를 호령했던, 그리고 지금도 엄청나게 많이 팔리는 절대 강자다. 1995년 글로벌 출시 이후 2017년 1월까지 160개국에서 약 870만대가 팔렸다. 혼다는 소형 SUV 소비자들의 욕구를 잘 파악하고 있으며 그에 맞춰 모델의 진화를 거듭해왔다. 

푸조는 점점 커지는 소형 SUV 시장에서 장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반면 혼다는 많은 단골손님을 보유한 터줏대감이다.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풋내기 푸조보다는 숙성된 기술과 노하우를 지닌 혼다 쪽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엔진 출력에서도 혼다가 월등히 높아 많은 에디터가 혼다 CR-V의 압승을 예상했다. 

대시보드에 직물을 입혔다. 참신하면서 고급스럽다.

주행 품질 및 핸들링
CR-V는 혼다의 다른 모델들이 그렇듯이 일상적인 주행 상황에 초점을 둔다. 승차감과 실내 소음, 조종성과 동력성능이 모두 일상적인 상황의 만족도를 극대화하도록 튜닝됐다. 신형 CR-V에서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전보다 다소 묵직해진 운전대가 명료하고 일관된 조향 감각으로 스포티한 느낌을 전달한다는 것과, 네바퀴굴림 시스템이 좀 더 묵직하고 안정적인 주행감각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덕분에 슬라럼 테스트에서는 높고 긴 차체에 비해 의외로 안정적이면서도 감각도 좋아 신형 모델의 발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주행 페이스가 조금만 높아지면 모든 게 허사가 된다. 시속 80킬로미터 정도부터 완만한 코너에서도 언더스티어가 급격하게 는다. 가속페달을 약간 더 밟아 뒷바퀴로 엔진 구동력을 보내면 금세 안정되지만, 스로틀 양에 따라서 주행 특성이 크게 달라지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도로 이음매나 과속방지턱을 만나면 차체가 안정감을 잃고 허둥대기 시작한다.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급차선 변경. 급하게 운전대를 돌리면 앞바퀴를 따라오지 못한 뒷바퀴가 갑자기 코너 바깥으로 밀려나가는 오버스티어가 발생하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주행안정장치가 급차선 변경을 막는다. 이건 앞의 장애물을 피하려고 하는데 주행안정장치가 차 꽁무니가 돌아버리는 걸 막기 위해 차체를 장애물로 돌진하게 만드는 것과 같다. 주행안정장치는 제 기능을 잘한 것이지만 자동차는 주인의 명령을 거역한 꼴이다. 심각한 오류다. 

류민 기자는 “이전 CR-V를 꽤 즐겁게 탔던 기억이 있는데 신형은 재미없다”며 자꾸 고개를 갸웃거린다. 나도 똑같은 생각이다. 게다가 새로운 터보 엔진은 5000rpm 이상에서 불쾌한 소음이 증가한다. 혼다 특유의 고회전 자연 흡기 엔진을 좋아하는 내게는 참 어색한 상황이다.

푸조 3008 SUV는 CR-V와 비슷한 휠베이스와 너비를 지녔지만 더 낮고 짧아 다이내믹한 느낌을 준다. 승차감은 인테리어 디자인과 소재만큼이나 고급스럽다. 시승 코스로 가는 동안 뒷좌석에 앉았는데 묵직하면서도 매끈한 것이 참 고급스럽다. 서스펜션은 단단하지 않아서 노면의 충격을 잘 흡수하는데 그렇다고 휘청거리지도 않는다. 서스펜션 스트로크가 길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 키가 큰 SUV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푸조로서는 적당한 크기의 차를 적당한 서스펜션으로 영리하게 주물렀다는 느낌이다. 단, 시속 100킬로미터를 넘어가면서 두드러지는 B 필러 부근의 바람 소리가 거슬렸다. 시승차의 문제인지 확인이 필요하다. 

조종성도 나쁘지 않았다. 푸조 특유의 끈끈하고 쫀득한 조종 감각이 맛있다. 비록 쫄깃한 208 계열보다는 부드러워진 308 계열에 가깝지만 충분히 매력적이다. 코너를 돌 때 앞바퀴가 노면을 꽉 움켜쥐고 달리는 감각이 또렷해 믿음직스럽다. 앞바퀴 접지력 한계도 상당히 높다. 페이스를 다소 올리더라도 앞바퀴 접지 감각은 흐트러지지 않으며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 코너 안쪽으로 차체의 앞머리를 꾸준하게 끌고 들어간다. 그래서 상당히 높은 페이스의 슬라럼도 믿음직하고 재미있다. 코너링에선 롤이 작지 않은데 적당한 롤을 허용하며 코너 안쪽 바퀴의 접지력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안정적인 접지력을 만든다. 정말 좋았던 것은 회전반경이 매우 작다는 것. 작은 운전대를 신나게 돌리면서 작은 회전반경을 다루는 쾌감은 3008 SUV가 도심형 크로스오버 SUV의 본질에 충실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3008도 급차선 변경에서 허점이 드러났다. 바로 무거운 디젤 엔진이다. 앞바퀴굴림 방식으로 앞뒤 무게 배분이 많이 다른 것에서 시작한다. 서스펜션이 부드럽다 보니 앞머리가 출렁거리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고 급차선 변경 시 하중이 작은 뒷바퀴가 접지력을 잃고 오버스티어를 일으켰다. 그래도 CR-V보다는 상황이 훨씬 좋다. 그런데 주행안정장치가 거칠다. 차 뒤가 상당히 돌아버린 상황에서 주행안정장치가 뒤늦게 그리고 강하게 개입한다. 하지만 이미 차의 진행 방향과 어긋난 뒤다. 이때 다시 한번 개입해 차체 자세를 두 번 수정하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실제로는 그리 위험하지 않은 상황인데도 경험이 적은 운전자라면 마치 큰일이 난 것처럼 느낄 소지가 있다.

두 모델은 각자의 문제를 갖고 있다. CR-V는 스펙은 좋아졌는데 질감은 이전만 못하다. 3008 SUV는 처음 해보는 장르라서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 그렇다면 나는 발전 가능성이 있고 재미가 있는 쪽을 고르겠다. 사실 실용성을 원했다면 훨씬 저렴하고 꽤 괜찮은 국산 모델을 골랐을 것이다.

주행 성능과 테스트 결과
동력 성능에서는 두 모델이 비교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70마력 이상의 출력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토크는 3008 SUV가 다소 높지만 <모터 트렌드>의 동력성능 테스트는 절대 출력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3008은 1.6리터 디젤 엔진(120마력)이라는 것을 믿기 힘들 정도로 일상 영역에서 활기차게 달리는 게 인상적이었다. ‘별로 가진 것은 없지만 부지런하면 행복할 수 있구나’ 하는 인생의 교훈 같았다. 하지만 갑자기 급전이 필요할 때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서민 가장의 비애를 느끼는 듯해서 마음이 짠하기도 하다. 그만큼 1.6리터 디젤 엔진과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의 노력은 칭찬받아 마땅했다.

하지만 출력 차이는 어쩔 수 없었다. 반응이 빠른 가솔린 엔진과 기어비 폭이 넓고 동력 단절이 없는 무단변속기를 사용하는 CR-V가 출발부터 시속 20킬로미터 가속에 거의 절반의 시간인 0.94초만 사용하면서 3008을 뒤에 남기고 달려나간다. 그런데 시속 40킬로미터에서는 둘 사이의 차이가 0.3초로 줄어든다. 이건 두 가지 의미가 있다. 3008은 디젤 엔진의 장기인 토크를 십분 활용하며 1단으로 계속 탄력을 붙인 반면, 네바퀴굴림 CR-V는 파워트레인 전체에서 가장 취약한 CVT의 벨트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높은 출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3008이 변속을 위해 클러치를 끊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그럴 필요가 없는 CR-V와의 격차는 벌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실용 영역에서 가진 힘을 다 소모한 3008은 시속 80→100킬로미터 가속에 3.6초가 필요할 정도로 늘어지는 반면 CR-V는 같은 속도 구간을 2.7초 만에 끝낸다. 절대 출력의 차이다. 추월 가속에서도 경향은 비슷하다. 중저속에서는 3008이 꽤 따라붙는가 싶지만 속도가 올라갈수록 차이가 벌어진다. 

하지만 두 모델을 비교하는 대신 각각의 만족도를 생각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CR-V의 기록은 200마력에 육박하는 엔진에서 나오는 기록치고는 아쉽고, 3008은 120마력짜리 디젤 엔진 치고 나쁘지 않은 기록이다. 게다가 일상생활에서는 크게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3008의 영리한 파워트레인이 더욱 기특하다. 두 모델의 공차 중량이 1.6톤으로 거의 같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제동성능은 두 모델이 대동소이했다. 하지만 3008은 차체의 무게중심이 낮고 접지력이 우수한 타이어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더 좋았어야 했다. CR-V의 경우는 제동 테스트가 반복되면서 페이드 현상을 심하게 일으켰다는 점, 그리고 페달의 감각이 지나치게 부드럽다는 점에서 가혹한 제동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주행성능 테스트에서는 솔직히 둘 모두의 손을 들어주기가 어려웠다.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사실 요즘 출시된 SUV 중에서 두 모델이 가장 궁금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실망스러웠다. CR-V는 이전 세대의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맛이 사라졌고 3008은 1.6리터 디젤로는 역부족이라는 느낌이다. 폭스바겐 신형 티구안이 등장하면 둘 다 입지가 불안할 것 같다. 특히 혼다의 신형 터보 엔진은 혼다답지 않게 고회전에서 힘들어했고 진동도 심했다.  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전 모델보다 세련됐지만 여전히 투박한 디자인이다.

운전석과 실내 공간
“드디어 혼다 차에서 모니터를 하나만 볼 수 있게 됐어! 이전 혼다 모델은 쓸데없이 대시보드에 위아래로 두 개나 모니터가 있었잖아.”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신형 CR-V 실내에 들어서자마자 이렇게 외쳤다. 새로운 CR-V는 이전 모델에 비해 많이 세련돼졌다. 대시보드 모니터 위에 가로로 길쭉하게 놓여 있던 모니터도 사라졌다. 대신 이 자리에 에어컨 송풍구가 달렸다. 그 아래 큼직하고 매끈한 모니터가 세련된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하지만 여전히 실내가 투박해요. 혼다는 갈수록 아저씨 차가 돼가는 것 같아요.” 

류민 기자는 CR-V의 운전석에 앉아 얼굴을 찌푸렸다. “가죽 시트 이음새 부분이 운 것 좀 보세요. 요즘은 국산차도 이렇게 안 해요.” “CR-V의 실내가 아저씨 같다는 것엔 저도 동의해요. 하지만 공간이 아주 넉넉해요. 센터페시아 모니터 아래에 있는 변속기 레버도 손 높이에 딱 맞고요.” 1990년대 음악을 즐겨 듣는, 우리 중 나이는 가장 어리지만 취향은 가장 아저씨스러운 김선관 기자가 CR-V의 여유로운 운전석을 칭찬했다. 우린 모두 CR-V의 운전석이 3008보다 넉넉하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였다. 시트 역시 CR-V가 좀 더 푸근하다. 하지만 가죽이 잔뜩 울어 있는 시트에 좋은 점수를 줄 수 없었다. 그러기엔 3008의 운전석이 아주 많이 비좁지도, 불편하지도 않았다. 게다가 우리가 시승한 3008 SUV GT라인의 시트는 가운데에 고급스러운 직물이 덧대 있다. 이음새가 매끈한 건 말할 것도 없다. CR-V의 투박한 실내에 비하면 3008의 실내는 너무 세련됐다. “이 급의 중형차 중에서 가장 멋진 실내라고 생각해요. 디자인이나 레이아웃, 소재에서 뭐 하나 흠잡을 곳이 없어요.” 류민 기자는 3008의 운전석을 무척 마음에 들어했다. CR-V가 3008에 비해 열선 스티어링휠이나 두 개의 USB 포트 같은 옵션이 더 있긴 하지만(3008의 스티어링휠은 후끈해지지 않는다. 센터페시아 아래에도 USB 포트가 하나만 있다), 부족한 내장재 품질과 마무리, 투박한 인테리어는 큰 아쉬움을 남겼다. 운전석은 3008의 완승이다. 그렇다면 뒷자리는?

CR-V의 뒷자리는 3008보다 한층 여유롭다. 시트도 푹신하고 무릎 공간도 넉넉하다. “뒤 시트 등받이가 살짝 누워 있어 앉았을 때 꽤 편해요. 앞 시트 등받이 크기를 줄여 뒷자리에 앉았을 때 답답함도 덜하고요. 뒷자리는 3008보다 낫네요.” 류민 기자가 처음으로 CR-V의 실내를 칭찬했다. “뒷자리 무릎 공간은 정말 넉넉해요. 발을 살짝 뻗을 수 있을 만큼요. 게다가 USB 포트가 두 개나 있어요.” CR-V는 뒷자리에 열선 시트도 달렸다(3008은 뒷자리에 USB 포트도, 열선 시트도 없다). 3008의 큼직한 파노라마 글라스 루프가 뒷자리까지 시원하게 하늘을 보여준다는 장점은 CR-V의 넉넉한 공간과 세심한 옵션을 이길 수 없었다. “뒷자리에 누군가를 태울 일이 많다면 3008보다 CR-V가 낫겠어.” 이진우 기자 역시 뒷자리에선 CR-V의 손을 들어줬다. “가족을 위해서라면 CR-V, 운전하는 나를 위해서라면 3008인 것 같네요. 하지만 전 뒷자리에 누굴 태울 생각이 ‘1’도 없으므로 3008의 실내를 택하겠어요.” 아저씨 취향의 김선관 기자마저 3008의 손을 들었다.

3008은 트렁크 아래에 발을 쭉 뻗으면 도어가 열리는 재주를 품었다. 하지만 트렁크 공간은 CR-V가 좀 더 넉넉하다. 트렁크 입구에 턱이 없어 물건을 싣거나 걸터앉기에도 좋다. CR-V는 구석구석 공간 활용도가 좋다. 이 급의 SUV를 사려는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 잘 파악했다. 필요한 옵션과 기능을 잘 갖췄다. 하지만 기능으로만 승부하기엔 이 시장이 너무 치열하다. 국산 소형 SUV만 해도 CR-V가 갖춘 것 이상의 옵션과 장비를 갖추고 있다. “CR-V가 기능적인 건 인정해. 하지만 지갑을 열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하나도 없어. 누가 나한테 CR-V를 왜 사야 하는지 설명해줘 봐.” 내 말에 반론을 제기하는 기자는 없었다. “CR-V는 인테리어 질감이 너무 안 좋아. 혼다는 공간을 키우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품질을 높이는 데 집중했어야 해.” 나윤석 칼럼니스트는 CR-V에 일침을 가했다. 우리 모두는 좀 더 편하고 여유로우면서 기능적인 CR-V 대신 고급스럽고 세련되며 매력적인 3008의 실내에 표를 던졌다. 서인수 

연비
1.6리터 디젤 터보 엔진과 1.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의 대결. 사실 연비 비교의 승자는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비슷한 배기량이라면 가솔린보단 디젤 엔진의 효율이 높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니까. 게다가 두 차는 공차 중량까지 거의 같았다. 3008은 1590킬로그램, CR-V는 1600킬로그램(4WD 투어링)이었다. 
그런데 공인 연비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디젤 엔진 3008의 공인 복합연비는 리터당 12.7킬로미터로 12.2킬로미터의 CR-V보다 겨우 0.5킬로미터 높았다. 우리가 측정한 결과에서는 차이가 조금 더 크긴 했지만 이 역시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성인 네 명이 타고 시내 30퍼센트, 고속 70퍼센트 정도의 비율로 약 100킬로미터를 달렸을 때 3008은 리터당 11.6킬로미터, CR-V는 리터당 9.7킬로미터의 연비를 기록했다(트립 
컴퓨터 기준). 

엔진 구성을 들여다보면 이런 결과가 더 아리송해진다. 3008은 중저속 토크, 그러니까 실사용 영역에서 힘을 몰아서 내는 효율 위주의 세팅인 반면 CR-V는 2000rpm에서야 최대토크를 뿜는 출력 위주의 세팅이기 때문이다. CR-V가 아무리 모든 회전 영역에서 고른 출력과 토크를 내는 가변밸브 시스템 ‘V-TEC’을 쓰고 있다지만 싱글 스크롤 방식의 터보차저(미쓰비시 TD03)를 가지고 가변식 터보차저와 같은 출력 특성을 얻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체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건 변속기 차이다. 토크컨버터 방식의 6단 자동변속기를 쓰고 있는 3008과는 달리 CR-V는 CVT를 사용하고 있다. CVT는 조율만 잘한다면 성능과 효율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변속기다. CR-V를 타보면 혼다가 CVT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얼마나 고심했는지를 알 수 있다. 가령 CR-V는 가속 페달을 적당히 밟아도 최대토크를 내는 2000rpm 부근을 유지하며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꾸준하게 가속한다. 즉, 엔진의 최대토크 발생 시점도 변속기 특성에 맞춘 것이다. 3008 역시 가속페달을 다독이면 1800rpm 이하를 유지하며 속도를 높이지만 페달에 힘을 조금이라도 더 주면 2000rpm을 훌쩍 넘어서며 널을 뛴다. 

만약 3008이 1.6리터 디젤 엔진에 쓰던 MCP(싱글 클러치 자동변속기)를 그대로 사용했더라면 더 좋은 연비를 냈을 것이다. 푸조는 MCP의 최대 단점이었던 어색한 변속 감각을 없애고자 토크컨버터 방식의 자동변속기를 사용하기로 했고 그 결과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니 옳은 결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꼭 6단 자동변속기여야 했을까? 원가 상승에 대한 부담이 있었겠지만 8단 자동변속기나 듀얼클러치 변속기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효율은 물론 가속 성능에서도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류민  

구매와 소유 비용 
3008 SUV GT라인의 신차 가격은 4250만원, CR-V 4WD 투어링은 4300만원이다. 모두 최고 사양 모델이다. 배기량과 신차 가격이 비슷해 취등록세와 공채 비용(할인), 연간 자동차세는 큰 차이가 없다. 부대 비용도 비슷해 보이지만 조금 다르다. 3008의 부대비용은 탁송료 11만원을 제외한 9만원이다. 탁송료를 포함하면 20만원을 지불해야 한다(서울 탁송 기준). 하지만 혼다는 탁송료를 따로 받지 않는다. 탁송료는 영업소와 영업사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직접 문의하길 바란다.

푸조는 신한은행캐피탈, 혼다는 KB캐피탈에서 할부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할부 이율은 각각 5.8퍼센트, 5.5퍼센트다. 푸조와 혼다 모두 여러 캐피탈 중 해당 월에 가장 좋은 조건의 할부 프로그램을 소개해준다. 혼다의 할부 이율 5.5퍼센트는 고객이 받을 수 있는 가장 좋은 할부 이율이라고 한다. 
총 보험료는 큰 차이가 없으나 자기차량손해가 눈에 띈다. 차 가격이 더 높은 CR-V보다 3008이 약 13만원 비싸다. 올해 3008과 CR-V의 보험료율은 각각 1등급과 7등급이다. 보험로율은 등급의 숫자가 클수록 보험료가 낮다. 새로 출시한 차들은 이전 모델의 보험료율이 그대로 적용된다.

3008 디젤, CR-V는 가솔린 모델이다. 과연 1년 연료비는 얼마나 차이가 날까? 
1년에 1만5000킬로미터를 달린다고 가정했을 때 복합 연비 기준으로 3008(리터당 13.1킬로미터)은 1146리터, CR-V(리터당 12.2킬로미터)는 1230리터를 소비한다. 경유 가격은 1257원, 휘발유 가격은 1468원(한국석유공사 6월 13일 기준)으로 계산하면 3008의 연간 연료비는 144만520원, CR-V는 180만5640원이다. CR-V가 36만5120원 더 든다. 반면 주요 소모품 비용은 3008이 CR-V보다 대체로 높다. 

“3008을 산다면 무조건 GT라인으로 살 거야. 외관이 너무 멋있잖아. 1년에 한 번 하늘을 볼까 말까 한대도 파노라마 루프를 포기할 수 없어. 360만원이 아깝지 않겠는데?” 서인수 기자는 3008 SUV의 멋진 모습을 칭찬했다. 류민 기자는 CR-V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투어링보다 기본형이 나을 거 같은데요? 굳이 370만원을 지불할 필요가 있을까요?” 류민 기자는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몰라도 스티어링휠 열선이랑 뒷좌석 열선은 꼭 있어야지. 조수석 파워시트도! 그런데 옵션치고 좀 비싼 가격이긴 해.” 옵션을 좋아하는 서인수 기자는 역시 투어링이다. CR-V의 옵션이 없는 것보단 있는 게 낫다는 의견에 모두 동의했다. 하지만 370만원이라는 가격은 수긍하지 못했다. 김선관 

최종 결론
푸조 3008 SUV와 혼다 CR-V의 대결은 한마디로 정리하면 ‘진보와 정체’였다. 푸조는 새로운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신선한 이미지를 내세웠다. 이전 모델의 이미지를 완벽히 벗어던지고 독특한 디자인에 참신한 실내 구성 등으로 소형 SUV 시장의 강자인 일본차들과 차별화를 꾀했다. 출력이 낮은 엔진을 잘 조율해 적당한 사용성을 지닌 것처럼 포장하는 영특함을 보였고, 그리 비싸지 않은 내장재를 화사하고 참신하게 꾸며  고급스럽게 만들었다. 

반면 혼다는 변화에 둔감했고 진화엔 인색했다. 4세대 모델과 비교해 월등히 좋아지거나 발전한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외관은 여전히 투박하고 실내는 칙칙하다. 오죽하면 서인수 기자가 “아저씨 차”라고 했을까. 다운사이징된 새로운 엔진은 반응이 텁텁했고 주행감각은 오히려 예전만 못했다. 테스트 현장에 함께 있던 HR-V보다 주행감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래도 실용성과 편의성에선 3008 SUV를 압도했지만 이것만으로는 3008의 신선함과 참신함을 억누를 수 없었다.

자동차 시장은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푸조는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했고 혼다는 둔감했다. 시장이 변하고 남들도 다 변화하는데 나만 혼자 정체돼 있으면 그건 정체가 아니라 퇴보다. 노련하고 숙련된 기술을 지닌 혼다가 어쩌다 이런 구태의연하고 상투적인 차를 만들었는지 안타깝다. 어쩌면 5세대 CR-V는 혼다의 오만이 생산한 고루한 유산은 아닐지 모르겠다. 푸조의 승리다.  이진우

테스터의 선택
PEUGEOT 3008 SUV
나윤석 실용성에서 CR-V는 국산 쏘렌토나 싼타페처럼 더 크고 더 저렴한 대안이 있다. 하지만 3008의 야무진 맛과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는 대체재가 별로 없다. 
이진우 신선함과 고루함, 답은 정해져 있다.
서인수 CR-V는 우리가 휘발유 SUV에서 기대하는 것을 만족시키지 못한다. 이럴 거면 연비를 포기하면서까지 CR-V를 살 이유가 없다. 그러기엔 3008이 너무 매력적이다.
류민 가속 성능과 공간 크기를 보면 CR-V다. 그런데 CR-V는 다른 매력이 없다. 출력과 실용성이 중요하다면 차라리 국산 SUV를 고르겠다. 반면 3008 SUV는 아름다운 인테리어 하나만으로도 구입할 가치가 충분하다.

HONDA CR-V
김선관 혼다가 투박한 인테리어와 편의장비의 단점을 출력과 실용성으로 극복했다. 패밀리 SUV로 이만한 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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