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1퍼센트’를 내세웠던 1세대 렉스턴은 오랜 시간 사랑받았다. 2001년 이 땅에 고급 SUV 시장의 포문을 열었던 모델로, 16년이란 시간이 지났음에도 많은 이들은 렉스턴을 큰 덩치와 멋진 디자인, 뛰어난 내구성으로 기억하고 있다. 

쌍용차는 소비자들이 렉스턴에 대한 기억을 계속 이어나가게끔 꼼수 아닌 꼼수를 부리기도 했다. 2013년 서울모터쇼에 LIV-1 콘셉트를 선보이며 “이 차가 신형 렉스턴이 될 것”이라 했다. 굵고 간결한 선의 대담한 디자인에 사람들의 기대가 높아졌다. 하지만 출시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3년 후 사람들의 뇌리에서 렉스턴이 잊힐 즈음 2016년 파리 오토살롱에서 LIV-2 콘셉트가 등장했다. 쌍용은 또 렉스턴을 거론했다. LIV-1보다 양산형에 가까운 모습에 ‘곧 나오겠거니’ 했지만 여전히 출시 소식은 없었다. 그리고 올해 서울모터쇼에 ‘Y400’으로 등장했다. 이미 세상에 다 알려진 차가 ‘월드프리미어’라는 꼬리표를 달고 말이다.

참 길고도 긴 낚시질(?) 끝에 사람들이 지쳐갈 때쯤 ‘위대한 4가지 혁명’이라는 거창한 이름의 G4 렉스턴이 출시했다. 차를 보니 위대한 4가지 중 하나는 확실히 알겠다. 크기다. 키가 껑충하고 보닛이 높다. 더군다나 그릴에 라인이 많고 헤드램프를 약간 치켜뜨고 있어 위압적이다. 차체 크기는 길이×너비×높이가 4850×1960×1825밀리미터이고 휠베이스는 2865밀리미터다. 동급인 기아 모하비(4930×1915×1810밀리미터, 휠베이스 2895밀리미터)와 비교하면 차체 길이와 휠베이스는 약간 짧지만 너비와 높이가 크다. 

차체 지상고가 높아 성인 남자도 발판을 밟지 않고는 타고 내리기 쉽지 않다. 요즘 SUV에서 보기 힘든 높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차는 오프로드를 염두에 두고 만든 프레임 보디 SUV니 차체가 높을 수밖에 없다. 시트도 높아 웬만한 SUV, MPV의 지붕이 거의 다 보일 정도다. 새삼 ‘요즘 젊은이들은 이렇게 높은 차를 타봤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예전 국산 SUV 대부분이 이렇게 높았다. 렉스턴에 앉으니 자연스레 옛 기억이 떠오른다. ‘그땐 참 쌍용이 잘나갔었는데.’

실내는 큰 시트와 높은 대시보드, 큼지막한 운전대 그리고 넓은 센터콘솔에서 대형 SUV의 넉넉함이 느껴진다. 이렇게 넓고 높은 차를 타면 왠지 나 자신이 커진 것 같은 몹쓸 자신감 비슷한 것이 생긴다. 사람들이 대형 SUV를 좋아하는 이유가 아닐까? 센터페시아는 좌우 완벽한 대칭으로 안정감과 함께 넓어 보이는 효과를 노렸다. 투박하지만 고루하지 않다. 사실 이 차는 트렌드의 최첨단을 달리는 시스템을 품고 있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미러링이 아주 쉽고 빠르게 구동된다. 

187마력의 2.2리터 디젤 엔진은 소음을 잘 틀어막았다. 예전 렉스턴하고는 많이 다르다. 프레임 보디의 단점 중 하나가 진동인데 시동과 아이들링에서 진동이 느껴지지 않는다. 천천히 출발했음에도 앞이 살짝 들리는 것이 이 차의 서스펜션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철저한 승차감 위주의 세팅이다. 더불어 이 차는 서스펜션이 부드러워야 할 이유가 있다. 강철 프레임 섀시는 서스펜션을 딱딱하게 세팅하면 섀시가 충격을 받으면서 진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또한 오프로드 주행을 위해서라도 서스펜션은 부드러운 게 좋다.  

앞뒤로 차체가 출렁거린다. 과속방지턱이 많고 가고 서기를 반복해야 하는 서울 시내 주행에선 조금은 불편했다. 하지만 이내 이런 승차감에 적응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먼저 떼고 브레이크를 좀 더 부드럽게 밟는다. 그러다 보니 불편하기는커녕 온몸을 부드럽게 감싸는 승차감이 된다. 내가 이렇게 적응력이 빠른 인간인 줄 몰랐다. 

렉스턴의 승차감이 완벽하게 완성되는 곳은 고속도로다. 크루즈 컨트롤을 켜고 시속 100~130킬로미터로 달리면 폭신한 시트와 부드러운 서스펜션의 진폭 주파수가 절묘하게 맞아든 듯 기분 좋은 출렁임을 만든다. 더욱이 프레임 보디의 장점인 안정적인 주행감까지 더해지니 동해까지 다녀오는 장거리 여행에 아주 듬직한 동반자가 됐다. 프레임 보디의 최대 강점은 비틀림 강성이 높다는 것. 덕분에 고속 안정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오프로드에서도 뛰어난 내구성을 지닌다. 과거 쌍용의 여러 SUV들의 내구성이 특별히 좋았던 이유 중 하나도 바로 프레임 보디를 사용한 덕분이다.

엔진은 반응이 빠른 편은 아니지만 메르세데스 벤츠가 만든 7단 자동변속기가 그럭저럭 엔진을 다독이며 불편하지 않은 반응과 토크를 뽑아낸다. 엔진 회전을 4000rpm 정도까지 높이면 거칠고 탁한 엔진음이 들리지만 그 이하에선 소리와 진동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이 엔진은 평상시에 뒷바퀴만 굴린다. 즉 이 차는 요즘 좀처럼 보기 힘든 파트타임 4WD다. 시내나 고속도로에선 앞바퀴 동력을 차단해 반응성과 연비를 높인다. 비나 눈길 등 바퀴가 슬립을 일으킬 염려가 있는 상황이나 오프로드에서 4H에 놓으면 네바퀴굴림이 된다. ‘평상시에도 안정적인 주행을 위해 4H로 달리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면 틀렸다. 앞뒤 구동력이 계속 바뀌는 게 아니라 50:50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립이 더 떨어질 수 있다. 더불어 회전반경이 약간 더 넓어지고 스티어링 반응도 조금 더뎌진다. 4L(로기어)은 오프로드에서 순간적인 엔진 펀치력을 요할 때 사용한다. 

쌍용이 내세우는 G4 렉스턴의 ‘위대한 4가지 혁명’은 디자인, 승차감, 안전성, 첨단 기술이다. 며칠간 렉스턴을 타고 동해에 다녀오면서 혁명적인 반전이나 충격까지는 아니더라도 4가지 혁명의 충분한 이유나 근거가 있다고 느꼈다. 어쩌면 과거의 향수와 추억이 차를 더 좋게 느끼게끔 인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SSANGYONG
G4 REXTON 4WD HERITAGE
기본 가격 451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4WD, 5인승, 5도어 왜건 엔진  직렬 4기통 2.2ℓ DOHC 터보 디젤, 187마력, 42.8kg·m 변속기 7단 자동 공차중량 2095kg 휠베이스 2865mm 길이×너비×높이 4850×1960×1825mm 연비(시내, 고속도로, 복합) 9.2, 11.5, 10.1km/ℓ CO₂ 배출량 193g/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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