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도시의 온도 차는 단순히 낮과 밤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최근 SNS에서 화제가 된 글 중 하나는 ‘세계 곳곳의 여행지와 여행하면 좋을 시기’. 언제 어느 때 여행하느냐에 따라 도시의 매력은 천양지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외가 하나 있다. 여름이다. 해마다 6월쯤이 되면 세계 곳곳은 축제를 맞이할 채비를 마친다. 맹렬하게 뜨겁고, 매혹적으로 춤추는 도시의 얼굴은 예외 없이 매력으로 가득 찬다. 음악이 있고, 예술이 있고, 흥이 있는 축제의 한복판에서 당신은 도시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 여름, 당신이 축제의 한복판에 서야 하는 이유다.

C  a  n  a  d  a
‘인생을 즐겁게!’ 라는 뜻의 ‘주아 드 비브르(Joie de vivre!)’를 좌우명으로 삼는 몬트리올 사람들은 일 년 내내 축제를 즐긴다. 그럼에도 가장 뜨거운 페스티벌 시즌을 꼽으라면 역시 5월부터 7월 사이. 그중 하이라이트는 단연 ‘몬트리올 재즈 페스티벌’이다. 재즈뿐 아니라 가스펠, 블루스, R&B, 힙합, 라틴, 레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에 활짝 열린 축제로 올해는 30개국에서 3천 명의 뮤지션과 셀레브리티가 참가해 무려 1천 가지의 콘서트와 액티비티를 펼친다. 이 중 과반수가 무료라는 사실! 콘서트홀 15곳과 야외무대 8곳을 비롯해 클럽, 공원 잔디밭까지 그 어디든 공연장이 된다. 6월 29일부터 7월 8일까지.

C  h  i  c  a  g  o
캘리포니아에 코첼라 밸리 아트&뮤직 페스티벌이 있다면, 시카고에는 ‘롤라팔루자’가 있다. 얼터너티브 록, 펑크, 헤비메탈, 힙합, 댄스 등 다양한 장르가 명랑하게 섞이는 축제 롤라팔루자는 1991년 처음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젊음을 상징하는 축제로 자리 잡아왔다. 음악에 취하는 무대에서 잠시 멀어져도 축제의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는데, 코미디 공연이나 볼거리 가득한 수공예 노점이 축제의 명물로 꼽힌다. 깊어지는 밤과 함께 축제가 저물어가는 것이 아쉽다면? 올해 축제에 참가하는 미국관광청의 홍보팀 강유석은 “애프터쇼를 놓치지 말 것”이라고 조언했다. 근처 공연장에서 참가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이어지는 ‘애프터쇼’는 본 공연보다 때론 더 뜨겁기도 하다는 후문. 8월 3일부터 6일까지.

P  e  r  u
6월은 쿠스코를 여행하기에 최적의 시기로 꼽힌다. 첫째 이유는 ‘인티 라미’. ‘남미 3대 축제’로 꼽히는 인티 라미는 잉카 제국부터 이어온 전통과 역사를 엿볼 수 있는 기회다. 고대 잉카인들의 자연 숭배 사상이 담긴 축제는 풍작을 기원하는 간절함을 담고 있다. 라마의 심장을 태양신에게 바치는 제사의 순간이 되면 숨이 멎을 듯한 긴장감에 보는 이들의 심장마저 쫄깃해진다. 태워진 제물이 연기가 되어 하늘로 올라가면 흥겨운 음악과 춤이 시작되며 본격적인 축제가 막을 올린다. 형형색색의 전통 의상으로 치장한 잉카인들이 참가한다. 축제는 태양 신전이었던 코린칸차를 시작으로 아르마스 광장을 거쳐 거대 유적인 삭사이우아망으로 이어진다. 6월 24일부터 7월 2일까지.

F  r  a  n  c  e
일 년 중 낮이 가장 긴 하지에 열리는 음악 축제, ‘페트 드 라 무지크’. 이 축제는 파리의 여름을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 도시에서 중요한 축제다. 1982년에 시작해 35년 동안 이어져왔는데, 파리의 상징인 스폿에서 일제히 무료로 공연이 열린다. 주목할 만한 점은 그 누구라도 단순 관객이 아닌 뮤지션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자신이 좋아하는 악기를 들고 나와 연주하면 이날만큼은 누구나 거리의 멋진 악사로 환영받을 수 있다. 공연이 열리는 주요 무대는 루브르 박물관, 뤽상부르 공원, 튈르리 정원, 프티 팔레, 아랍세계연구소, 당페르 로슈로 광장,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센 강변 등 대체로 파리지앵이 사랑하는 명소들이다. 6월 21일 하루 동안 열린다.

J  a  p  a  n
일본 3대 축제중 하나로 손꼽히는 ‘산노 마쓰리’. 에도 시대부터 이어온 축제의 전통은 한눈에 봐도 짐작할 수 있다. 도쿄역, 긴자, 국회의사당 등 고층 빌딩으로 가득한 도쿄 중심부를 고대 의상을 입은 500여 명의 사람들이 줄지어 행진하는 신행제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아무리 도쿄가 친숙한 여행자라도 이런 광경 앞에서는 탄성을 내지를 수밖에. 축제는 총 11일간 이어지는데, 매일 다양한 종류의 행사가 열려 좀처럼 질릴 틈이 없다. 산노 북 등 일본 전통 예능을 보여주는 공연물이나 민속춤 대회, 분장한 어린아이들이 행렬을 펼치는 ‘지고 행렬’, 국가의 안녕과 평안을 기원하는 가구라바야시 등 이전에 몰랐던 일본의 다양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6월 7일부터 17일까지.

I  t  a  l  y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이 된 도시 베로나의 여름은 그 어느 때보다 낭만적이다. 두 달에 걸쳐 펼쳐지는 오페라 축제 ‘아레나 디 베로나’ 덕분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야외 원형경기장에서 오페라, 오케스트라가 빚어낸 불멸의 사운드가 울려 퍼지는 아레나 디 베로나는 올해로 95회째. 오페라 애호가부터 초심자까지 너그럽게 아우르는 명작으로 가득 채워지는데, 특히 올해는 이 축제에서만 650회 이상 상연했던 <아이다>를 초연 무대와 구성 그대로 재현할 예정이다. 이탈리아 관광청의 이송의는 “축제를 처음 방문한다면 안테프리마에 꼭 참여해보라”고 귀띔했다. 축제에서 펼쳐질 오페라와 음악가들, 최상의 와인을 미리 엿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6월 23일부터 8월 27일까지.

L  a  s   V  e  g  a  s
도시에도 온도가 있다면 미국에서 가장 뜨거운 도시는 라스베이거스가 아닐까. 미국 내 가장 큰 댄스 페스티벌 ‘일렉트릭 데이지 카니발’이 한몫한다. 1997년 캘리포니아에서 시작한 축제는 2011년에 이곳으로 장소를 옮긴 뒤 더욱 견고히 자리 잡았다. 트랜스, 일렉트로닉 댄스, 하우스 뮤직까지 리듬 타기 좋은 장르라면 뭐든 이 축제의 주인공이 되고, 음악이나 디제잉뿐 아니라 아트 등 여러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한곳에서 만끽할 수 있는 음악 축제다. 축제 기간 동안 이 도시의 들썩임을 구경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최근에는 인공위성을 통해 콜로라도, 올랜도, 댈러스, 푸에르토리코까지 생중계한다. 장소는 라스베이거스 모터 스피드웨이. 입장 티켓을 구입하면 놀이기구도 이용할 수 있다. 6월 17일부터 19일까지.

S  w  i  t  z  e  r  l  a  n  d
스위스의 작은 도시 생갈렌에서 유명한 것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수도원, 아름다운 생갈렌 도서관, 그리고 매년 여름에 열리는 야외 오페라 ‘생갈러 페스트슈피엘레’. 특히 야외 오페라 축제가 열리는 무대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수도원 마당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축제의 주인공인 오페라는 물론, 발레와 현악 연주, 레퀴엠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데, 올해는 특히 전설적인 지휘자인 알프레도 카탈라니의 오페라 <로렐라이>가 상연될 예정이라 기대가 높다. 중세 시대를 고스란히 옮긴 듯한 대성당을 배경으로 전설의 오페라를 즐기면서 이곳의 명물인 소시지를 입에 가득 베어 물면 더 바랄 게 없다. 6월 23일부터 7월 7일까지.

T  u  r  k  e  y
터키 최고의 휴양지 안탈리아에서 약 44km를 달리면 고대 도시 아스펜도스가 나타난다. 수많은 고대 건축물에 심드렁해졌을지 모르지만, 힘찬 아우라를 뿜어내는 아스펜도스 원형극장 앞에선 얘기가 달라진다. 안탈리아 출신의 건축가 제논이 2세기경에 설계한 것이다. 지금까지 가장 잘 보존된 로마식 극장 중 하나로 꼽히는 이 극장은 여전히 약 2만 명의 관객을 품는데, 음향 시설 하나 없이 무대 위의 노랫소리가 객석 끝까지 생생하게 들리는 음향 효과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올해는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 <맥베스>와 푸치니의 <토스카>, 발레 공연 <잠자는 숲속의 미녀> 등 명작이 줄줄이 펼쳐질 예정이다. 8월 23일부터 9월 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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