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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PICK_Lifestyle

덴마크 디자인은 휘게다

완전히 매료되었다. 언어로는 도무지 설명할 길이 없는 휘게의 진짜 정체는? 그들의 삶 속 곳곳에 놓인 디자인을 통해 휘게의 가치를 가늠해봤다.

2017.06.08

덴마크 브랜드 앤드트러디션의 캠페인 이미지. 여러 개의 조명이 포근하고 온화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휘게, 휘게, 휘게! 의미를 짐작하기도 힘든 이 외계어 같은 단어에 한국은 어느 때보다 맹렬히 열광하고 있다. 휘게는 ‘웰빙’을 뜻하는 노르웨이어에서 파생한 단어로, 묘사하자면 따뜻함이나 아늑함, 안락함에 가까운 의미다. 추상적인 이미지, 상태, 느낌을 표현하는 말이기에 손에 잡히지 않을뿐더러 언어로 정의하기는 더더욱 힘들다. 한국의 ‘정’을 다른 언어로 번역하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다. 
다행히 휘게를 설명하는 손쉬운 언어가 있다. 바로 디자인이다. 대체로 덴마크 디자인은 휘게의, 휘게에 의한, 휘게를 위한 디자인이다. 덴마크인들은 흔히 “아무리 훌륭한 디자인이라도 그것이 휘겔리하지 않으면 가치가 없다”고 말한다. ‘휘게는 설명하는 게 아니라 그저 느끼는 것이다’는 행복연구소의 CEO 마이크 비킹의 책 <휘게 라이프, 편안하게 함께 따뜻하게>의 첫 구절은 그 말에 힘을 싣는다. 휘게 디자인으로 채워진 공간에서 막연했던 개념이 비로소 또렷해진다. 이는 덴마크 브랜드나 디자이너의 철학에도 고스란히 배어나온다. 
“디자이너가 과연 누구를 위해 이 디자인을 했는가? 이 질문에서 답을 찾을 수 있어요. 수많은 덴마크 거장들은 자신의 가족을 위해서 디자인하곤 했거든요.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랑의 감정이 가미되고, 따뜻한 감성이 묻어났어요. 또 그들의 삶의 여유 역시 뛰어난 디자인을 위한 훌륭한 자양분이죠. 삶의 여유는 인간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이어지고, 곧 디자인적 디테일로 연결되니까요.” 베르너 판톤과 프리츠 한센을 비롯해 다양한 덴마크 브랜드를 다뤄온 편집숍 보에의 이신희 이사는 대표적으로 프리츠 한센의 제품 디자이너이자 당대 최고의 스페인 출신 산업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Jaime Hayon)을 예로 들었다. “하이메 아욘은 휘게의 가치를 자신의 디자인적 철학으로 재탄생시킨 인물이에요. 하이메 아욘의 디자인에는 사랑과 사람을 감싸 안아주는 듯한 너그러운 포용이 있죠. 무엇보다 그의 디자인은 집 안에 놓일 때 더 빛을 발해요.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생활하는 공간에 따뜻함과 편안함을 불어넣는 가구가 바로 하이메 아욘이 빚어낸 가치거든요.” 
‘휘게는 여유’라고 말하는 편집숍 이노메싸의 마재철 대표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덴마크 브랜드와 디자이너를 다수 한국에 소개해온 인물. 그는 다양한 덴마크 디자인을 곁에 두고 살면서 진정한 휘게를 누리고 있다. “짧은 시간이라도 걱정이나 조급한 일을 잠시 잊고 그 순간을 즐기는 여유가 바로 휘게 아닐까요? 그렇다면 편안함을 느낄 수 있고 사용하면서 계속 즐거울 수 있는 디자인이야말로 휘게 디자인이겠죠.” 그는 덴마크 디자인을 알게 된 뒤 집 안에 둔 물건을 대부분 버렸다. 의도치 않게 미니멀하게 살게 된 그는 휘겔리한 공간을 만드는 명확한 기준이 생겼다. 실용적이며 과연 내가 좋아하는가? 이렇게 일상의 소소한 물건에도 공을 들이고 고심을 하다 보니 절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의 질이 높아지고, 그것이 휘게를 즐기는 삶으로 이어지게 되었다고. 

 

금속의 산화를 디자인에 이용한 앤드트러디션의 화병 시리즈. 세월의 흐름이 만든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담요의 포근함과 따뜻함을 담은 펌리빙의 이미지 컷. 

 

‘당신’의 휘게, ‘모두’의 휘게
휘게가 한마디로 정의될 수 없는 이유는 사람마다 마음속에 각자의 휘게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덴마크의 가정집 대문을 무작위로 열어보면 사람마다, 집집마다 휘게를 반영해 꾸민 공간을 살펴볼 수 있다. 덴마크와 한국을 베이스로 활동하는 가구 디자이너 문승지는 언젠가 인터뷰에서 “덴마크 사람들은 전부 스타일리스트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들이 하나같이 감각적이라는 말과는 좀 다르다. 각자가 물건을 바라보는 방식, 사용하는 방식, 애착을 갖는 방식에 따라 공간은 다른 얼굴을 하며, 이것은 곧 각자의 휘게를 드러낸다는 것이다. 자신이 지향하는 바를 온전히 공간에 옮길 줄 아는 이야말로 진정한 스타일리스트가 아닐까? 
각자가 누리는 휘게의 저편에는 누구나 공감하는 휘게의 풍경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누군가의 집에 방문해 따뜻함과 안온함, 안정감을 느꼈다면 그 공통의 가치를 공유한 것이다. 덴마크 디자인에서 예외 없이 발견하는 휘게의 가치는 다음과 같다. 

 

스카게락은 오래 두어도 질리지 않는 타임리스 아이템을 다수 선보인다. 

 

간결한 구조 안에 실용성과 디자인상의 미감을 모두 겸비한 것 역시 휘게의 특징. 펌리빙은 정제된 컬러와 소재로 남다른 디자인을 선보인다. 

 

노만 코펜하겐의 CEO 포울 마센이 휘게의 대표 아이템으로 추천한 폼 체어. 간결한 구조에서 단단한 힘이 나온다. 

 

COZY 모두의 휘게에는 따뜻함과는 또 다른 의미의 포근함이 존재한다. 덴마크 디자인에서 유독 뛰어난 디자인의 담요와 쿠션, 러그가 눈에 띄는 건 그 때문일 터. 담요 속에 몸을 파묻는 일은 지극히 ‘휘겔리’한 경험이다. 어디 추운 겨울뿐인가? 순전히 포근하게 감싸는 촉감을 느끼기 위해 사시사철 담요와 쿠션을 늘 시야 안에 둔다. 양털이나 면직물로 만든 담요로 온몸을 칭칭 감고 누워 책을 읽거나 차를 마시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휘겔리 그 자체다. 

 

WELCOMING 집은 사람을 담는 공간이며, 집 안에 놓인 물건은 사람을 따뜻하게 감싼다. 사람을 반기는 듯한 ‘Welcoming’ 디자인과 분위기 역시 빠트릴 수 없는 요소다. 때로는 푹신한 소파가, 때로는 은근하고 따뜻하게 빛을 뿜어내는 조명이, 때로는 미처 몰랐던 의자의 섬세한 디테일이 사람을 잡아끈다. 오래 앉아 있어도 편안한 의자, 눈과 공기를 편안하게 하는 조명은 대표적인 휘게 아이템이다.

 

TIMELESS 언제 어디에 두어도 가치 있는 디자인, 그리고 오래된 것과 새것이 공존하는 것 역시 휘게의 가치 중 하나다. 그런 까닭에 덴마크인에게 빈티지란 단순히 ‘헌것’ 그 이상이다. 모든 물건에는 시간이 흐른 만큼의 이야기와 추억이 담겨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휘게의 중요한 가치로 ‘타임리스’를 꼽은 이노메싸 대표는 스카게락(Skagerak) 브랜드를 타임리스의 좋은 예로 들었다. “오크나 애시 소재의 가구가 주를 이루는 스카게락은 사용하면서 자연스럽게 ‘파티나’를 즐길 수 있어요. 튀지 않지만 오래도록 마음을 주며 사용할 수 있는 물건으로 가득하죠”라고 덧붙였다. 

 

NATURAL 나무로 만든 가구와 소품은 휘게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나무 탁자나 선반을 놓으면 공간에 자연의 느낌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벽난로를 사랑하는 덴마크인들은 벽난로에서 나무가 타거나 성냥에서 피어오르는 나무 타는 냄새에서 평온과 위안을 느낀다. 흔히 떠올리는 나무로 된 테이블이나 의자 외에 나무로 만든 장난감이나 작은 소품은 뜻밖의 힐링이 될 수 있다. 

 

WARM 휘게를 가장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말은 따뜻함, 물건으로 따지자면 양초다. 덴마크 사람들에게 휘게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언지 물으면 80% 이상이 양초라고 답한다. 오죽하면 덴마크어로 ‘분위기 깨는 사람’을 말할 때 ‘촛불을 끄는 사람’이라고 할까. “양초는 휘게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아이템입니다. 아날로그적이고 공간을 아늑하게 해주죠. 그래서 유명 디자이너라면 적어도 한 번씩은 캔들 홀더를 디자인해요. 덕분에 다양하고 멋진 디자인이 많이 탄생했죠. 오브제로 두기에도 제격이고요.” 이노메싸 대표의 말이다. 

 

일상에 소소한 즐거움을 선물하는 펌리빙의 화병.

 

덴마크를 대표하는 3대 조명으로 꼽히는 베르너 판톤의 VP 글로브. 중앙의 원반 가장자리로부터 부드럽게 빛이 확산된다. 

 

 

• 노만 코펜하겐 CEO로부터 ‘휘게’에 대해 듣다 •

당신이 생각하는 휘게란 무엇인가? 휘게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서 벌어지는 것이다. 물리적 상태보다는 아이디어, 영감, 감정, 생각의 영역에 속한다. 내가 느끼는 휘게는 따뜻하고 케어받고 있다는 안정감과 편안함이다. 집에서 좋은 사람들과 나누는 시간을 ‘휘겔리’하다고 한다. 


한국의 휘게 열풍에 대해 알고 있나? 익히 들었다. 사실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다. 휘게는 덴마크 사람만이 느끼는 어떤 것은 아니다. 어제 서울의 한 고깃집에서 한국식 바비큐를 즐겼는데, 따뜻한 불판 앞에서 도란도란 얘기를 나눈 시간 역시 내게는 휘게였다(웃음). 


휘게를 위한 노만 코펜하겐만의 철학이 있다면? 단지 하나의 아이템만으로 휘게를 완성할 수는 없지만, 일상의 작은 부분에서 따뜻함을 표현할 수 있는 물건을 만드는 데 공을 들인다. 대표적으로 캔들 홀더나 화병, 담요와 러그 같은 패브릭 제품이 있다. 


휘겔리한 디자인에서 기능과 디자인 중 더 중요한 것은? 기능이 없는 디자인은 의미가 없다. 노만 코펜하겐의 인기 제품인 폼체어를 예로 들면, 다리나 프레임 등 기능적인 조사가 끝난 뒤에야 생산에 착수한다. 다이닝 체어는 식사를 마치고 계속 앉아 있어도 편안할 수 있게 디자인되어야 한다. 디자인과 기능이 함께 이뤄져야 진정한 휘게에 도달할 수 있다. 


휘겔리한 공간을 위한 특정 아이템을 추천해준다면? 앞서 말했듯 캔들과 쿠션, 담요 등으로 릴랙싱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공간에 맞는 따뜻한 조명, 편한 의자와 소파를 더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점은 개성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잡지 화보를 보고 아이템을 그대로 자신의 집에 들인다면 어떨까? 그것은 엄밀히 말해 휘게가 아니다. ‘당신만의 휘게’의 정의와 이미지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더네이버, 라이프스타일, 덴마크

CREDIT

EDITOR / 전희란 / PHOTO / 김잔듸 / THE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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