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에서 P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는 총 281대 팔렸다. 4만대 이상 팔린 하이브리드는 제외하더라도 EV(전기차) 판매량(5914대)의 5퍼센트에도 못 미쳤다. PHEV는 활용만 잘하면 EV의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인기가 없을까? 여러 이유 중 제일 큰 문제는 가격이다. PHEV의 출고 가격은 하이브리드와 EV의 중간 수준이다. 그런데 형평성에 맞지 않는 보조금 때문에 실제 구입 가격은 가장 비싸다. 현대 아이오닉이 좋은 예다.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N의 출고가는 2533만원이다. 여기서 세제 혜택을 거치면 2390만원으로 내려가고 보조금을 더하면 2290만원이 된다. 출고가 4260만원의 아이오닉 일렉트릭 N(EV)은 세제 혜택 260만원과 환경부 보조금 1400만원, 그리고 지자체 보조금 약 500만원(지역에 따라 다르다. 현재 300만~640만원)을 받으면 2100만원 정도에 살 수 있다. 그러나 아이오닉 플러그인 N(PHEV, 출고가 3373만원)의 구입가는 다 따져도 가장 비싼 2730만원이다(보조금 500만원). PHEV를 하이브리드와 비슷하게 보는 정부의 이런 정책 때문에 제조사나 수입사가 새 차 출시를 꺼리고 판매량도 제자리걸음인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해외 사정은 조금 다르다. 2016년 PHEV의 전 세계 판매량은 29만9950대. 47만3650대였던 EV 판매량의 약 63.3퍼센트를 차지했다. 친환경차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에 맞게 세제 혜택과 보조금을 지급하는 국가가 많은 까닭이다. 가령 미국은 하이브리드부터 EV까지 전부 배터리 용량을 기준으로 보조금을 지급한다. 배터리 용량 5kWh가 넘으면 2500달러를 지급하며, 여기서 1kWh가 늘어날 때마다 최대 7500달러까지 417달러씩 추가된다. 중국은 PHEV, EV, 수소연료전지차를 ‘신에너지 차(New Energy Vehicle)’로 묶어 따로 혜택을 준다. PHEV의 보조금은 엔진 배기량과 판매가격에 따라 다르며 최대 3만5000위안이다. 세계에서 친환경차 판매 비율이 가장 높은 노르웨이 역시 세제 혜택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차등하고 있다(전부 2016년 기준). 

중국 정부는 친환경차 보조금을 올해부터 30~40퍼센트 줄였고 친환경차 판매 증가 비율도 급감했다. 1분기 중국 친환경차 성장률은 5.2퍼센트로 미국의 40.2퍼센트나 유럽의 37.6퍼센트를 크게 밑돌았다. 중국은 2016년 전 세계 친환경차 판매의 45퍼센트를 차지한 거대 시장이다. 이처럼 친환경차의 판매는 정책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아직 가격이 비싸고 용도도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 정부는 PHEV 보조금 지급을 결정하며 한 해 동안 PHEV를 총 3000대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과는 이에 10퍼센트도 못 미쳤다. 형평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이 입증됐지만 변화는 없다. 결국 정책이 바뀌길 기다리던 몇몇 수입 PHEV 모델의 출시도 연기됐다. 보조금만 문제가 아니다. CO₂ 배출량 50g/km 이하, EV 모드 최대 주행거리 30킬로미터 이상 등 까다로운 보조금 수령 조건도 손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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