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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PICK_Car&Tech

왜 하이브리드지?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가 속속 등장하는 지금, 우리가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주목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해 넉 대의 하이브리드 세단을 살폈다

2017.05.31

테슬라의 국내 상륙과 볼트 EV 출시로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온 듯하다. 전기차야말로 ‘친환경’과 ‘미래’라는 이슈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자동차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궁금증이 생긴다. 친환경을 내세우며 등장한 하이브리드 세단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지금 우리가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뭘까? 이들은 왜 여전히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힘을 쏟을까? 최근 1년 안에 국내에 출시한 넉 대의 하이브리드 세단을 살피면 그 답을 찾을 수 있을까?  

 

 

LEXUS GS 450h
지난해 렉서스는 국내에서 1만594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이 중 하이브리드 모델의 판매대수는 9425대, 전체 판매의 89퍼센트에 해당하는 수치다. 렉서스 고객 열 명 중 아홉 명이 하이브리드 모델을 산다는 얘기다. 지난 2월 토요타는 토요타와 렉서스 모델의 글로벌 누적 판매대수가 1000만대를 넘었다고 밝혔다. 1997년 토요타가 최초의 하이브리드 차 프리우스를 선보였을 때만 해도 하이브리드 모델이 이들을 먹여 살릴 거라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거다. 이들은 2020년까지 1500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팔리는 토요타와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모델은 모두 33개다. 


GS 450h는 렉서스 하이브리드 모델에서 스포츠를 담당한다. 토요타와 렉서스는 각 모델의 성격에 맞게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조금씩 변형해 적용하고 있는데 운전 재미에 초점을 맞춘 GS에는 뒷바퀴굴림 방식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었다. 최고출력 200마력을 내는 전기모터가 엔진 뒤쪽에 자리한다. V6 3.5리터 앳킨슨 사이클 엔진의 최고출력은 290마력이지만 전기모터가 힘을 보태면 총 시스템출력이 343마력으로 높아진다. 3.5리터 휘발유 엔진의 316마력보다 27마력 높다. 변속기는 다른 하이브리드 모델처럼 CVT를 얹었다. 에너지 손실을 줄이고, 매끈하게 변속하기 위해서다. 


시동을 걸자 아무것도 없던 둥근 계기반에 숫자가 나타났다. 하지만 가속페달을 밟고 주차장을 빠져나갈 때까지 엔진은 깨어나지 않았다. 사방이 조용하다. “EV 모드는 이른 아침이나 한밤중에 주택가를 조용히 달리고 싶거나 주차장에서 배출가스를 내뿜지 않고 달리고 싶은 운전자들의 마음에 부응하는 모드입니다. 최고시속 40킬로미터까지 낼 수 있죠.” 렉서스 일본 홈페이지에 설명돼 있는 EV 모드에 관한 내용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일본인다운 표현이다. 주차장을 빠져나와 본격적으로 가속페달을 밟아대자 뒷바퀴를 힘차게 굴리며 내달린다. 2톤이 넘는 차가 가뿐히 내달린다. 여느 렉서스 모델처럼 매끈하지만 주행감각은 좀 더 날카롭다. 계기반 왼쪽에 있는 에너지 모니터 창에선 엔진과 바퀴, 전기모터 사이로 화살표가 바삐 움직인다. 속도가 시속 40킬로미터 이하로 낮아지면 모터가 더 열심히 끼어든다. 회생제동 시스템 역시 틈틈이 개입해 배터리를 충전한다. 이 모든 과정이 안정적이면서 매끄럽게 이어져 운전자에게 어떤 불쾌감도 전달하지 않는다. ‘전 그냥 조용히 제 일을 할 테니 신경 쓰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가끔 회생제동 시스템이 ‘위이이잉’ 하고 작은 소리를 내는 것만 빼면 거슬리는 건 하나도 없다. 통쾌한 하이브리드 세단. 하이브리드 앞에 이런 수식어를 붙이는 게 어색하긴 하지만 GS 450h에 이 단어보다 어울리는 수식어는 없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친환경’이란 카드를 들고 처음 등장했다. 일반 휘발유 차보다 높은 연비와 낮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환경에 관심이 높던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당시만 해도 하이브리드 차는 환경을 걱정하는(혹은 그렇게 보이고 싶은)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자동차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주행거리가 긴 전기차부터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수소연료전지차까지 다양한 친환경 모델이 등장했다. ‘정말 환경을 생각한다면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차를 사야 하는 것 아냐?’ 물론 옳은 말이다. 하지만 지금 국내에는 전기차 인프라가 완벽히 갖춰지지 않았다. 디젤차는 폭스바겐 디젤 스캔들로 ‘친환경’이란 이름표가 갈기갈기 찢겼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하이브리드 아닐까?


GS 450h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97킬로그램을 넘어(수프림 모델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킬로미터당 137그램, F 스포츠 모델은 148그램이다) 100만원의 보조금을 비롯해 최대 270만원의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없지만 대신 지구를 걱정하는 몹시 지루한 세단이란 꼬리표는 완전히 떼어냈다.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어 스포츠카까지 넘보고 있다.  글_서인수 

 

 

 

LINCOLN MKZ HYBRID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가진 차가 확실히 늘어났다. 국내에 판매 중인 차만 해도 20종이 넘는다. 국산차는 현대, 기아를 비롯해 쉐보레가 그렇고, 수입차는 전통(?)의 강자 토요타와 렉서스는 물론이고 혼다와 닛산 같은 일본 회사와 아우디, 볼보, BMW 등 유럽 회사도 하이브리드 모델이 있다. 그중 눈에 띄는 건 미국 브랜드 가운데 유일한 링컨이다. 미국에서 포드 그룹은 엔진 다운사이징 선두에 있다. 과거처럼 ‘기름 먹는 하마’라는 평에서 많이 멀어졌고, MKZ 하이브리드는 분명 한 걸음이라도 더 나간 것이 맞다. 


브랜드 자체가 하이브리드에 사활을 걸고 미는 토요타와 렉서스를 제외하면 사실 다른 회사의 하이브리드 모델은 많이 팔리지 않는다. 그런데도 링컨 MKZ 하이브리드는 올해 4월까지 국내 판매대수가 142대로 링컨 브랜드 전체 판매의 20퍼센트, MKZ 전체 판매의 약 50퍼센트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가 브랜드 안에서 약 16퍼센트, 어코드 중에서 20퍼센트인 것과 비교하면 꽤나 큰 수치다. 


막상 직접 만나본 MKZ 하이브리드는 전반적으로 덤덤하다. 싱겁거나 심심하다는 뜻이 아니라 하이브리드라고 해서 튀는 부분이 없다는 의미다. 겉모습에서는 트렁크에 달린 ‘2.0h’ 엠블럼 외에는 2.0T 최고급 모델과 차이가 없고, 실내에서도 에코 가이드가 포함된 스마트 게이지라는 계기반 정도가 다를 뿐이다. 앞좌석 통풍·열선 시트라든가 동급 최대 크기라는 파노라마 선루프 등 풍부한 옵션도 다른 모델과 같다. 20개의 스피커와 블루투스로 연결해도 음질을 복원해주는 클래리파이가 포함된 레벨 울티마 오디오는 꽤나 맑은 소리를 낸다. 모터만으로 달릴 수 있는 하이브리드 차 중에서도 꽤 높은, 시속 137킬로미터까지 달릴 수 있는 전기 모드에서 음악을 즐기기에 딱이다. 


파워트레인 역시 무던하다. 4기통 2.0리터 자연흡기 엔진과 무단변속기, 35kW 출력의 영구자석식 전기모터, 1.4kWh의 작은 리튬이온 배터리를 달았다. 때문에 순수하게 전기로만 달릴 수 있는 거리가 짧지만 꽤나 적극적으로 전기모터가 주행에 개입한다. 속도를 유지하고 달리다가 가속페달을 살짝 뗀 후 다시 가속할 때도 전기모터가 먼저 돌며 힘을 쓴다. 여기서 더 빠르게 속도를 높이려면 엔진이 다시 작동을 시작한다. 좋은 점은 이 과정이 매우 자연스러워 교통 흐름에 따라 달리면 평범하고 조용하고 익숙한 중대형 세단을 타는 느낌을 고스란히 받는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다. 차 크기와 무게에 비해 작은 엔진이 급가속을 하거나 힘이 크게 필요한 시점에서 약점을 드러낸다는 거다. 전기모터까지 나서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배기량이 같은 어코드 하이브리드보다 170킬로그램 무거운 차체가 느껴진다. 부족하진 않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그랜저를 포함한 다른 하이브리드 경쟁자들이 좀 더 힘 있게 달리는 것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생각보다 놀란 부분은 승차감이다. 과거의 나쁜 유산과도 같던 미국차의 출렁거림이 꽤나 세련된 수준의 풍성함으로 남았다. 적당히 굽이치는 국도에서도 좌우 기울어짐이 크지 않고, 비슷한 급에서 가장 넓고 큰 245/40R19 휠 타이어 덕분에 미끄러지지도 않고 제법 잘 버틴다. 하지만 조금 믿음이 생겼다고 과격하게 움직이면 한계를 명확하게 보여주며 ‘그렇게 타는 차가 아니야’라고 말해준다. 한편으로는 트렁크에 들어간 배터리 때문에 무게 균형이 좋아 앞뒤 끄덕임이 적은 것은 장점이다. 과격하게 운전하지 않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조용하고 부드럽다. 그렇게 무난하고 편안하다. 


링컨 MKZ 하이브리드는 ‘하이브리드’로서의 정체성보다 과거 미국차가 가진 풍요로움을 현대적으로 되살린 게 아닌가 싶다. 현대 그랜저처럼 익숙한 인터페이스와 똘똘한 섀시를 가졌지만 ‘난 스포티하다’고 어설프게 나서지 않는다. 혼다 어코드처럼 따끈한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보조금 혜택까지 챙겼어도 투박한 실내를 납득하며 지낼 필요가 없다. 넉넉하고 여유롭게 달리던 과거 미국 세단에 최신은 아니지만 가장 숙성된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얹어  적당한 수준에서 장점만을 살려냈다. 값이 비싼 ES 300h에서는 선택조차 불가능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같은 주행 보조 장비도 가치를 높여준다. 글_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HONDA ACCORD HYBRID
“너희 동네는 전기차 보조금 남았대? 우린 벌써 끝났대.” 요즘은 주변에서 전기차 이야기만 한다. 그러면서 어느 지역의 보조금이 많은지, 우리 동네에 충전소는 어디 있는지, 충전 요금은 얼마인지 등 차에 대한 이야기보다 차를 둘러싼 환경 이야기를 주로 한다. 보조금을 신청하려고 밤을 새우면서 줄을 섰던 이야기도 들린다. 기껏 한다는 전기차 이야기는 ‘한 번 충전하면 어디까지 다녀올 수 있나?’뿐이다. 좀 더 나가봐야 자율주행 쪽으로 대화가 비약할 뿐이다. 자동차의 본질인 안전이나 실용성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다.


왜들 이렇듯 어렵게 사는지 모르겠다. 자동차라는 게 일단 편해야 하는 것 아닐까? 보조금을 빼면 꽤 비싼 소형 전기차를 왜 보조금까지 받아가면서 사려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테슬라처럼 넉넉한 전기차는 
1억원이 넘는다니 꿈도 못 꾸겠다. 내 차는 중형차인데도 실내는 대형차 뺨치게 넓다. 배터리 방전될까 마음을 졸일 필요도 없다. 전기차는 충전소에서도 주말이면 최소 30분은 기다려야 한다던데 그거 불편해서 어떻게 타지? 이렇게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사이 내 차는 주차장을 빠져나간다. 아무런 소리도 없이. 그래, 내 차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다. 


여기까지는 한 하이브리드 자동차 오너의 이야기를 상상해서 써본 거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하이브리드 차는 지금의 전기차처럼 비싼 값을 감수하면서 구입하는 얼리어댑터 성향이 짙었다. 하지만 배터리 원가가 낮아지고, 정부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킬로미터당 97킬로그램 이하인 차에 보조금과 세금 혜택을 지원하면서 부담이 줄었다. 게다가 디젤게이트로 인해 디젤차가 곤경에 처한 지금, 휘발유 모델보다 200만~300만원 비싼 디젤차와 비교하면 하이브리드 차의 값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충전에 크게 신경 쓸 것 없이 디젤차에 가까운 연비를 누릴 수 있고 값도 적당한, 살 말한 물건이 됐다.


이제는 하이브리드 차를 이야기하면서 연비나 친환경 운운할 필요가 없다. 어느새 하이브리드 차는 거부감 없는 일반적인 자동차가 됐다. 앞으로 몇 년만 지나면 휘발유차 대부분이 하이브리드 모델로 바뀔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이런 상황에 꼭 맞는 선택이다. 넓은 실내 공간과 안락한 승차감, 9세대에 걸쳐 증명된 신뢰도와 각국의 충돌 테스트를 통해 입증된 안전도 등 자동차가 가져야 할 기본 요건을 갖춘 어코드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편리함을 해치지 않으면서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효율성을 끌어올렸다.


그런데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는 어코드보다 많이 팔렸고, 더 검증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었으며 쏘나타 하이브리드도 괜찮은 성능과 가격 경쟁력, 편리함을 갖추고 있다. 그렇다면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장점은 뭘까? 그건 바로 어코드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인 ‘혼다 스포트 하이브리드 i-MMD(Intelligent Multi-Mode Drive)’다. i-MMD 시스템은 스포츠 하이브리드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시스템 출력 215마력, 최대 토크 32.1kg·m로 상당한 힘을 발휘한다. 하지만 이것만이면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그냥 보통 하이브리드 모델 중 하나였을 거다.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가장 큰 특징은 전기모터가 엔진으로부터 주 동력 기관의 자리를 넘겨받은 최초의 하이브리드 모델이라는 점이다. 수치로만 봐도 엔진 최고 출력이 145마력, 최대토크가 17.8kg·m인 반면, 메인 모터의 출력은 184마력, 32.1kg·m로 단연 높다. 엔진으로 주로 구동하는 일반 하이브리드 모델과 달리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평소에는 메인 모터 하나로 주행하고, 힘이 더 필요한 경우에 하이브리드 모드(엔진을 돌리는 발전용 모터와 메인 모터가 동시에 돌아가는)까지 전기모터로만 바퀴를 굴린다. 엔진은 중고속에서 정속 주행할 경우에만 바퀴를 굴리는 제한적 역할에 국한된다. 실제로 엔진 구동 발전기의 출력만 해도 140마력이 넘고, 시스템 최대토크는 메인 모터의 토크인 32.1kg·m라는 점에서도 전기 구동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기의 힘이 주동력이 된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전기 구동의 장점인 민첩한 응답성과 매끈한 가속 감각이 주행 상황을 지배한다. 패밀리 세단으로서는 매우 스포티하다는 특성이 파워트레인에서 나오는 것이다. 오히려 토크가 즉시, 그리고 강력하게 나오기 때문에 토크 스티어가 느껴질 정도다. 페이스가 올라갈수록 의외로 헐렁하고 덤벙거리는, 안정감이 부족한 뒷바퀴 움직임이 아쉬울 뿐 파워의 밀도는 매우 인상적이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연비와 효율 이후의 개성을 추구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이제는 세팅 값만 조금 바꿔 스포티한 흉내만 내는 대신 전기 구동의 장점을 만끽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을 새로운 시스템으로 구현한 것이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조용한, 하지만 확실한 진화를 보여준다. 글_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HYUNDAI GRANDEUR HYBRID
그랜저는 ‘하이브리드하다’라는 동사까지 만들어냈다. 현대 입장에서는 라인업 가운데 가장 큰 세단에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올렸다. 많은 메이커가 하이브리드나 전기차를 하나둘 선보이고 있으니 눈에 띄는 행보는 아니다. 사실 그랜저가 속한 E 세그먼트야말로 하이브리드 무대로 제격인 시장인데 예상보다 등장이 늦었다. 하이브리드 세단 보급의 선구자인 렉서스 ES는 여전히 일본 수입차 베스트셀러다. 디젤 파워트레인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미국 브랜드도 그랜저보다 준대형 하이브리드 세단 도입이 빨랐다. 배터리 수납공간에 여유가 있는 준대형 차체는 배터리 무게 증가의 영향이 낮아 섀시 밸런스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전기 용량을 키우기에 유리하다. 경제성을 확보하면서 정숙성을 강화하는 것도 이 세그먼트에서는 중요한 가치다. 그랜저 하이브리드와 17인치 휠 사양의 그랜저 2.2리터 디젤 모델을 비교하면 공차중량이 1675킬로그램으로 같다. 2.4리터 4기통 엔진과 배터리, 모터까지 가세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감안하면 훌륭한 다이어트다. 같은 무게라도 무거운 디젤 엔진이 앞쪽에 몰린 형태보다 뒤에 배터리팩을 나눠 가진 하이브리드가 앞뒤 무게 배분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승차감과 핸들링에서 유리할 것이다. 


엔진과 모터의 합산 출력을 생각하면 두 차종의 최고 출력도 비슷한 수준이다. 계측 결과 하이브리드 모델은 0→시속 100킬로미터 가속을 8.5초에 마쳤다. 차의 성격이나 크기를 고려하면 재빠른 몸놀림이다.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공인 연비는 디젤 모델보다 10퍼세트 남짓 유리하고, 정숙성에서는 디젤과 더욱 확실하게 격차를 벌린다. 실제 주행 연비 차이는 어떨까? 전기모터는 저회전 구간에서 토크와 효율이 좋지만 고회전으로 갈수록 불리하다. 내연기관은 부하가 적게 걸리는 등속 기관 운전일 때 효율이 좋다. 따라서 정지했다 출발할 땐 최대한 전기모터를 활용하고 하이브리드 전용 DCT의 5단이나 6단이 물리는 고속 영역에서 휘발유 엔진 의존도를 높이면 두 구동계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운전자의 주행 패턴에 따라 최적의 효율성을 보여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시내 도로에서 에코 모드를 선택해 여유로운 주행에 신경 쓰니 리터당 최고 25킬로미터에 근접하는 효율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내 주행이 많다면 디젤보다 연비가 좋고, 고속 장거리 주행에서는 1속 전기차보다 효율적이다. 기름을 가득 채웠을 땐 네 자릿수의 주행가능거리를 볼 수도 있다. 버려지는 내연기관 에너지로 충전을 하므로 연비 주행 기술을 모르는 사용자일수록 더 유리하다. 


실제 구입 가격은 그랜저 디젤보다 10퍼센트 정도 높지만 배터리 평생 보증 프로그램과 구동 모터 보증 기간(10년, 20만 킬로미터) 덕분에 감가상각도 디젤 엔진보다 불리하진 않아 보인다. 능동 안전 장비도 화려하다.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부터 차선 유지 장치까지 얹었다. 겉모습에서 요란하게 혼혈임을 내세우지 않는 점도 재미있다. 낮고 희미한 모터 소리를 남기며 남들 눈에 띄지 않게 스르륵 주차장을 빠져나간다. 연료 효율에 대한 요구를 제조사가 친환경 선구자 이미지로 포장해 주변의 시선을 끌어야 했던 기존 하이브리드와 다른 접근이다. 준대형차를 타면서 유지비는 아끼고 싶은 나만의 욕심을 비밀로 지켜주리라. 하지만 아쉬운 면도 많이 보인다. 2.4리터 엔진은 2.0리터 엔진을 얹는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비교해 출력이나 토크 수준이 비슷해 실질적인 차이가 없다. 전기모터의 출력도 쏘나타와 같은 사양이다. 토요타가 20년 전 하이브리드에 선보인 것과 동일한 파워 게이지도 식상하다. 계기반 정보로는 어느 시점에 EV 모드에서 엔진으로 힘이 넘어갈지 예측하거나, 배터리 충전량을 알 수 없다. 6단으로 변속하는 걸 과도하게 제한하는 스포츠 모드의 알고리즘도 성격이 애매하다. EV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기능도 없다. 38kW의 구동 모터는 힘을 40마력도 쓰기 전에 서둘러 세타 엔진을 깨우기 일쑤다. 후발 주자라면 완벽을 추구하거나 판도를 뒤집을 혁신을 담거나 둘 다 추구해야 한다. 곧 완전 전기차 시대가 펼쳐질 것처럼 새로운 기운이 몰려오고 있지만 제대로 만든 하이브리드의 생명력은 꽤 오래 지속될 것이다. 글_강병휘(자동차 칼럼니스트)

 

 

촬영협조_자라섬 캠핑장

 

 

모터트렌드, 자동차, 하이브리드

CREDIT

EDITOR / 서인수 / PHOTO / 박남규 /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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