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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PICK_Stars&People

감각의 오일 페인터, 김태일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를 그리는 김태일 작가. 사람의 역사가 축적되듯 다채로운 오일 물감은 천천히, 켜켜이 그의 캔버스에 쌓이고 조각된다.

2017.05.15

아티스트 김태일의 이력은 좀 독특하다.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한 컴퓨터 1세대. <에스콰이어>, <모터트렌드> 등 잡지와 광고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발히 활동하던 그는 돌연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그의 나이 마흔이 되던 해였다.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할 때 주로 사람을 그렸어요. 어느 순간 스스로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러다 자문했죠. 내가 진정 원했던 건 뭘까? 인물을 그리는 거였어요. 진짜 제대로 된 인물화요. 그림 좀 그린다고 하니 어릴 적부터 ‘나 한번 그려줘’라는 이야길 숱하게 들었는데, 막상 누군가를 앉혀놓고 그릴 자신은 없었거든요. 인물화 분야의 정식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고. 그런데 인물화, 그러니까 사람을 제대로 그리고 싶었어요.” 
늦깎이 유학생으로 미국에서 인물화를 공부하며 사람, 그리고 사람을 그린다는 것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을 거듭해온 김태일. 그는 미국 포트레이트 협회 PSA의 소속으로 현재는 한국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전통 기법으로 쌓아 올리는 그의 오일 페인팅 작품은 지금 시대에 오히려 조금 새롭다는 인상을 준다. 특히 그가 집중하는 누드화는 요즘 한국 회화 작가들이 좀처럼 손을 뻗지 않는 분야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팔리지 않는 그림을 왜 그리 열심히 그리느냐는 주변의 차가운 시선에도 그는 의연하다. 
“그림은 팔려고 그리는 게 아니라 그림을 그리다 보면 좋아해주는 사람이 사는 거잖아요. 팔리는 그림만 그린다면 상업 작가와 뭐가 다를까요?” 

 


‘Serendipity No.0405’, 24×19.6inch, oil on canvas. 
‘Reality & Ideality No.1108’, 24×36inch, oil on canvas. 

 

시적인 누드화 
방식은 클래식이지만 그의 누드화를 들여다보면 장식적인 요소와 비현실적인 색상이 재미를 준다. 때로는 그래픽 디자인, 때로는 컨템퍼러리 아트인 듯 읽힌다. 그가 지금의 누드화 스타일과 특유의 해석 방식을 갖게 된 데는 사연이 있다. 때는 유학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러 시련과 고민이 얽히고설킨 그에게 어느 날 ‘누드화’ 과제가 던져졌다. 그간 쌓인 스트레스는 붓과 나이프를 타고 자유자재로 캔버스에 옮겨졌고, 며칠 동안 정성스럽게 쌓아 올린 그림이 소위 ‘망쳐졌다’. 누드의 형태가 밖으로 쪼개져 나오는 듯한 비현실적인 형태. 인체를 묘사한 것이 다시 한번 어떤 필터에 의해 깨진 것이다. 작가 자신이 갇혀 있던 것들에서 해방된 중요한 사건으로, 그는 이를 ‘시적인 경험’이라고 표현했다.  
김태일이 누드화에 매료된 건 그가 페인팅을 대하는 자세와도 일맥상통한다. 페인팅이란 ‘행위를 점에서 면, 면에서 시간으로 옮기는 하나의 동작이자 과정’으로 해석하는 그는 누드화를 그릴 때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롭다. 손의 움직임, 헤어의 동세, 다양한 포즈에서 나오는 동선을 이용해 표현할 수 있는 재료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그의 누드화는 동작 자체보다 동작을 통해 새롭게 잉태되는 주변의 분위기를 표현하는 것에 가깝다. 향기와 느낌, 색, 기운, 오라…. 그 모든 것을 자신만의 그림 언어와 문법으로 치환하는 것이다. 

 

교감의 예술
전통 유화 기법에 근거해 분석하고 표현하는 과정에서 김태일은 관객과 영원한 교감을 이루고자 한다.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작가의 대표적인 장치는 ‘눈’이다. 인간의 눈을 통해 복잡 미묘한 감정을 전달하고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미학을 심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작품 속에선 유독 옆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대상을 충분히 관찰하고 싶은데 그 대상이 절 바라볼 때는 온전히 실행되기 힘들어요. 대상이 다른 곳을 바라볼 때 비로소 내밀한 관찰이 가능해지죠. 관객 역시 비슷한 기분을 느낄 거예요. 편하게 오래 바라볼 수 있는 인물화는 정면보다는 옆모습에 가까워요.” 
작가와 피사체가 좀처럼 서로를 정면으로 응시하지 않듯, 작가와 관객이 정면으로 마주하는 일도 드물다. 작품에서 작가 자신이 또렷하게 드러나는 일을 경계한다는 뜻이다. 
“관객이 작품을 보고 ‘아, 이 작가는 이런 목소리를 내는구나’ 하고 즐기는 선에서 정지했으면 해요. 그 목소리가 너무 뛰어나서 목소리에만 치중되기를 원치 않아요. 페인팅으로서 요구하는 어느 정도의 상황에 도달하면 붓을 놓는 일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끝까지 소상히 이야기하면 재미없잖아요. 슬쩍 말꼬리를 흐린다고나 할까요?” 
같은 작품이지만 그날그날의 상황과 기분, 날씨에 따라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 언제든 새로운 발견이 있는 것, 그림 자체로 완결이 아닌 어떤 매개 역할을 하는 창이 되는 것, 그림 하나로 다양한 가능성을 부여하고, 부여받는 것. 그가 작품을 이렇게 활짝 열어놓는 것처럼 대중과 소통하는 방식도 활짝 열려 있다. 관객과의 내밀한 소통을 도모하기 위해 요즘 그가 꿈꾸는 일은 라이브 퍼포먼스다. 
“한 사람을 두고 다양한 작가가 여러 가지 해석의 방법으로 한자리에서 그림을 그리는 거예요. 그것을 대중 앞에서 라이브로 보여주는 거죠. 같은 피사체를 그려도 다양한 작가가 해석하는 눈을 통해 전혀 다른 그림이 완성될 수 있잖아요. 실제로 특정한 장소에 모여 이런 라이브 퍼포먼스를 시도하려고 해요. 그것이 강남역 한복판이 될 수도 있죠. 생각만 해도 즐겁지 않나요?”   

더네이버, 김태일, 누드화

CREDIT

EDITOR / 전희란 / PHOTO / 김잔듸 / THE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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