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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PICK_Car&Tech

아이오닉,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하이브리드와 순수 전기차에 이어 최근 PHEV 버전까지 더해지면서 아이오닉은 명실상부한 친환경차 전용 브랜드가 됐다. 그런데 벌써부터 이 브랜드의 실패를 논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정말 아무것도 얻은 게 없을까? 과연 앞으로 손해 볼 일만 남은 브랜드일까?

2017.05.10

지난 2010년 국내에서 G20 정상회의가 열렸을 때 제주도에선 스마트그리드 기술 홍보를 준비했다. 그런데 마땅한 전기자동차가 없어 국내 제조사와 수입차업계에 긴급하게 전기차 공급을 요청해야 했다. 그만큼 척박했던 우리 친환경차 산업은 불과 몇 년 만에 성큼 성장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팔린 친환경차(하이브리드 포함)는 모두 6만8000대였다. 흥밋거리로 뉴스에 등장했던 전기차가 이제 산업과 통계로 뉴스에서 다뤄진다는 것이 시장의 성장을 증명한다. 초창기 친환경차 시장은 토요타와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모델과 소수의 전기차(BMW i3, 닛산 리프) 등 수입차가 이끌었다. 국내 제조사를 대표하는 현대자동차는 초창기에는 정면 대결을 피하는 틈새시장 전략을 취했다. LPG 연료를 쓰는 2009년의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가 바로 그랬다. 그러다 2014년 YF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통해 친환경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했고 여세를 몰아 지난해에 친환경 전용 플랫폼 아이오닉까지 선보였다. 

 

 

익숙한 뒷모습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는 친환경 전용 모델이지만 유별나기보단 익숙해 보이기를 의도했다. 겉모습은 물론 운전 환경과 주행감각도 그렇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해치백이라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친환경 전용 플랫폼의 1년 
아이오닉은 현대차가 선보인 국내 최초의 친환경차 전용 모델이다. 아반떼와 함께 쓰는 부품이 적지 않지만 배터리와 구동 모터 등의 장착을 고려해 기본부터 새롭게 설계했다. 지난해 1월 아이오닉 하이브리드(HEV)가 처음 선보였고 5개월 뒤엔 순수전기차인 아이오닉 일렉트릭(BEV)이 출시됐다. 그리고 올해 2월에는 아이오닉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가 더해졌다. 국내 최초로 단일 모델 내에서 HEV-PHEV-BEV의 친환경 전기구동 라인업이 완성된 것이다. 지난 CES 2017에선 현대차 최초의 자율주행차도 아이오닉을 통해 소개됐다. 전기차와 함께 오늘날 자동차 산업의 큰 이슈인 자율주행차를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아니라 아이오닉을 통해 소개했다는 사실은 자못 의미심장하다. 이처럼 아이오닉은 1년 만에 ‘국내 최초’ ‘현대차 최초’라는 타이틀을 3가지나 따냈다. 그만큼 현대차에 중요한 브랜드이고 해야 할 일도 적지 않다. 


첫 번째 임무는 현대차에 친환경 브랜드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일이다. 토요타가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 프리우스를 통해 하이브리드 종가로 입지를 굳힌 것처럼 말이다. 친환경 전용 모델 아래 전기구동 풀 라인업을 갖춘 것에선 후발 주자의 강력한 추격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단기간에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심겠다는 얘기다. 또 자율주행 시연용 차로 선택한 걸 보면 아이오닉은 현대차의 미래 전략을 담는 쇼케이스 모델로도 기능한다. 


하지만 출시 초기엔 실패한 모델이 아니냐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여러 가지 타이틀로 명예를 얻었지만 시장에서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빌려간 기아 니로에 열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판매량이 말해준다.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는 지난해 국내에서 7399대 팔렸다. 반면 거의 3개월 늦게 출시한 니로는 두 배가 넘는 1만8710대나 팔렸다. 3749대 판매된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포함해도 아이오닉 브랜드의 전체 판매대수는 1만1148대로 하이브리드 모델 하나뿐인 니로에 크게 뒤처진다. 수출량까지 포함하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니로는 4만4000대가 넘지만 아이오닉은 모두 합해도 2만8000대 정도에 그친다. 아이오닉은 정말 실패한 모델일까? 


오히려 그 반대다. 아이오닉은 양적으로 충분히 성공적일 뿐 아니라 브랜드 가치로도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앞서 판매량에서 보듯 아이오닉은 니로에 이어 국내 친환경차 시장 2위에 올랐다. 그리고 전기차 시장에서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갖는 의미도 매우 크다. 출시 첫해에 판매 1위에 오르면서 국내 전기차 시장을 의미 있는 규모로 성장시켰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전기차 시장은 전년대비 두 배가 넘는 5914대로 성장했는데,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3749대 판매로 전체 시장의 64퍼센트를 차지했다. 2등인 쏘울 EV(729대)의 다섯 배가 넘는 독보적인 선두였다. 만약 아이오닉 하이브리드가 없었다면 파생 모델인 기아 니로도 없었을 테고 국내 친환경차 시장도 수입차에 주도권을 내준 채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였을 거다. 또 지난해는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여파로 친환경 파워트레인이 디젤차에서 하이브리드를 비롯한 전기 파워트레인으로 급격하게 전환되던 시기였다. 미리 알고 기획한 것은 아니겠지만 결과적으로 아이오닉은 현대차그룹에 신의 한 수가 됐다. 


흥미로운 통계가 하나 더 있다. 아이오닉은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해치백 모델이다. i30가 그렇게 애써도 열리지 않던 해치백 시장을 아이오닉이 연 것이다. 해치백 시장의 제왕이었던 폭스바겐 골프도 열지 못한 해치백 연간 판매 1만대를 아이오닉은 첫해에 달성했다. 물론 아이오닉이 해치백이기 때문에 구입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친환경 모델로 아이오닉을 구입한 사람들이 실생활에서 해치백의 실용성을 깨닫게 되는 부수적 효과는 거둘 수 있다. 즉 아이오닉은 우리 자동차 시장의 취약점인 장르의 다변화에도 기여한 셈이다. 아이오닉은 재미없는 고효율이 아니라 즐거운 친환경 모델이라는 평을 받는다. 그리고 이는 해치백의 캐릭터와도 잘 어울린다. 우연일지 몰라도 아이오닉은 다양한 측면에서 성공했다. 

 

 

2016년 전기차 보급 현황 (차량 등록 기준)​

기아 니로

바람직한 친환경 아이오닉의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토요타 방식에 비해 연료효율은 조금 떨어지지만 다루는 맛은 더 크다. 첫술에 배부를 리 없겠지만 아이오닉은 첫술부터 상당한 포만감을 안겨주었다.

 

 

달리는 즐거움도, 뜯어보는 재미도 있다
해치백은 유럽의 자동차다. 그리고 해치백인 아이오닉이 추구하는 달리는 즐거움은 스스로를 차별화하는 무기가 된다. 미국 시장에 특화된 하이브리드 시장의 강자 프리우스와 비교할 때 더욱 그렇다. 대부분의 하이브리드 모델은 앳킨슨 사이클 자연흡기 엔진과 무단변속기, 그리고 하나 또는 두 개의 모터를 직병렬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토요타 하이브리드의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이 방식은 에너지 효율에서는 단연 최고지만 달리는 즐거움에 있어선 아쉬움이 있다. 토요타는 고출력 모터로 이 같은 갈증을 해소한다. 반면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는 가솔린 직분사 엔진과 듀얼클러치 변속기 조합이다. 콤팩트한 전기모터는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담아 쓴다. 유럽의 하이브리드 모델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이다. 효율은 약간 떨어지지만 운전자와의 교감과 달리는 즐거움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어 이질감 없이 친환경 모델을 만끽할 수 있다. 이처럼 소비자가 다가가기 쉽다는 건 아이오닉의 큰 장점이다. 듀얼클러치 변속기와 직분사 엔진 등 기본 구성도 요즘 트렌드에 꼭 맞다. 실제 시승에서도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는 파워트레인의 직결감과 엔진 성능이 가장 만족스러웠다. 여기에 응답성과 토크가 강점인 전기모터가 ‘플러스알파’의 감각을 더했다. 


개발 과정부터 실제 소비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전기구동 모델 전용 기능들도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요소다. 혼자 탔을 때 운전석 쪽 에어컨만 작동시킬 수 있는 ‘드라이버 온리’ 모드가 대표적이다. 에너지 소모를 줄이기 위한 엔지니어들의 고민이 절절히 묻어나는 부분이다. 도로의 기울기 등 지리적 여건까지 고려해 경제성이 높은 경로를 안내하는 내비게이션도 이채롭다. 가장 좋았던 건 주행 모드를 선택하는 방법이다. 주행 모드가 있는 대부분의 차는 그것을 추가 기능으로 부각하기 위해 별도의 스위치나 메뉴를 만들어둔다. 반면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는 변속 레버를 옆으로 젖히는 것만으로 간단하게 스포츠 모드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전시 효과는 최소화하고 실제 사용자의 편의를 먼저 챙기는 실용적인 설계의 바람직한 사례겠다. 


이처럼 아이오닉은 경제성과 친환경 성능 수치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깊이 고심하며 만든 차라는 인상을 남긴다. 이는 현대자동차가 사람을 생각하며 차를 만드는 브랜드라는 이미지로 이어진다. 고차원적인 브랜드 마케팅인 셈이다. 물론 공부가 더 필요한 부분도 있다. 다소 어색한 회생제동 감각과 파워 매니지먼트 소프트웨어 등이다. 하지만 후발 주자임을 고려하면 아이오닉과 현대차는 선두주자들과의 간격을 빠른 속도로 좁히고 있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미국에서 가장 효율적인 친환경차로 선정된 것도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2016년 친환경차 시장 현황 
국산 친환경차 시장 규모는 이미 수입차를 뛰어넘었다. 국산차 시장에선 니로와 아이오닉 등 현대차그룹 제품이, 수입차 시장은 토요타-렉서스 모델들이 주도하는 모양새다. 

 

아이오닉이 무용하다는 이들에게
이런 질문이 가능하다. ‘앞으로 모든 모델에 친환경 버전이 마련될 가능성이 크다. 그럼 아이오닉 같은 친환경 전용 모델은 의미 없는 것 아닐까?’ 아주 현실적인 고민이다. 아이오닉과 다른 모델 사이의 차별성이 점차 희박해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포르쉐가 좋은 사례다. 포르쉐는 스포츠카인 718과 911을 제외한 모든 모델에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두고 있다. 그리고 918 스파이더가 그랬듯이 911도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얹을 거라는 소식이다. 이처럼 전기 파워트레인은 더 이상 특정 모델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친환경 전용 모델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나친 우려다. 아이오닉은 친환경 스페셜 모델이 아니다. 정확하게는 트렌드를 이끌고, 읽는 모델이라고 해야 옳다. 대외적으로는 시대를 앞서서 경험하고 싶은 공격적인 얼리어답터들에게 제공되는 차별화한 제품이다. 이를 통해 브랜드 로열티와 바이럴 마케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동시에 회사는 이런 공격적인 모델에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담아 시장에서 그 효용을 미리 점쳐볼 수 있다. 덕분에 주력 모델은 스페셜 모델에서 확인된 결과만 적용하는 안전하고 보수적인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 현대차가 미래에 어떤 기술을 제시할지 모르지만 아이오닉은 그런 신기술의 테스트벤치로 기능한다. 아이오닉 고객은 누구보다 먼저 신기술을 경험하는 대신 자발적으로 시장 연구의 샘플이 된다. 트렌드 선도 브랜드와 얼리어답터 고객이 주고받는 공평한 거래다. 


아이오닉은 매 순간 미래를 여는 첨병으로 기능해야 한다. 개척자는 누구보다 앞서서 움직이는 만큼 고난도 있지만 보람도 크다. 당장의 성과에 근거한 비판이 개척자의 고난이라면, 무엇보다 큰 보람은 아이오닉이라는 이름으로 일찌감치 역사책의 한 장을 예약했다는 사실이다. 아이오닉을 통해 만나게 될 현대자동차의 미래는 그래서 더욱 기대된다.   글_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미래로 가는 스위치 친환경 전용 플랫폼, 자율주행 기술 등 현대차는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아이오닉에 담아 소개하고 있다. 현대차의 미래를 여는 첨병인 셈이다 (아래 사진은 자율주행 시연차에 설치된 긴급 제동 버튼이다). 

 

모터트렌드, 전기차, 친환경차

CREDIT

EDITOR / 김형준 / PHOTO / PR, imaxtree /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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