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차도 발로 트렁크를 열 수 있나요?” “물론이죠.” 시승 담당자가 V90 크로스컨트리 트렁크 아래쪽에 다리를 쭉 뻗었다. “뒷범퍼에 새겨진 ‘CROSS’ 아래, 더 정확히 말하면 ‘R’과 ‘S’ 사이 아래쪽에 다리를 뻗으셔야 합니다. 그쪽에 센서가 있거든요.” 뒷시트를 모조리 접은 크로스컨트리의 트렁크는 광활했다. 앞시트를 앞으로 최대한 당기면 등받이에서 트렁크 끝까지 2미터가 조금 넘는다. “바닥이 편평해서 크고 긴 물건을 싣기에 좋습니다. 저 같은 성인 남자 둘이 눕기에도 문제없죠.”

볼보코리아는 V90 대신 V90 크로스컨트리를 국내에 먼저 선보였다. 인기 없는 왜건 대신 인기 많은 크로스오버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리고 지난 3월 23일 기자들을 대상으로 시승 행사를 열었다. V90 크로스컨트리의 최저 지상고(21센티미터)는 V90보다  65밀리미터 높다. 키가 껑충해 SUV와 비슷한 모습이다. 휠하우스와 범퍼 아래엔 검은색 프로텍터도 붙였다. 얼핏, 아니 가까이서 봐도 왜건처럼은 안 보인다. 온몸으로 ‘우린 지루한 왜건이 아니에요’라고 말하는 듯하다. 하지만 승차감은 마냥 푸근하다. 요철이 있는 길을 달릴 때도 엉덩이가 요란하게 흔들리지 않는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도 매끈하게 타고 넘는다. 볼보의 모든 모델이 돌려쓰는 4기통 디젤 엔진은 여전히 조용하다. 인테리어는 XC90이나 S90과 거의 똑같다. 고급스러운 느낌이 물씬하다.
볼보는 시승 행사에 오프로드 코스를 끼워 넣었다. 오프로드라곤 하지만 울퉁불퉁한 산길이 아니라 비포장도로다. 크로스컨트리로 흙먼지 날리는 비포장길을 내달렸다. 중간중간 움푹 파인 곳에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급하게 꺾어지는 코스에서 뒤가 살짝 미끄러지긴 했지만 불안할 정도의 움직임을 보이진 않았다. 도심에선 세단만큼 편하게, 오프로드에선 세단보다 든든하게 탈 수 있는 크로스오버. V90 크로스컨트리는 세단과 왜건, SUV의 장점을 잘 버무렸다. 기본 모델은 6990만원, 가죽을 넉넉하게 두르고 옵션을 두둑하게 챙긴 크로스컨트리 프로는 7690만원이다. 비싼 감이 없지 않지만 왜건이 아닌 럭셔리 크로스오버로 어필하면 강남 사모님(혹은 사장님)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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