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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PICK_Car&Tech

멋진 옷을 입은 쏘나타

현대 쏘나타가 아주 멋진 옷을 입고 돌아왔다. 옷만 멋진 게 아니다. 진중한 자세로 내실도 다졌다

2017.05.02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는 것만으로도 흐뭇했다. 현실에 안주하거나 만족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응원하고 싶다. 현대차의 대표 모델 쏘나타의 새 얼굴 ‘쏘나타 뉴 라이즈’ 이야기다.
이전 YF 쏘나타는 세계 중형 패밀리 세단 시장에 평지풍파를 가져온 장본인이었다. YF 이전 모든 패밀리 세단은 수수한 디자인과 실용성, 저렴한 유지비와 높은 신뢰성으로 평가되는 실용적인 도구였다. 그런데 YF 쏘나타는 달랐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웨이브 패턴이 보닛까지 연결됐다. 휠 하우스에서 시작된 캐릭터 라인은 도어 손잡이를 거쳐 리어램프까지 휘몰아치듯 연결됐다. 플루이딕 스컬프처 디자인의 YF 쏘나타는 지금 기준으로도 참신했다. 호불호가 확연히 갈리는 디자인이었지만 이목을 집중시킨다는 것만으로도 플루이딕 스컬프처는 성공이었다. 이로써 현대차는 중형 패밀리 세단에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평가 기준을 도입하면서 시장 주도권을 가져왔다. 이와 함께 브랜드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의미심장한 성과를 거뒀다. 

 

그리고 현대차는 LF 쏘나타에 톤 다운된 다소 보수적인 플루이딕 스컬프처 2 디자인을 적용했다. 이미 중형 패밀리 세단의 주도권을 잡았기 때문에 보다 폭넓은 고객층에 다가갈 수 있는 무난한 디자인이면 충분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런데 멋진 홈웨어를 입은 미시족 같은 YF 쏘나타의 등장에 자극을 받은 토요타 캠리 등 기존의 강자들이 현대차를 따라 디자인을 혁신하기 시작했다. 젊어진 캠리, 스포티한 알티마, 고급스러워진 어코드 그리고 유럽적 디자인 언어를 가져온 포드 퓨전(몬데오) 등이 YF의 젊고 스포티한 디자인을 차용하기에 급급했다. 그러자 반대로 LF의 디자인이 너무 보수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현대차는 다시 쏘나타에 변화를 줘야 했다. 그것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확실하게 달라져야 했다. 그리고 변화의 방향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아야 했다. 첫째는 YF 쏘나타로부터 시작된 쏘나타의 디자인 혁신을 부활시키는 것. 두 번째는 최근 현대차가 N 브랜드와 WRC 출전을 기점으로 전 모델에 도입하기 시작한 역동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캐스케이딩 그릴로 대변되는 현대차의 새로운 디자인 DNA를 이어받는 것이었다.
쏘나타 뉴 라이즈의 외모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것은 역시 캐스케이딩 그릴을 중심으로 완전히 새로워진 앞모습이다. 기존의 역사다리꼴 그릴과 범퍼 상하를 가로지르는 평행 V 라인이 안정감은 좋지만 다소 진부했던 면과 비교하면 확실한 인상을 남긴다. 쏘나타 뉴 라이즈의 범퍼는 비대칭 사다리꼴의 대형 안개등 그릴을 품는 직선들이 서로 교차하며 대단한 역동감을 준다. 그 아래에는 캐스케이딩 그릴을 물에 반사한 듯 역V자 형태의 범퍼 스트라이프와 수평선이 강조된 범퍼 에이프런이 바닥에서 받쳐주며 균형을 이룬다. 즉, 굳건한 기초 위에 현란한 역동감이 춤을 추는 안정적인 역동성을 이룬 것이다. 


뒷모습도 완전히 바뀌었다. 번호판을 범퍼 아래로 배치해 고급스러움을 기조로 깔고 내부 패턴이 역동적인 테일램프를 더해 간결한 직선의 외관에 포인트를 주었다. 앞모습이 강렬했다면 뒷모습은 보다 유럽 스포츠 세단의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을 강조한 접근이다. 아무리 공격적 변신이 절실했던 쏘나타라고 해도 뒷모습까지 강했다면 과했을 것이다.
인테리어의 변화는 그다지 크지 않지만 섬세한 터치와 질감을 끌어올렸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스티어링휠. 세미 D컷 형상의 3스포크 스티어링휠은 손에도 잘 들어오고 감각도 좋다. 센터페시아에서 가장 큰 변화는 인포테인먼트와 에어컨 스위치. 이전 LF는 스위치 배치가 평면적이었는데 라이즈는 피아노 건반처럼 2단 배치로 입체화하고 실버와 블랙으로 구분해 시각적 인지도도 높였다. 스위치 조작감이 묵직하고 끈끈하게 손끝에 닿는 감각이 고급스럽다. 세심한 마무리가 돋보인다.

 

기능상의 변화는 크지 않다. 2.0 T-GDI가 8단 자동변속기를 맞이했고 주행 보조 및 능동 안전 장비인 현대 스마트 센스가 추가됐다. 하지만 뉴 라이즈가 사실 페이스리프트라는 점을 생각하면 적지 않은 변화다. 거기 머물지 않고 완성도를 높여 연비를 향상시키는 등 내실을 기했다. 그러나 이미 LF 쏘나타가 상당히 좋은 차였다는 점을 잊지 말자. 디자인은 혁신적이었지만 고속주행 안정성 등에서 아쉬움이 있었던 YF에 비해 LF는 ‘본질로부터’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기본기 향상에 집중한 모델이다. 많은 사람이 잘 모르고 있지만 LF 쏘나타는 주행성 측면에서도 동급에서 가장 이해하기 쉽고 균형이 잘 잡힌 모델이다. 실제로 지난해 르노삼성 SM6와 쉐보레 말리부와의 서킷 비교 테스트에서 쏘나타는 가장 높은 페이스를 가장 짧은 시간에 끌어올렸다.


거의 6개월 만에 다시 만난 쏘나타. 운전대를 통해 전달되는 정직한 노면 감각은 그대로였다. 경쟁자들이 랙 타입 전동 파워스티어링을 사용하는 데 반해, 쏘나타는 칼럼 방식을 사용한다. 쏘나타를 운전해보면 스티어링에 중요한 것은 구조나 방식이 아니라 감각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차체 움직임이 예리하진 않더라도 앞뒤 바퀴가 거의 차이 없어 정직하게 움직이는 게 믿음직스럽다. 전체적으로 최고 수준의 차체 강성이나 서스펜션 질감은 아니지만, 쏘나타가 가진 것을 최대한 끌어내 사용하는 숙성의 단계가 극에 달한 느낌이다. 30년에 걸친 내공이다. 요즘 해외 자동차 전문지들이 현대차에 정교한 핸들링과 같은 한 차원 높은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한 것을 보면 현대차의 기본기 업그레이드는 이미 한 차례 완성됐다.


쏘나타 뉴 라이즈는 단순히 성형수술이라는 의미의 페이스리프트보다는 훨씬 큰 의미를 담고 있다. 일단 변신은 성공적이다. 얼마 전 종영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들었던 “노래를 잘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너는 한 끗이 달라서 가능성이 보인다”라는 심사평이 떠오른다. LF 쏘나타는 좋은 차였지만 한 끗이 다르지 않아서 평범한 취급을 받았다.
현대차는 새로운 비상을 위해 쏘나타에 한 끗 이상의 변화와 각성을 시도했다. 디자인과 성능에서 소비자와 전문가들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고 ‘뉴 라이즈’라는 서브 네임을 붙였다. 새로운 도약이라는 의미의 서브 네임에 걸맞게 변화는 눈부시다. 디자인은 강렬하고 상품성은 높아졌다. 그렇다고 숙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현대차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인 캐스케이딩 그릴은 아직 낯설다. 현대차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쏘나타 뉴 라이즈가 이를 해결해야 한다. 그래야 차세대 쏘나타가 더욱 친숙하게 다가올 테니까. 현대차 그리고 한국의 대표 모델 쏘나타가 잘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글_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모터트렌드, 자동차, 현대자동차

CREDIT

EDITOR / 이진우 / PHOTO / 송태민 /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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