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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자와 소설가의 이상한 줄다리기

작가를 꿈꾸던 이는 뇌과학자가, 과학자를 꿈꾸던 이는 소설가가 되었다. 뇌과학자 장동선, 소설가 손아람. 5년 만에 만난 그들이 벌인 일.

2017.04.06


하는 일 뇌를 연구하는 사람  특이 사항 한때 작가를 꿈꾼, 감성의 뇌과학자  의문점 독일에서 방송 출연과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사연

 


하는 일 글을 쓰는 사람  특이 사항 한때 과학자를 꿈꾼, 이성적인 소설가  의문점 연관 검색어에 청룡영화상, <말하는 대로>가 뜨는 이유

 

“2012년에 만났으니, 5년 만이네요.” 그해 8월 열린 장동선의 결혼식 이후니, 약 5년 만의 만남이다. 뇌과학자와 소설가, 공통분모가 선뜻 떠오르지 않는 이들에게는 ‘고교 시절’이라는 공통의 추억이 존재한다. 독일 태생인 장동선은 한국과 독일을 오가는 유년 시절을 보냈고, 고등학생 때 손아람을 만났다. “둘 다 아웃사이더였어요.” 술을 마시거나 오락실에 가서 우정을 쌓는 것이, 보통 남고생의 우정의 방식이라면 이들은 분명 특이했다. 편지를 쓰듯, 글을 주고받고, 니체, 아인슈타인을 이야기하는 고등학생을 어느 누가 평범하다 여겼겠는가.  
“아람이를 생각하면 야자 시간에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서로가 썼던 습작 글을 빨간 펜으로 수정해준 기억이 나요. 둘 다 작가가 되려고 했기 때문에….” 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어느덧 20여 년. 그 시간만큼 기억에도 왜곡이 일어난 것일까? 손아람의 기억은 전혀 달랐다. “이건 너무 자기 관점에서 하는 얘기야(웃음). 사실 저는 고등학생 때, 하물며 작가가 되기 직전까지도 작가가 꿈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동선이가 왕성하게 글을 쓴 문학 소년이었죠. 저는 과학자를 꿈꿨어요.” 심지어 첫 번째 소설이 나올 때까지도 작가로서 살겠다는 확신이 없었다는 손아람. “동선이가 박사 학위를 받고 과학자가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약간 기분이 이상했어요. 내 꿈을 빼앗긴 듯한 느낌이랄까요(웃음).” 5년 후 다시 만난 그들. 과학자를 꿈꾸던 손아람은 <소수의견> <디 마이너스> 등을 펴내며 소설가의 길에 섰고, 문학 소년 장동선은 과학 분야의 대중 강연자로 독일 TV에 출연함은 물론 첫 번째 책 <Mein hirn hat seinen eigenen kopf>가 독일 아마존 과학 분야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뇌과학 분야에서 의미 있는 행보를 시작했다. “제가 아마 한국인으로는 첫 독일 베스트셀러 작가일 거예요.” 독일에서는 젊은 과학자들의 과학 소통 경연 대회인 ‘사이언스 슬램’이 전국적으로 열리는데, 여기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과학자들을 향한 러브콜이 대단하다. 마치 우리나라의 캐스팅 쇼처럼 말이다. 장동선 역시 이 대회에서 톱 9에 들며, 과학 분야 대중 강연자로 인기를 얻었고, 첫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영광도 누렸다. 한국 출간을 앞둔 <뇌 속에 또 다른 뇌가 있다>는 독일 베스트셀러의 번역본이다.

 


“죄수의 딜레마의 응용 버전이죠.” 손아람과 장동선은 직접 죄수의 게임을 시각화·행동화해서 보여주겠다며 기꺼이 밧줄에 묶인 채 실험자로 나섰다. 양 끝의 버튼을 많이 누를 수록 더 많은 돈을 버는 게임. 제한 시간은 5분이다. 과연 이들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감성의 뇌과학자, 이성의 소설가 
“고등학생 때 랩 음악을 했는데 졸업하자마자 당시 유명한 언더그라운드 힙합 뮤지션, 조PD 등 최고로 잘나가는 사람들이 음반을 내자는 제안을 했죠.” 손아람은 힙합 그룹 ‘진실이 말소된 페이지’의 멤버였다. 과거형에 그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음반사와의 분쟁으로 상처만 남긴 채 음악과는 멀어졌기 때문이다. 힙합에 몸담은 손아람과 달리 장동선은 재즈, 클래식에 관심이 많았다. “저 역시 독일의 대학교에 지원서를 내놓고, 만약 합격 통보가 안 오면 강변가요제, 대학가요제에 나가서 가수 데뷔를 하려고 자작곡까지 준비해둔 터였죠(웃음).” 물론 합격 통보 덕에 가수 장동선의 미래는 볼 수 없게 됐다. “독일 유학을 가서도 음악, 연극 활동을 8년 가까이 했어요.” 피아노 앞에 선 뇌과학자. 4월 5일, 북콘서트에서 이 흥미로운 풍경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 물론 손아람도 함께할 것이다. “저는 지금도 그렇고, 매우 건조하게 글을 쓰는 편이거든요? 오히려 동선이는 문학적으로 썼어요.” 뇌과학자 하면 이성을 먼저 떠올리지만 장동선에겐 ‘감성’의 뇌 역시 지배적이었던 모양이다. “지금도 과학을 감성적으로 설명하려고 노력하죠.” 장동선의 노력은 이번 책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과학 서적 하면 딱딱하고 재미없을 것 같지만, 의외로 호기심을 끄는 소재가 곳곳에 등장한다. “우리의 뇌는 다른 인간과 소통하도록 진화되었어요. 예를 들어볼까요? 어린아이들이 영어를 배우는데, A 그룹은 선생님이 직접 가르치고, B 그룹은 선생님의 수업을 TV를 통해 보여주는 거죠. 재미있는 건 A 그룹이 언어를 훨씬 잘 배우더라는 거죠.” 세부적인 실험도 펼쳤다. B 그룹 아이들을 다시 한 그룹은 혼자, 다른 그룹은 여럿이 함께 수업을 듣도록 했다. 놀라운 사실은 그들 사이에 특별한 대화가 있었던 게 아님에도 후자 그룹이 언어를 잘 배우더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내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 우리 뇌에 주는 영향은 지대해요.” 포켓몬고 역시 이를 잘 보여주는 예라고 장동선을 덧붙인다. 사이버상이지만, 서로 다른 존재들이 나와 동일한 게임을 하고 있다는 것. 포켓몬고의 인기는 이러한 관계의 힘일 것이라고. 이 밖에도 아웃사이더가 살아남는 법, 우리의 뇌를 괴롭히는 돈과 권력의 유혹, 죄수의 딜레마, 착시 현상 등 실생활에서 목격되는 삶의 이야기가 속속 숨어 있다. “<디 마이너스>라는 제 소설 속에도 죄수의 딜레마를 모티프로 한 장면이 있죠.” 모교이기도 한 서울대 운동권 이야기를 소재로 한 <디 마이너스> 속에는 죄수의 딜레마 앞에 고민하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친구의 이름을 넘기고 유죄 선고를 피할 것이냐 아니냐. “협동을 했을 때 최대 이득을 얻게 되고, 이기적이게 되면 서로 손해 보는 게임. 대표적 예가 바로 죄수의 딜레마죠. 둘 다 자백하면 10년, 한 명만 자백할 경우, 둘 다 입을 다물 경우, 과연 어떤 게 최선의 선택이냐는 문제죠.” 이는 장동선의 박사 논문 주제와도 일부 연관성이 있다. “사람이 어떻게 협력하는지를 측정하는 실험인데 양 끝에 컴퓨터를 설치하고 오래 누를수록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게임이죠.” 두 사람 사이에 묶인 끈은 양쪽 공간의 반. 주어진 시간은 5분. 양쪽을 왔다 갔다 하지 않는 이상 돈을 벌 수 없는 구조다. 그렇다면 과연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전지적 관점에서 보자면 서로 협동하는 게 최선이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시각에서 보면 최선의 결과가 다를 수 있고, 결국에는 최악의 결과를 불러오는 경우가 많죠. 그게 제 소설의 내용이기고 하고요.” 손아람의 소설은 삶보다 더욱 현실적이며 치밀하다. 그의 소설이 오히려 문학 밖에서 회자되는 이유일 것이다. 
“사람들이 내 책을 재미있게 읽고 덮어버리면 끝나는, 그런 글쓰기에 만족할 것인가? 저는 그 이상을 바라거든요.” 손아람은 자신의 글, 혹은 말이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를 바란다. 그 점에서 그는 소설가이지만, 사회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JTBC <말하는 대로>에 출연한 것 역시 그 연장선이다. “아람이의 말에 공감하는 게, 제가 과학책을 쓰는 목표 중 하나이기도 해요. 많은 과학 지식이 그저 과학자의 지식으로만 끝날 것인가? 과학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고, 많은 사람 역시 이를 고민하고 토론할 의무가 있다고 느끼거든요.” 한국 자동차 회사 연구소에서 당분간 뇌과학 연구를 맡게 된 장동선. 그 덕분에 스토리텔러 장동선의 말캉한 과학 이야기를 국내에서도 들을 수 있다.   
청룡영화제 각본상, TV 등 10년 넘게 소설을 썼지만 문학 밖에서 더욱 뜨거운 소설가 손아람, 뼛속부터 감성적인 뇌과학자 장동선. 온통 아이러니투성이인 이들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제한된 지면에 담고자 했던 애초의 기획은 잘못됐다. 그것이 가장 큰 아이러니였음을 고백한다.   

 

독일 아마존 과학 분야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장동선 박사의 뇌과학서. 한국어 버전인 <뇌 속에 또 다른 뇌가 있다>가 최근 출간됐다. 4월 5일 저녁 7시 30분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출간 기념  북콘서트가 열린다. 

 

모터트렌드, 뇌과학자, 소설가

CREDIT

EDITOR / 설미현 / PHOTO / 김도원 /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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