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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PICK_Car&Tech

클래식카 유토피아를 꿈꾸다

2017년의 우리는 모든 장르의 차를 살 수 있고 다양한 차 문화도 즐긴다. 그런데 유독 클래식카 문화만큼은 후진국만 못하다. 2017년의 나는 클래식카를 꿈꾸는 시간만 즐겁다

2017.03.15

내가 어릴 때, 그러니까 1950년대에는 장난감이 없었다. 난 동네 아이들과 검정색 고무신을 겹쳐 자동차로 생각하고 놀았다. 당시에는 해외여행도 쉬운 것이 아니어서 가끔 외국에 출장 가시는 아버지가 행여 장난감이라도 하나 사다 주면 동네 아이들의 선망과 질투의 대상이 됐다.


1980년대 초 미국에 처음 갔을 때 교포인 친구가 데려간 캠핑 여행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고 또 철저히 보호하는, 그들의 검소하고 위생적인 캠핑 문화가 부러웠다. 미국에서 캠핑은 역사가 오래된, 가장 경제적인 여행 수단의 하나였다. 그때 대한민국에 캠핑카는 없었다. 누군가 에어스트림 트레일러 두 대를 들여왔다가 신문에 대서특필됐다. 모두가 ‘조국 건설’에 열심인데, 감히 놀러 다닐 생각을 하다니 괘씸하다는 것이었다. 수입한 회사는 세무조사를 받아야 했다. 불과 30여 년 전 일이다. 그때는 공식적인 수입차도 없었다. 가끔 보는 외국산 차는 재벌 회장이나 장관이 타는 차였다. 국산 스포츠카는 꿈꿀 수조차 없었다. 모든 국산차는 4도어 세단뿐이었다. 지붕을 벗기는 컨버터블은 영화 속에서나 보았다.


나는 없는 것에 익숙한 세대였다. 개발도상국가의 젊은이에게는 없는 것이 많았다. 수입차가 즐비한 오늘날 강남 거리는 정말 세상이 많이 변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자동차 마니아로서 좋아진 세상에 감사한다. 우리나라가 자동차 만드는 나라가 되고 잘 사는 나라가 됐다. 내가 원하는 모든 장르의 차를 살 수 있고 다양한 자동차 문화를 누린다. 내가 원하면 언제라도 세계 여행을 훌쩍 떠날 수 있다. 내 젊은 날에는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부족한 것이 많다. 외국에는 흔한데 아직 우리에게 없는 것이 많다. 풍요 속의 빈곤이랄까,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커져만 간다. 그중 하나가 클래식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크고 화려한 차에는 욕심이 없는데, 깨끗한 클래식카는 하나 갖고 싶다. 캘리포니아의 해변도로를 달리면서 클래식카라면 벤츠도 부럽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공급이 한정된 클래식카는 감히 넘볼 수 없는 품위와 우아함을 지닌다. 태국이나 인도의 고급 호텔 앞에 늘어선 클래식카의 세련됨은 우리의 자동차 문화를 쑥스럽게 한다. 우리는 벤츠 S 클래스가 많이 팔리는 나라지만 아직 클래식카를 음미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 것이다.


가까운 장래 자율주행차가 달리기 시작하면 나의 자동차 취미생활은 끝날지 모른다. 내가 태어날 때 시발 자동차가 만들어졌다. 어린  날 거리에서 새나라 택시를 보았다. 젊은 날 포니로 운전을 배웠다. 나이 들어서는 자동차 칼럼니스트가 되어 온갖 자동차를 타보았다. 나의 인생은 자동차와 함께하며 즐거웠다. 


이제 운전이 필요 없는 세상이 다가온다. 자율주행차, 친환경 무공해차, 카셰어링, 우버 등 요즘 자동차 잡지를 채워가는 새로운 이슈에 관심은 크지 않다. 내가 아는 자동차 취미생활이 아닌, 사회적 이슈인 탓이다. 자동차가 전자장비로 채워지는 것에도 관심은 덜하다. 그렇기에 나의 관심은 더욱 클래식카로 모아진다. 클래식카를 위한 법도 존재하지 않는 이 땅에서 작은 꿈을 꾼다. 곧 클래식카가 도로를 달릴 수 있는 날이 올 것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내가 살아온 세상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빨리 변해왔다. 


클래식카를 마음 편하게 즐기고 싶다. 내가 원하는 오래된 차에 제대로 된 번호판을 달아야 한다. 나의 클래식카는 오리지널에 충실한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달리는 동안 고장이 날까 두려운 차를 바라지 않는다. 내가 차의 눈치를 봐가며 마음 조아리는 차를 원치 않는다. 시트로엥 2CV 같은 작은 유럽산 차가 끌리는 것은 구조가 간단해 내가 손봐가며 탈 만하다는 생각에서다. 오리지널 비틀도 괜찮고, 아직 남아있다면 피아트 124 같은 국산차도 괜찮아 보인다. 오리지널 미니와 친퀘첸토는 귀엽지만 덩치 큰 내가 탄다면 곰처럼 보일 것 같아 망설여진다. 


가만있자, 그런데 아파트를 벗어나 널찍한 차고가 있는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먼저 가야 할지 모르겠다. 이런저런 생각에 요즘은 클래식카 사진을 찾아보는 취미가 생겼다. 애틋한 감상에 젖어 클래식카를 꿈꾸는 시간이 즐겁다. 

모터트렌드, 클래식카, 차문화

CREDIT

EDITOR / 박규철 / PHOTO / 비올라 /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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