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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한옥 건축가, 세 가지 시선

가장 가까이에서 한옥을 마주하는 젊은 건축가들이 법고창신의 정신 아래 서로 다른 시선으로 본 우리의 한옥.

2017.02.10

어번 디테일

약 2년 반 된 건축사무소. 독일인 다니엘 텐들러, 한국인 최지희가 공동 소장을 맡고 있다. 대표적인 한옥 작품으로는 명륜동 사무실, 그리고 게스트하우스 비욘드 스테이가 있다. 

 

한옥 건축사무소의 공동 소장이 독일인이라서 놀랐다. (다)사실 어머니가 한국인이다. 어릴 적 친척들이 한옥에 살아서 1980년대에 한옥 마루에서 뛰어놀던 추억이 있다. 원래 전공은 경제학이었는데 한옥에 매료되어 건축을 다시 공부했다.

독일에서 ‘한옥’을 공부하는 게 가능한가? (다)당시 독일에 한국의 전통 건축에 대한 책이나 자료는 전무한 상태였다. <우리 한옥>이라는 책이 유일했다. 그러나 한옥도 결국 건축물이고, 당대에 사용할 수 있는 한옥을 지으려면 이 시대에 맞게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에서 ‘도시한옥’에 대한 논문을 썼는데 운 좋게 상도 받았다.

한옥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나? 마당이 함께 있어 탁 트인 느낌이 난다는 점. 나무 같은 자연적 요소의 미감도 잘 드러나고, 특히 손작업의 느낌이 배어 있어 좋다. 인간적이라고 해야 할까? 여유와 기품, 온기가 담겨 있다.

도시 한옥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견해가 있다면? 기존의 한옥인지, 새로 짓는 한옥인지에 따라 다르다. 흔히 한국의 전통문화라 하면 궁궐이나 유명한 사람이 살던 집에 국한되곤 하는데, 일반 한옥을 제외하는 것이 아쉽다. 어번 디테일이 작업한 ‘비욘드 스테이’도 결국 일제 시대에 지어진 것인데, 한국의 아픈 역사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기억을 다 없애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역사니까.

기존의 모습은 최대한 남겨야 한다는 말인가? 원래 있던 한옥을 부수고 완전히 새로 짓는 북촌에 비해 예전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는 통의동을 더 긍정적으로 본다. 카페나 바로 바뀌는 등 원래 목적은 사라졌을지 몰라도 골조 자체라도 남아 있는 건 의미 있다.

한옥을 신축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요즘 신축 한옥을 보면 지나치게 겉치레에 치중한 건 아닌가 싶다. 오히려 고택이 덜 화려할 정도니까. 우리는 겸손하고 소탈한 집을 좋아한다. 사치스럽지 않은 소박한 한옥을 짓고 싶다. 살아 숨 쉬는 장인인 목수와도 긍정적인 협업을 진행하려고 한다.

현대의 한옥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전통 한옥은 전통 한옥대로 유지하고, 새롭게 짓는 것은 전통에 무조건 갇히기보다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창호나 등, 장판 등 인테리어라도 조금씩 전통 기술을 가미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1, 3, 5 원래 한옥의 구조를 최대한 살린 비욘드 스테이의 내외부. 2 예전 사무실로 사용하던 명륜동의 한옥. 기존의 구조는 그대로 두고, 창호와 인테리어만 전통 장인들과 협업, ‘모던한 전통’ 개념으로 설계했다.  4 기존 골조에 철제를 대어 새로운 분위기를 조성했다. 창문도 창호지 대신 유리로 마감했다. 

 

 

이용재 아키텍츠  

서촌을 기반으로 건축, 가구, 전시 등 다방면으로 활동한다. 대표적인 한옥 리모델링 작품인 통의동의 게스트하우스 ‘사이드’로 한옥 상을 수상했다.

 

한옥과 연을 맺게 된 계기는? 현대 건축가이지만, 학창 시절부터 답사를 많이 다니기도 해서 한옥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높은 편이었다. 어렸을 적 한옥에서 뛰어놀던 기억도 생생하고.

‘사이드’에 구체적으로 어떤 작업을 했나? 대부분은 그대로 두고 가구, 창, 천장만 고쳤다. 창을 통해 바라보는 풍경을 특히 염두에 두었다. 계절에 따라 마당에 피는 꽃이나 나무가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하고, 기둥과 기둥 사이에 어떻게 자연을 넣을 것인지 고민했다. 자연을 어떻게 내부를 끌어오느냐는 내가 현대 건축을 할 때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그런 면에서 한옥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나? 사찰, 불교 건축 등 전통 건축이 좋은 부분은 자연과의 유기적 조화다. 자연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현실적 한계 때문이기도 하다. 각 지방의 지형적 특성에 따라 형태와 종류가 달라질 만큼 자연을 풍부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현대적으로 고친 한옥에 대한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다행히 사이드에 대한 건축계의 반응은 좋은 편이었다. 비판하는 사람이 많아도 나는 이 시대에 맞게 고치기를 고집했을 것이다. 현대에 짓는 한옥이 조선 시대의 한옥보다 좋을 수 없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 빅토리아 양식으로 건물을 새로 짓는다면 과연 좋을까? 전통을 잘 지켜야 하는 건 맞지만 모던 한옥이 여러 건축 양식 중 하나로 존재할 필요는 있다.

한옥에 살고 싶은 마음이 있나? 없다(웃음). 이 시대의 건물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에 맞게 유지 관리를 하려면 몇 배로 힘이 든다. 새로 짓는 한옥은 규제가 많아서 또 다른 어려움이 있다. 한옥이 시대정신에 의해 새롭게 바뀔 수 있는 여지와 제도가 나왔으면 한다. 

 

1 나무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게스트하우스 풍경.  2 바깥으로 열리는 유리창이 신선한 재미를 준다. 3 풍경을 한옥의 내부로 끌어들인 건축. 

 

 

지랩 

기획과 마케팅을 담당하는 이상묵, 건축을 담당하는 노경록, 그래픽과 디자인을 담당하는 박중현 대표 3인이 이끄는 건축가 집단. 사람들이 머물다 갈 수 있는 ‘스테이’ 공간의 기획과 설계, 운영 등을 맡는다. 

 

한옥과는 어떻게 인연이 닿았나? 한옥 리모델링을 진행한 렌털 하우스 ‘창신기지’를 통해서다. 당시 폐가였던 창신기지는 허름하고 위험한 지역이라 청소년 출입 금지 구역이었다. 다 쓰러져가는 공간이지만 한옥이라는 원래 기능을 살려서 스테이 공간으로 고쳤다. 영락재는 네 번째 시도한 한옥 작품이다.

영락재는 어떤 공간인가? 원래 주인이 한옥 체험 공간을 염두에 두고 2012년에 신축한 한옥인데, 최근 리모델링을 마치고 앞으로는 지랩 운영하에 게스트하우스로 활용한다.

한옥 작업을 하면서 한옥에 대한 애정이 깊어졌나? 물론이다. 여기에 숨은 많은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창은 특성에 따라 고유의 이름을 갖고 있는데, 전체에서 일부만 빛이 들어와서 ‘불밝이 창’, 창과 기둥 기능을 하는 ‘안고지기 창’ 등 사소한 디테일에도 모두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한옥을 고칠 때 신경 쓰는 부분은? 주거 공간이란 사는 데 불편함이 없어야 하지만, 한옥 리모델링을 할 때는 옛 기억을 살려두기 위해 조금 불편해도 감수하는 부분이 있다. 사실은 그 불편함을 알면서도 적지 않은 돈을 내고 투숙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현대화된 한옥은 한옥이 아니라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어려운 부분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 현재 짓는 한옥이 진짜 한옥이라고 규정하기 힘들 수 있다. 그런데 결국 집이라는 공간은 라이프스타일을 담는 그릇이 아닌가. 북유럽 등 해외 디자인에 대한 관심도 좋지만 우리 고유의 문화를 개인의 취향에 따라 어떻게 생활에 접목할 수 있을지 동시대 사람들이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지나치게 전통만 따지지도, 지나치게 외국 문물을 지향하지도 않는 선에서 우리가 만들어낼 수 있는 게 따로 있지 않을까? 

 

1 2012년에 지은 한옥 영락재를 최근에 리모델링했다. 2 마루에서 창을 열면 아름다운 기와가 눈에 들어온다. 3 1층은 한옥, 지하는 양옥으로 된 재미난 구조. 

 

 

 

더네이버, 한국전통, 건축, 라이프스타일, 한옥건축가

CREDIT

EDITOR / 전희란 / PHOTO / 김잔듸 /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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