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한 대씩 달리는 WRC는 경쟁이 없잖아
맞다. WRC는 F1처럼 한꺼번에 출발하는 스프린트 방식이 아니라 스타트와 피니시 경과 시간을 체크하는 타임 트라이얼 방식이다. 각 랠리카는 2~3분의 차이를 두고 출발한다. 그런데 출발 순서에 따른 변수가 관전 포인트다. 타막(아스팔트)의 경우에는 노면에 먼지가 많아 먼저 출발하는 게 불리할 수 있다. 반대로 그래블(비포장길)은 먼저 출발하는 게 유리하다. 2분의 인터벌 동안 먼지가 가라앉지 않을 수도 있고, 노면이 더 많이 파일 수 있기 때문이다. 출발순서는 금요일은 누적 포인트 순으로 하고 토요일, 일요일은 포인트 역순으로 출발한다. 

2 도대체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어
서킷처럼 모든 코스가 한눈에 보이면 좋겠지만 랠리는 그게 되지 않는다. 정해진 루트에 따라 일반도로와 비포장길이 섞인 13~17개의 스페셜 스테이지(SS)를 달린다. 총 구간이 350~400킬로미터나 된다. 그런데 이게 또 다른 묘미가 있다. SS 구간 사이를 지나는 리에종(Liaison)이 있다. 리에종을 지날 때는 랠리카를 정비하거나 세팅을 달리하는 시간을 준다. 타이어 세팅과 재급유 지점도 정해져 있다. 그 시간이 짧아 미캐닉들이 꽤 부산하게 움직이는 걸 볼 수 있다. 리에종이 또 재미있는 건 정해진 시간 안에 들어와야 한다. 늦거나 더 빨리 들어와도 페널티를 받는다. 

3 포인트 제도가 이상해
챔피언십 포인트는 10위까지 각각 25-18-15-12-10-8-6-4-2-1포인트를 주고 마지막 파워 스테이지(PS)는 1~5위까지 순서대로 5,4, 3, 2, 1포인트를 더 준다. 즉 PS 우승자는 30포인트를 얻는 셈이다. 따라서 매 라운드마다 마지막 PS가 가장 치열하다. SS를 잘해도 PS 때문에 우승을 못할 수도 있다. 

4 드리프트와 점프를 빼면 볼 게 없는 거 아냐?
점프와 드리프트를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랠리카의 속도를 줄이지 않기 위해서다. 코너와 언덕에서 속도를 줄이고 다시 과속하는 과정은 시간 지체가 생기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그립력이다. WRC는 아스팔트도 달리지만 비포장길이 많다. 따라서 타이어 그립이 아스팔트보다 떨어져 드리프트가 자연스러운 코너 공략법이다. 
점프에도 방법이 있다. 가장 좋은 건 네 바퀴를 동시에 안착하는 것이다. 충격을 네 군데로 분산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점프 속도와 브레이킹 타이밍, 안착 지점의 노면상태까지 체크해야 한다. 때에 따라서는 드리프팅 점프를 하기도 한다. 뒤를 흘린 상태에서 점프를 할 때는 차체 회전속도까지 계산해야 한다. 
간혹 노즈가 먼저 처박히는 랠리카는 점프 시점에서 브레이크가 너무 강했던 것이고 뒷바퀴가 먼저 닿는 건 속도가 너무 빠른 탓이다. 단순한 점프와 드리프트가 아니다. 

5 코드라이버는 도대체 뭐라고 떠드는 거야?
드라이버는 시속 200킬로미터가 넘는 속도로 간간이 앞이 보이지 않는 비포장길을 달려야 하기 때문에 앞의 모든 상황을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 그래서 조수석에 앉은 코드라이버가 드라이버의 또 다른 눈 역할을 한다. 코드라이버는 코스의 노면 특성, 코너 각도, 점프 타이밍, 브레이킹 포인트 등 주행에 필요한 모든 것을 실시간으로 드라이버에게 인지시킨다. 드라이버는 코드라이버의 멘트에 따라 랠리카를 조종한다. 
드라이버는 앞의 상황을 눈으로 보고 판단해 달리는 게 아니라 미리 기억된 코스를 머릿속으로 연상하며 그대로 달린다고 한다. 눈은 현재 위치와 간략한 상황 정도만 파악할 수밖에 없다. 랠리카가 너무 빠르기 때문이다. 머릿속 이미지만으로 운전을 한다고 생각하면 크게 틀리지 않다. 코드라이버는 
그 기억의 조각을 맞춰주는 역할을 한다. 

6 드라이버와 코드라이버가 싸우기도 하던데?
인생사 친할 때도 있고 싸우기도 하는 거 아닌가. WRC도 인생사와 비슷하다. 여기도 갑을 관계가 존재한다. 코드라이버는 드라이버가 월급을 주고 고용한다. 잘하면 월급 올려주고 못하면 해고당할 수 있다. 잘한다고 소문나면 몸값이 엄청 올라간다. 그런데 잘한다고 그냥 스카우트할 수 없다. 드라이버와 코드라이버는 빠르고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동일한 언어를 써야 한다.

7 WRC는 사고가 가장 재미있는 광경 아닐까?
드라이버에게 미안하지만 세상 모든 모터스포츠는 사고 순간이 가장 흥분된다. WRC는 척박한 환경에서 달리니 사고가 많을 수밖에 없다. 
F1처럼 노즈가 깨지는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몇 바퀴씩 뒹구는 건 예사다. 타이어가 날아가기도 하고 애먼 곳에 처박혀 오도 가도 못하는 꼴이 되기도 한다. 종종 드라이버와 코드라이버가 차를 수리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도 보인다. 관중들이 차를 빼내려고 모여들기도 하고, 드물게 야생동물도 출현한다. WRC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8 도시는 왜 들어가는 거야?
앞서 말한 것처럼 리에종 구간엔 도시에 진입한다. 일반 도로를 달릴 때는 랠리카도 교통법규를 준수해야 한다. 법규를 위반하면 범칙금을 내는 것은 물론이고 경주 페널티를 받는다. 그래서 모든 랠리카는 각 국가의 도로운행 허가와 번호판을 받아야 한다. 랠리카가 일반차들과 뒤섞여 신호를 지키고 차선을 바꾸는 광경은 참 이채롭다. 
또 슈퍼 스페셜 스테이지(SSS)라는 게 있다. 팬서비스 차원에서 특별히 마련된 이벤트다. 도심이나 지역 명소에서 랠리카로 퍼포먼스를 하면서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축구장 등에 특별한 코스를 만들어 달리기도 한다. 이때는 두 대의 차가 동시에 출발하는 스프린트 스타트를 한다. 팬과 드라이버 모두가 즐기는 순간이다. 

9 어디서 볼 수 있지?
현재 국내에 실시간 중계를 해주는 곳은 없다. 라이브 스트림은 WRC 홈페이지에서 유료로 볼 수 있다. 한국과는 시차가 있어 실시간으로 보는 것보다 다음 날 하이라이트 영상을 추천한다. 현대 모터스포츠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볼 수 있고 경주 결과도 바로 올라온다. 한국어로 돼 있어 편하다.  

10 2017 시즌 관전 포인트는?
절대 강자였던 폭스바겐이 지난해를 끝으로 WRC를 떠났다. 올해는 현대팀이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 올릴 좋은 기회다. 하지만 WRC에서 잔뼈가 굵은 시트로엥이 안식년을 끝내고 올해 복귀한다. 토요타도 18년 만에 돌아온다. 여기에 지난해 폭스바겐 폴로를 타고 챔피언이 된 세바스티앵 오지에가 포드 피에스타를 타게 됐다. 절대 강자가 없는 WRC는 이미 혼전을 예고하고 있다. 과연 현대차가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서 얼마나 좋은 성적을 낼까? 그 어느 해보다 흥미진진할 것이다. 

2017 WRC 일정
몬테카를로    1월 19~22일
스웨덴           2월 9~12일
멕시코           3월 9~12일
프랑스           4월 6~9일
아르헨티나    4월 27~30일
포르투갈       5월 18~21일
이탈리아       6월 8~11일
폴란드          6월 29~7월 2일
핀란드          7월 27~30일
독일             8월 17~20일
스페인        10월 5~8일
영국           10월 26~29일
호주           11월 16~19일

모터트렌드, 자동차, 랠리카로 퍼포먼스, 시트로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