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풀 체인지된 메르세데스 벤츠의 신형 E 클래스는 첨단기술을 그득하게 실었다. 멀티빔 헤드램프는 네 개의 컨트롤 유닛 안에 84개의 LED를 빼곡히 담아 주행 상황에 맞게 조명을 비춘다. 액티브 파킹 어시스트는 이전 모델에 비해 좁은 공간에서도 주차를 척척 한다. 어댑티브 브레이크 어시스트는 앞차와의 간격이 짧거나 보행자 혹은 장애물이 갑자기 나타나 부딪칠 것 같으면 스스로 브레이크를 밟아 멈춘다. 이런 다양한 첨단기술 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기술은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패키지 플러스다. 벤츠의 안전기술을 듬뿍 담은 패키지라고 할 수 있는 이 기능에는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의 일종인 디스턴스 파일럿 디스트로닉을 품은 드라이브 파일럿과 어댑티브 브레이크 어시스트, 운전자가 위험을 감지하고 스티어링휠을 돌렸을 때 더 많이 돌아가도록 하는 조향 회피 어시스트와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넘으려고 할 때 스티어링휠을 돌려 차선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능동형 차선 이탈 방지 어시스트 등이 포함된다. 그리고 이런 다양한 기술 덕에 짧긴 하지만 자율주행도 가능하다. 
운전석에 앉으면 대시보드 왼쪽에 스티어링휠 모양이 그려진 버튼이 보이는데 이게 자율주행을 할 수 있는 버튼이다. 이 버튼을 누른 다음 스티어링휠 왼쪽 아래에 있는 크루즈컨트롤 레버를 위로 올려 크루즈컨트롤을 실행하면 자율주행이 가능한 상태가 된다. 계기반 아래에 있는 스티어링휠 모양 로고가 초록색으로 바뀌면 자율주행을 할 수 있단 뜻이다. 실제로 E 클래스는 생각보다 자율주행을 잘했다. 쭉 뻗은 한적한 도로에서는 약 60초 동안 스스로 달렸다. 스티어링휠에서 손을 놓은 지 60초쯤 지나자 계기반에 스티어링휠을 잡으라는 아이콘이 뜨고 경고음이 울렸다. 그래도 잡지 않았더니 스스로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확 줄였다. 볼보 S90도 반자율주행이 가능하지만 E 클래스만큼 시간이 길지도, 적극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아 스티어링휠을 쥐게 하지도 않는다. 신형 E 클래스의 60초 자율주행은 생각보다 만족스러웠다. 이전의 S 클래스처럼 앞차만 따라가는 방식이 아니라 앞에 차가 없어도 스스로 잘 달렸다. 하지만 복잡한 도심에선 자율주행을 하는 게 여전히 불안했다. 스스로 스티어링휠을 꺾어 차선을 지키는데도 자꾸 스티어링휠을 쥐게 됐다. 사무실에 도착해 E 클래스를 주차한 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난 자율주행차에 순순히 운전대를 넘길 수 있을까?

자율주행이 걱정돼요
컨티넨탈 타이어가 2000명의 영국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5분의 3이 완전 자율주행차의 안전에 대해 걱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시스템이 오류를 일으켜 사고나 고장이 나는 것을 가장 걱정했다. 하지만 이들은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궁극적으로는 사고가 줄어 도로가 좀 더 안전해지고, 운전하는 시간이 줄면서 다른 일을 할 시간이 많아지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사람들 생각은 어디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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