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6일, 경찰청은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의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 중에서 제16조 ‘차로에 따른 통행 구분’과 제39조 ‘고속도로에서의 차로에 따른 통행 구분’ 부분으로, 지정차로제에 대한 이야기다. 이는 워낙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제도다. 얼마 전 인터넷을 포함해 여러 언론에서도 논란이 되었던 1차로 추월에 대한 이야기나 모터사이클이 어느 차로를 달려야 하느냐와 같은 논쟁이 모두 지정차로제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현재의 기준은 이렇다. 고속도로가 아닌 일반 도로에서, 편도 4차로인 경우 1, 2차로는 승용차와 중소형 승합차가 달릴 수 있다. 3차로는 버스 같은 대형 승합차와 1.5톤 이하의 화물자동차까지만 가능하고 나머지 1.5톤 초과 화물차, 특수차, 건설기계, 이륜차, 원동기 장치 자전거는 중앙선을 기준으로 가장 바깥쪽에서 달려야 한다. 

사실 과거에는 어디를 이용해 추월할 수 있느냐를 놓고 논란이 컸다.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있다. 우선 모든 자동차는 지정된 차로와 그 하위 차로, 그러니까 오른쪽 차로는 달릴 수 있다. 한편 추월을 하려면 역시 지정차로를 기준으로 왼쪽 한 차로를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편도 3차로인 도로에서 대형 버스는 2, 3차로를 달릴 수 있는데 만약 2차로를 주행하던 버스가 앞차를 추월하려면 1차로로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추월 후 다시 지정된 차로로 돌아가야 하지만 그렇다고 1차로 추월이 문제는 아니다. 마찬가지로 모터사이클도 가장 바깥 차로를 달려야 하지만 추월을 위해서는 왼쪽 한 차로까지 진입할 수 있다. 이를 모르고 무조건 바깥으로 달려야 한다고 했던 지적은 잘못된 것이다. 

경찰청 발표로는 이번 개정안은 차종마다 정해져 있는 통행 구분을 줄여 혼란을 막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개정안에 따르면 위에 설명한 편도 4차로 도로를 기준으로 3차로와 4차로를 달릴 수 있는 자동차가 합쳐졌다. 그러니까 이륜차도 3차로를 주행하면서 2차로를 이용해 앞지르기가 가능해진 것이다. 편도 3차로라면 평소에 2차로를 달리다가 1차로 추월이 허용된다는 뜻이다. 만약 이대로 시행된다면 하위 차로를 달리던 차에게 조금 더 넓은 차로를 쓸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진 셈이다. 사실 승용차를 운전하는 입장에서는 개정 전과 비교해 달라진 점이 없어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우선 과연 개정안이 교통흐름의 개선에 얼마큼 도움 될 것인가 하는 의문이다. 일단 편도 3차로를 기준으로 이야기해보자. 3차로를 달리는 차들은 대부분 속도가 느린 경우가 많다. 대형 화물차나 특수차가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만약 이런 차들이 2차로를 달리다가 추월을 위해 1차로를 들어온다면, 법규 안에서 행동한 일이지만 1차로를 달리는 차들의 속도는 크게 줄 수밖에 없다. 결국 교통흐름에 저해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운전자들이 바뀐 법규를 잘 숙지하고 지정차로를 잘 지킨다면 좋아질 것 같지만 이게 불가능하다는 건 법을 바꾸는 이유에 잘 나와 있다. 애당초 2013년 12월 30일에 개정한 현재의 법규를 3년 만에 개정하면서 “지금 법이 복잡하고 운전자가 잘 몰라서 안 지킨다”는 이유를 내세우는 건 어불성설이다. 당연히 적극적인 홍보로 운전자들의 생각을 바꿔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또 모터사이클처럼 다른 자동차에 비해 크기가 작고 속도가 빠른 경우는 1차로까지 주행을 허용하는 것이 안전에 도움이 된다. 사각지대가 크고 움직임이 둔할 수밖에 없는 대형차와 모터사이클이 한 차선에서 달리는 건 결코 안전하지 않다. 여기에도 위에 쓴 ‘빠른 차는 왼쪽, 느린 차는 오른쪽’이라는 기준이 지켜져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단속의 어려움은 있겠지만 2종 소형 면허로 탈 수 있는 125cc 이상의 모터사이클은 속도가 빨라 승용차와 같이 달리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애당초 지정차로제 자체가 시대에 뒤떨어진 기준이다. 자동차의 종류에 따른 제약을 두는 것이 아니라 흐름을 생각해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것이 맞다. 도로의 제한속도가 얼마건, 빠른 차는 가장 안쪽을 달리고 느린 차가 바깥으로 움직이면 된다. 속도에 따라 주행 차로가 자연스럽게 나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내 뒤에 오는 차가 나보다 빠르다면 오른쪽으로 비켜주고, 내 앞의 차가 나보다 느리면 왼쪽으로 추월하면 된다. ‘난 승용차고 안전하게 운전하니까 차가 없는 1차로를 천천히 갈 거야’라는 생각이 교통정체를 야기한다. 만약 당신이 이런 차를 추월하려고 오른쪽 차로를 이용하다가 사고가 난다면, ‘앞지르기 방법 위반’이 된다. 흐름을 무시하고 혼자 느린 것이 딱히 안전하지도 않지만, 본인이 그 속도로 달리고 싶다면 오른쪽 차로로 변경하는 것이 좋다. 그게 전체 흐름을 빠르게 하는 방법이다. ‘나 하나쯤이야’ 혹은 ‘난 위반한 것 없어’라는 생각이 도로 위의 모두에게 피해를 준다. 

법은 항상 사회의 변화에 가장 늦게 반응한다. 어찌 보면 지금의 법규 안에서라도 운전자들이 하나씩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닐까.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정치가, 나라가 하지 못한 것들을 개인이 완성한 사례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당장 내일부터 실천해볼 일이다.   
글_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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