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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PICK_Car&Tech

도대체 정체가 뭐야?

캐딜락은 여전히 자신의 정체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2016.12.26

캐딜락을 맨해튼에 위치한 GM 자회사 정도로 생각한다면 캐딜락이 어떤 자동차였는지 그리고 어떤 모습을 지녀야 하는지 모를 것이다. 엉뚱하게도 이들은 캐딜락이 그냥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명품 브랜드가 되길 원한다.


21세기가 되면서 캐딜락은 성공적인 브랜드 정착을 위해 어설픈 시도를 여러 번 했다. 그중 일부는 198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캐딜락 보이지 콘셉트가 그랬다). 하지만 훌륭한 콘셉트 중 쓸 만한 양산차로 이어진 건 단 하나도 없었다. 4도어 컨버터블 시엘, 엘미라지, 무엇보다도 식스틴 콘셉트가 그런 사례다. 나는 여러 기자처럼 밥 러츠에게 무한한 찬양을 보내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친구는 자동차를 제대로 알고 사랑하며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대단한 본능을 지니고 있다. 그의 식스틴 콘셉트는 완벽에 가까운 현대적인 캐딜락이었다. 하지만 파산의 두려움에 사로잡힌 GM 경영진은 이 차를 현실화하지 않았다. 


시마론, BMW를 흉내 낸 ATS, 격렬하고 시끄러운 4도어 콜벳 CTS-V도 진짜 캐딜락은 아니다. 물론 ATS와 CTS-V는 순수하게 자동차라는 측면에선 훌륭하다. 하지만 캐딜락은 덩치가 크고 정력이 넘쳐야 한다. 충분히 빠를 수 있지만 정말로 빠른 차는 아니며, 무엇보다 편해야 한다. 이쯤 되면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에스컬레이드는 크고 편하다. 더불어 캐딜락에게 돈을 벌어주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성공적이라고 해도 에스컬레이드는 고급스럽게 치장한 쉐보레 서버번일 뿐이다. 진짜 캐딜락이 아니다. 


캐딜락 에스칼라 콘셉트도 진짜 캐딜락은 아니다. 아주 흔한 세단이라고 치부하면 너무나 멋진 디자인이겠지만, 내가 보기엔 캐딜락이라기보다 잘 만든 쉐보레 같다. 그릴 모양이 웃는 역사다리꼴이다. 수십 년 동안 캐딜락의 상징이었던 직선의 격자 모양이 아니다. 헤드램프는 실버라도 스타일에 가깝고 보닛을 가로지르는 두 개의 라인은 말도 꺼내지 말자. 오래 묵은 1960년대 콜벳처럼 보인다. 어떻게 이런 디자인이 나왔는지 도무지 모를 일이다. 


이 차가 베스트셀러가 될 일이 없다는 것은 그냥 봐도 알 수 있다. 캐딜락은 최신 모델이 나오면 항상 아주 비싼 가격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가 캐딜락의 진정한 전통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차를 비싼 돈 주고 사겠는가. 더군다나 이 차는 앞바퀴굴림처럼 후드가 짧으며 앞모습에 정체성이 전혀 없다. 


그래도 이름에서 무언가 캐딜락의 맛이 느껴지기는 한다. 독일차처럼 의미 없는 글자와 숫자 조합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더불어 발음하기 쉽고 확실하게 기억될 수 있다.  

 

글_Robert Cumberford

 

 

앞모습
크롬만으로 앞모습을 표현하려고 했다. 너무 단순한 구상이다. 전체적으로도 너무 쉐보레 같은 느낌이다. 
2 트럭 같은 헤드램프 역시 캐딜락이 아닌 쉐보레를 연상시킨다.
금색의 나비넥타이 엠블럼(쉐보레 엠블럼)이 더 잘 어울리지 않았을까?
4 보닛 위를 가로지르는 볼록한 두 개의 라인이 이 차를 캐딜락처럼 보이지 않게 만든다.
5 오목하게 들어간 면이 펜더를 강조한다. 뒤쪽 도어 표면으로 뻗어 나가다 사라진다.
A필러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얇다. 하지만 윈드실드 테두리에 검은색의 두툼한 구조가 보일 것이다.
7 휠아치의 볼륨이 익숙하다. 캐딜락의 그것과 거의 흡사하다. 더불어 수직으로 떨어지는 면도 아주 얇게 만들었다. 그나마 캐딜락다운 터치다. 
8 위에서 내려오는 빛이 굴절되도록 만들었다. 캐딜락 디자이너들의 차체 표면 다루는 솜씨가 여간 아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특색 없는 차체에 묻히고 말았다. 
9 가운데 멋진 라인은 그릴 표면을 지나 후드로 이어진다. 빌 미첼 스타일이다.

 

뒷모습
10 BMW 느낌을 주는 짧게 돌출된 앞모습은 납득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너무나 캐딜락스러워서 보기 싫었을 것이다.
11 앞쪽 보닛 옆 라인이 거의 수직으로 떨어진다. 
12 조그만 사이드미러일까 아니면 후방 카메라용 CCD/COMS 센서일까?
13 이어진 지붕 가운데 라인이 인상적이다. 우아하며 차분한 곡선이다.
14 크롬으로 C필러의 끝을 예리하게 처리했다. 더불어 크롬이 쿼터글라스 윤곽을 더 명확하게 그리고 있다.
15 이 멋진 패스트백 스타일은 후방 시야 확보에도 좋다. 반사된 빛이 운전자의 눈을 공격하는 각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16 스포일러 립 아래로 정교하게 깎아내린 부분이 뒤쪽 디자인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을까? 
17 바로 뒤 끝부분의 날카로운 모서리를 강조한다. 더불어 예리한 각을 준 크롬으로 멋지게 장식했다. 
18 T자 모양의 리어램프는 각을 살리며 캐딜락 특유의 수직 램프를 연상시킨다. 그러면서 수평 램프를 선호하는 독일차의 그것도 흡수했다. 
19 낮게 자리한 번호판 바로 위로 아주 길고 얇은 크롬을 붙였다. 시각적으로 차체가 넓어 보이는 효과를 낸다. 더불어 뒷부분을 멋지게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다.  
20 대체 이 작은 하키스틱 모양의 크롬은 왜 붙였는지 모르겠다. 별 볼 일 없는 F1 팀이 만든 시선 끌기용 기술로 보인다. 

 

 

실내
21 도어 안쪽으로 부드럽게 파인 표면은 시각적으로 여유로운 공간을 암시한다.
22 작은 에어백 하우징이 달린 운전대는 캐딜락의 특징을 잘 살렸다. 아주 매력적이다.
23 나란히 배치된 스크린 둘레를 밝고 얇은 틀로 우아하게 마감했다.
24 피아노 건반처럼 생긴 9개의 스위치도 우아하다. 하지만 인체공학적으로는 악몽임이 틀림없다. 전부 똑같이 생겨서 각각의 기능이 무엇인지 기억하기 어렵다.
25 계기반의 3분의 2를 넘게 가로지르는 우아한 곡선은 1970년대 후반의 시트로엥 CX를 연상시킨다. 당시엔 아주 진보된 차였다. 
26 센터터널 옆에서 올라오는 부드러운 패널이 아주 편안해 보인다. 하지만 오른쪽의 날카로운 모서리는 조수석 승객에게 달갑지 않을 것이다. 전반적으로 인테리어는 단순하고 깔끔하며 매우 우아하다.

 

 

 

Robert Cumberford 
GM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할리 얼의 눈에 띄어 GM 디자인실에 입사했다. 하지만 1세대 콜벳 스타일링 등에 관여했던 그는 이내 GM을 떠났고 1960년대부터는 프리랜서 디자인 컨설턴트로 활약했다. 그의 디자인 영역은 레이싱카와 투어링카, 다수의 소형 항공기, 보트, 심지어 생태건축까지 아울렀다. 디자인과 디자이너에 대한 그의 강직하고 수준 높은 비평은 전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 1985년 <모터 트렌드> 자매지인 <오토모빌>의 자동차 디자인 담당 편집자로 초빙됐고 지금까지도 매달 <오토모빌> 지면을 통해 날카로운 카 디자인 비평을 쏟아내고 있다. 

 

 

모터트렌드, 자동차, 카, GM, 세단

CREDIT

EDITOR / 이진우 / PHOTO / 캐딜락 /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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