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버터블 타기 좋은 계절이다. 흔히 컨버터블은 여름에 톱을 여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여름은 햇볕이 뜨거워 지붕을 닫고 에어컨을 틀어야 한다. 날씨 좋은 봄이나 가을이 좋지만 너무 짧다. 그래서 컨버터블 지붕은 겨울 초입이나 봄을 기다릴 즈음에 여는 게 좋다. 
히터를 틀어 몸을 덥히고 얼굴로 차가운 바람이 스칠 때 상쾌한 기분을 맛본다. 양털 내피가 포근한 가죽점퍼는 이슬이 조금 맺혀도 괜찮다.  벤츠 컨버터블은 에어가이드가 달려 뒤에서 찬 바람이 실내로 들이치지도 않는다. 헤드레스트 아래 에어스카프라는 히터 구멍은 목덜미로 따뜻한 바람을 불어넣어준다. 노천탕에 들어앉아 차가운 겨울 공기를 마시는 상쾌함과 다르지 않다.

대부분 컨버터블은 지붕이 천이어서 내구성이 걱정되는데, 하드톱은 이런 걱정을 날려버린다. 지붕을 닫으면 완벽한 쿠페가 돼 내구성은 물론 소음과 도난 걱정도 없다. 하드톱 컨버터블은 쿠페와 오픈카 두 대를 갖는 것 같다. 벤츠 최초의 하드톱 컨버터블 벤츠 SLK가 히트할 수 있었던 이유다.
벤츠의 작은 스포츠카 SLK 55 AMG가 이름을 메르세데스-AMG SLC 43으로 바꾸며 페이스리프트됐다. 가장 큰 변화는 엔진. V8에서 3.0리터 V6 바이터보로 바뀌었다. 이 엔진은 C 클래스의 AMG 스포트라인에 속하는 C 450에도 얹힌다. SLC 43이라는 수치는 배기량 3.0리터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는 것 같다. 벤츠 모델명 숫자도 아우디처럼 대충 엔진 퍼포먼스를 가늠하는 잣대로 봐야겠다.

이런 조치는 AMG의 외연을 넓히려는 벤츠의 전략으로, AMG 스포트라인의 C 450도 메르세데스 AMG C 43으로 곧 이름을 바꾼다. 2016년 10월까지 국내 AMG 판매량은 1760대이고 AMG 라인은 21종에 달한다. 벤츠코리아는 2020년까지 AMG 모델을 40개 이상을 늘릴 예정이다.
2017년부터 벤츠에서 V8 자연흡기 엔진이 없어진다. SLC 43이 엔진을 V8에서 V6 바이터보로 바꾼 것은 몸을 가볍게 하는 현명한 전략이다. AMG의 모든 엔진이 V8이던 과거에는 SLK에 커다란 V8 엔진 출력을 일부러 낮춰 낭비가 없지 않았다. 
367마력의 AMG SLC 43은 SLK 55 AMG보다 54마력이 낮지만, 0→시속 100킬로미터 가속 시간이 4.7초로 단 0.1초 느릴 뿐이다. 아마도 가벼운 엔진과 변속이 빠른 9G 트로닉 덕분일 것이다. 한 치의 낭비 없는 변속 감각이 마치 듀얼클러치 같았다. 엔진이 작아진 만큼 값도 1200만원 정도 내렸다. AMG SLC 43은 양산 라인에서 만들어지면서, 과거 한 명의 기술자가 책임지고 하나의 엔진을 만들던 AMG 생산 체제에서 빠지게 됐다. 

SLC 43의 겉모습은 SLK 거의 그대로 이어진다. 헤드램프와 테일램프만 약간 달라 보인다.  그릴은 크롬으로 장식했다. 에어인테이크와 그 아래 스플리터는 검은색과 은색으로 강조했다. 요즘 추세를 따른 시승차의 무광 블랙도 세련돼 보인다.
운전석도 개성 넘치는 분위기가 계속된다. 크롬 동그라미가 두드러진 대시보드와 붉은색을 더한 나파 가죽시트가 클래식하다. 운전 공간은 넉넉하지만 작은 차체가 스포티한 달리기를 부추긴다. 천장 색을 바꾸는 바리오 루프는 지붕을 접는 데 20초 걸리고, 시속 40킬로미터 이하로 달리면서 작동할 수 있다. 그 밖에 사각지대 어시스트, 차간거리 조절, LED 인텔리전트 라이트, 상향등 어시스트 등 첨단 시스템도 잘 갖췄다. 

이전 모델에서 이름만 바꾼게 아니라 엔진도 바뀌었다. 실린더 두 개를 덜어내고 터보 두 개를 붙였다. 최고출력 367마력은 작은 차체를 무서운 속도로 이끈다.

컨버터블을 탈 때는 옆 창을 내리고 달린다. 그래야 하늘 아래 몸을 내던지는 기분이 든다. 지붕을 벗기고 바람이 귓가를 스치는 걸 느끼며 천천히 달려도 좋고, 스포츠카 AMG를 즐기며 빠르게 달려도 좋다.

367마력은 한마디로 AMG답게 달린다. 53.1kg·m의 최대토크는 2000rpm부터 솟구쳐 마음먹은 순간 차가 튕겨낸다. AMG 라이드 컨트롤 서스펜션에는 어댑티브 댐퍼를 달아 단단함을 더했다. 하드톱 때문에 무게중심이 조금 높은 듯하지만, 재빠른 몸놀림에 반응이 정확해서 빠르게 달릴 수 있다. SLK 데뷔 이래 20년간 67만대가 팔린 차에서 단점을 찾기 쉽지 않다. 차는 손에 익을수록 점점 속도를 더해나간다.

AMG를 타면서 소리에 대한 재미를 빼놓을 수 없다. 인디비주얼, 에코, 컴포트, 스포트, 스포트 플러스로 구성된 주행모드에 따라 배기음도 달라지는데, 스포트 플러스 모드에서는 ‘우당탕탕’ 야단법석을 떤다. 모드에 따라 소음 크기도 달라 다른 차를 타는 것 같다.
지붕을 닫자 난리치던 세상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쿠페 세상으로 돌아온 거다. 하드톱은 유리 면적이 넓어 시야도 좋다. 트렁크는 지붕을 접어 넣어도 어지간한 짐은 충분히 실을 수 있다. SLC는 SLK보다 야들야들하지만 가볍고 세련된 AMG였다.  

SPECIFICATION 
MERCEDES-AMG  SLC 43

기본 가격 890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RWD, 2인승, 2도어 로드스터 엔진 V6 3.0ℓ DOHC 트윈터보, 367마력, 53.1kgm 변속기 9단 자동 공차중량 1610kg 휠베이스 2430mm 길이×너비×높이 4145×1820×1305mm 복합연비 9.5km/ℓ 
CO₂ 배출량 178g/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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