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크리스마스 소원을 조금 일찍 빌어보아요(I’m doing my christmas dreaming / A little early this year) / 아직 눈이 내리지는 않지만 종소리를 들으며 나는 기다려요(No sign of snow around/ And yet I go around / Hearing jingle bells ringing in my ear) / 당신이 약속한 계절이 왔어요(Your promise must be the reason) / 행복한 시간이 왔다는 걸 느껴요(Thehappy season is here) / 그래서 올해는 조금 일찍 크리스마스 소원을 그려보아요(So I’m doing my Christmas dreaming / A little early this year).”
프랭크 시내트라의 캐럴송 ‘Christmas Dreaming’의 가사처럼 남보다 조금 일찍 크리스마스에 설레면서, 한 해의 홀리데이 시즌을 준비하는 이가 있다. 바로 가야미디어의 김영철 회장이다.

1 이케아에서 산 종이 등이 직접 디자인해 천장에 단 크리스마스트리와 오너먼트를 환하게 비춘다.
2, 4 오너먼트 하나하나에는 추억과 이야기가 서려 있다.
3 환한 빛으로 정원에 1 온기를 가져다주는 크리스마스트리.

한 해의 달력을 11장 떼어내고, 12월을 맞이하는 순간의 설렘은 해가 지나도 바래거나 옅어지는 법이 없다. 12월 1일은 김영철 회장의 크리스마스 데커레이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날이다.
“22세에 미국 캔자스 주에서 아내와 함께 포인세티아를 사려고 동네 꽃가게에 들렀어요. 그런데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딩동!’ 하면서 주인이 뭔가 축하의 신호를 보내더군요. 우리가 몇 번째 손님에 당첨됐다면서 선물을 주겠다는 거예요. 그게 지금도 가보로 삼고 있는 생애 첫 크리스마스 오너먼트였어요.”
그 오너먼트가 씨앗이 되어 그는 매해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나둘 모으기 시작했다. 처음엔 장난 삼아 시작한 일이 이렇게 큰 자산이 될 줄 자신도 몰랐다. 아이들과 함께 맞은 크리스마스에는 ‘이건 네 거다’ 하며 트리에 걸어주기도 하고, 여행 가면 그 고장의 진귀한 장식품을 구하기도 했다. 뉴욕에 가면 모마 스토어에 들러 감각적 디자인 소품을, 오스트리아에 가면 스와로브스키를, 크리스마스 장신구로 넘쳐나는 독일에 가면 역 앞의 장터에 들러 섬세한 손길이 담긴 크래프트를 샀다. 베니스에서는 유리 공예의 성지 무라노 섬에 가서 값진 오너먼트를 구입했고. 모든 장식품 하나하나에 추억이 담겨 있어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누군가는 나보고 미쳤다고 할지 몰라요. 그런데 장식품 하나하나가 전부 자식 같아요. 지금까지 모은 게 수없이 많지만,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보관하고 있죠. 경동시장에서 과일 싸는 스펀지를 구입해 하나하나 포장해서 소장해요. 그렇게 해도 매년 한두 개씩은 깨지고 마는데, 이야기의 한 조각이 사라지는 셈이니 마음이 아프죠.”
매년 한두 개씩 없어지는 만큼 또 해마다 새로운 오너먼트를 들이니 그의 홀리데이 데코는 늘 새로울 수밖에 없다. 해마다 어김없이 초대하는 회사 직원과 친구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나름의 데커레이션 테마와 콘셉트를 두어 그에 맞게 장식한다.
“올해는 왠지 화려하게 꾸미고 싶었어요. 청계천에서 직접 디자인해 만든 크리스마스트리 모양의 걸이를 5개 달았고, 소장한 물건을 최대한 많이 장식했죠. 초대한 사람들 모두에게 ‘와서 한번 봐라!’는 심정으로요. 저로서는 벌거벗은거나 다름없었어요. 화려하고 근사하게 꾸미고 싶었던 까닭은 근래 좀 우울한 마음이 반영된 건지도 몰라요.”

흔히 크리스마스 데커레이션 하면 나무만 생각하기 쉽지만, 김영철 회장에게 그 의미는 아주 넓다. “연말 분위기가 트리에 한정되어서는 안 되고, 내가 거주하는 집 곳곳에 담겨야 해요. 마치 공간 전체에 향이 퍼지듯 추억과 이야기가 흘러야 하니까요. 거실을 장식한다면 트리 하나 놓는 게 아니라 거실 전체를 꾸미는 거죠. 인테리어와 조명까지 장식에 맞게 바꾸고요.”
대문에 걸어둔 리스부터 정원의 나무 하나하나, 식탁, 거실, 테라스, 하물며 화장실에 이르기까지 그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조금씩 차근차근 추억을 떠올리며 꾸미는 시간을 갖는다. 올해의 야심작은 돌아가는 기차가 놓인 커피 테이블. 가져보지 못한 장난감을 향한 어릴 적 맹렬하고 간절했던 동심이 농축되어 살아 반짝인다. 손자들이 와서 달라고 졸라도 결코 포기할 수 없을 만큼 애착이 가는 공간이기도 하다. 종이를 구겨 만든 조명은 이케아에서 구입했다. 오너먼트가 돋보이게 하기 위해 조명과 조도도 세심하게 신경 썼고, 소위 ‘조명발’이 좋은 장식품을 선택했다. 서로 다른 색깔과 크기, 재질의 장식품이 모였지만 서로 어우러지게 하는 힘은 바로 각각에 담긴 추억과 온기다.

“한 해에 몽땅 다 사서 장식한다는 건 별로 의미가 없어요. 매년 하나둘씩 수집해 추억과 이야기가 있는 공간을 만들고, 그것을 사랑하는 이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죠. 장식을 위한 장식이 아니라 연말을 맞는 기쁨과 설렘으로 하나 둘 모아보세요. 트리에 거는 게 아니라 ‘기분’에 건다는 마음으로요. 그렇게 하면 이야기가 생기고, 그렇게 추억이 차곡차곡 쌓이는 거죠.” 추억을 수집하고 공유하는 순간에 발하는 빛은 그 어떤 크리스마스트리의 불빛보다 밝고 아름답다.

1장난감을 갖고 싶었던 어린시절의 로망을 부려놓은 커피 테이블.
2 집 안 전체에 퍼진 홀리데이 분위기는 마당 너머까지 이어진다.
3 대문에 걸어둔 리스가 손님을 반긴다.
4 그릇과 캔들, 잔 하나까지 연말 분위기가 물씬 난다.
5, 6 서로 다른 장식품을 어우러지게 하는 센스는 수십년간 해온 수집의 결과다.
7 벽난로 주변 구석구석에도 아끼는 장식품을 진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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