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한마디로 단정하기 어려운 산업이다. 노동집약적이면서 자본 집약적이다. 철강과 타이어 등 부품 산업은 물론 물류, 에너지, 판매, 정비, 금융, 보험 등 다양한 산업과 촘촘히 연계된다. 요즘엔 IT와 배터리 같은 분야도 자동차 회사의 중요한 협력사가 됐다. 결국 자동차의 미래는 자동차 회사 혼자 준비해서 될 게 아니다. 각각의 산업이 긴밀하게 융합하고 함께 진보해야 미래 자동차라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그런 생각이 ‘미래 자동차 융합 컨퍼런스’가 열린 배경이다. 완성차 업체 없이 학계와 부품,
전자, 통신업계의 관계자들이 모여 미래 자동차에 대해 이야기했다. 발제는 홍성수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가 맡았다. 미래 자동차의 핵심을 커넥티비티와 자율주행으로 꼽았다. 미래차 하면 떠오르는 전기차나 수소연료 전지차에 관한 얘기는 하지 않았다. 어떻게 달릴지가 아니라 어떻게 똑똑해질지를 논의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자동차가 똑똑해지는 방법으로 커넥티비티를 꼽았다. 카메라 센서와 라이다(Lidar), 레이더(Radar) 등 자율주행을 위한 하드웨어의 기준과 표준도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것들이 강력한 소프트웨어를 통해 완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센서를 통해 얻은 정보와 내비게이션 지도로 획득한 정보, 커넥티비티로 전해진 정보를 순간적으로 분석하고 정확하게 판단해야 완벽한 자율주행을 하고 사고를 피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수준의 소프트웨어로는 불가능하다. 통신망도 5G는 돼야 원활한 정보 교류가 가능하다.

한국은 앞선 5G 기술을 가졌다고 한다. 수년 내 상용화될 것이라고. 다만 소프트웨어가 문제다. 홍 교수는 안드로이드 OS처럼 오픈 소스로 풀어 집단 지성이 움직여야 고도로 발전할 것으로 봤다. 이어서 현대모비스의 정태영 지능형차량연구팀장이 올라왔다. 현대모비스는 현재 센서 기반의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했다. 지도 정보 기반의 자율주행 기술 연구를 위해 현대엠엔소프트에 상세지도 개발 용역을 맡겼다. 그 밖에 가장 큰 고민은 통신이다. 엄밀히 말하면 V2X다. V2X는 차량과 사람, 신호등 등 운행과 관련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모든 것들과의 양방향 통신을 말한다. 일정 거리 내 360도 안에 있는 통신 가능한 모든 것과 정보 교류하는 것이 기본 콘셉트다. 이를 통해 센서의 사각지대에 있는 자동차나 장애물 등을 인식할 수 있고 돌발 상황도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 다음은 LG전자의 단병주 팀장이 나왔다. LG전자는 자신들이 강점인 부분을 강화하면서 미래 전략을 연계해가는 방향으로 대비 중이라 밝혔다. 현재 LG전자가 세계 1위인 부문은 차량용 디스플레이, 인터페이스, 카메라 솔루션이다. 차량 간 통신은 아직 시작 단계로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추진 중이다. LG전자는 인터페이스도 미래 자동차에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 뭔가를 누르고 터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몸짓, 표정, 신체 인식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한 인터페이스를 연구하고 있다. LG전자는 기술보다는 부품사로서의 개발 과정에 대한 제언을 했다. 부품사는 선행 제안 단계에서 수주를 해야 하는데 개발에 들이는 시간과 비용이 커 수주가 좌절되면 타격이 크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체계적이면서도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선행 제안 및 협업을 위해 완성차 업체와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전문 소통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냈다.

SK텔레콤에서는 IoT 사업본부의 노신호 매니저가 나왔다. SK텔레콤은 통신업체로서 할 수 있는 게 많다고 보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들이 대부분 통신망이나 무선 연결 등을 이용한 정보 교류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특히 점차 많은 양의 데이터를 주고받게 될 것으로 판단해 통신망 사업자로서의 수익도 기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거의 모든 종류의 커넥티비티를 IoT, 즉 사물인터넷의 일종이라 생각한다. 때문에 통신회사로서의 장점을 살려 보안 쪽에서도 큰 역할을 하리라 기대한다. SK텔레콤이 자랑하는 기술은 QRNG 칩이다. QRNG(Quantum Random Number Generator)는 양자난수 생성기를 뜻한다. 10나노미터 이하의 미시 세계에서는 확률에 의존하는 불확실한 현상이 관측되는데 이를 양자역학이라고 한다. 이 현상을 활용해 예측 불가능한 난수를 검출해 암호로 사용하는 게 QRNG다. 아직까지는 QRNG가 해킹으로 뚫릴 가능성이 없다고 한다. 각 발제자들은 서로 다른 표현으로 각자의 얘기를 한 것 같지만 사실 모두 커넥티비티를 통한 좀 더 똑똑한 자율주행에 대해 이야기했다. 분야별로 받아들이는 방식과 개념이 다를 뿐 모두 융합될 수 있는 부분이다. 자동차 회사에서는 2020년쯤 자율주행이 가능하리라 보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2020년 5G도 상용화될 예정이다. 미래 자동차 제2의 도약은 어쩌면 2020년을 발판으로 삼을지 모른다. 오늘 얘기를 들어보니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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