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쓴 윤이나는 영화 칼럼니스트이자 <미쓰윤의 알바일지>의 저자이다.

조앤 K. 롤링. 개봉을 앞둔 <신비한 동물사전>에서 가장 앞에 놓인 이름이다. 배우도 감독도 아니지만 이 영화에 가장 중요한 인물이므로 <해리 포터> 시리즈를 통해 이 시대의 중요한 작가 중 하나로 떠오른 롤링은 <신비한 동물사전>의 영화 각본을 썼고, 이 책은 롤링의 이야기를 책이 아닌 스크린으로 먼저 보는 첫 작품이 될 것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와 달리 <신비한 동물사전>의 원작은 이야기가 아닌 진짜 사전이기 때문이다. <신비한 동물사전>은 <해리 포터> 시리즈의 마법 학교인 호그와트의 ‘마법의 동물 돌보기’ 수업 교과서로, 현실 세계 사람들인 ‘머글’들도 볼 수 있도록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의 낙서가 담긴 그대로 2001년 출간되었다. 마법 세계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이 책의 저자는 뉴트 스캐맨더. 그가 바로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의 주인공이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의 젊은 배우 에디 레드메인이 뉴트 스캐맨더 역할을 맡은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차세대 영국 배우 중 가장 클래식하고 우아한 영국적인 매력을 가진 배우로 꼽히지 않나? 오히려 놀라운 점은 롤링이 그를 영국이 아닌 미국으로 데려갔다는 사실이다. <신비한 동물사전> 배경은 1920년대 뉴욕이다. 마법 동물이 가득한 슈트케이스를 들고 출장을 떠난 영국 마법부 직원 뉴트 스캐맨더가 뉴욕에서 동물 몇 마리를 잃어버리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물론 이후로는 그가 동물을 찾기 위해 누군가와 힘을 합치고 누군가와는 맞서는 모험이 펼쳐진다. 해리(대니얼 래드클리프 분)가 친구들을 만나 볼드모트(랄프 파인즈 분)와 맞섰듯이. 마법 세계에서도 현실과 다르지 않게 역사는 반복된다는 사실을 이 거꾸로 가는 여행을 통해 알게 된다. <사랑에 대한 모든 것>과 <대니쉬 걸>을 통해 차세대 연기파 배우로 자리를 굳힌 에디 레드메인은 어딘지 소심해 보이지만 눈 안에는 장난기가 가득한 모습으로 뉴트 스캐맨더를 표현한다. 미국 내 사전 행사에서 <신비한 동물사전>을 홍보하며 바닥에 놓인 슈트에서 나타나거나 관객에게 지팡이를 나누어주고 불을 켜는 ‘루모스’ 마법 주문을 함께 외치며 그보다 더 잘 어울릴 수는 없는 마법사의 모습을 보여준 에디 레드메인이 뉴트 스캐맨더를 해리 포터만큼이나 유명하고 사랑받는 캐릭터로 만들어낼 수 있을지 역시 최고의 관심사다.

에디 레드메인과 함께 신비한 동물 되찾기에 나서는 미국인 마법사 자매는 캐서린 워터스턴과 앨리슨 수돌이, 어쩌다가 뉴트의 짝이 되어 마법 세계의 대사건에 휘말리는 보통 사람(영국에서는 ‘머글’, 미국에서는 ‘노마지’라고 부른다)은 제이콥 코왈스키가 맡았다. <해리 포터> 시리즈에도 호그와트 외 여러 국가의 마법 학교를 언급한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마법 관련 국제법 언급이 들어가는 등 본격적으로 세계관이 넓어진다. 너무도 영국적이기에 사랑받은 ‘해리 포터’ 세계관이 어떻게 확장되는지 확인하고 검증받을 기회다. 콜린 파렐과 사만사 모턴, 에즈라 밀러가 뉴트 스캐맨더의 반대편에 서는 인물로 등장하는데, 특히 예고편에서조차 꽁꽁 숨겨둔 밀러는 새로운 시리즈의 비밀 인물로 소개되고 있어 주의해서 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가장 기대되는 건 또 다른 주인공인 신비한 동물들. <해리 포터> 시리즈가 원작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독자들의 꿈을 구현해낸 반면, <신비한 동물사전>의 동물들은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다. 심지어 이번 편으로 끝이 아니다. 2020년까지 3편이 예정된 <신비한 동물사전>이 <해리포터> 시리즈만큼, 혹은 그 이상의 신드롬을 불러올 수 있을까? 실은 이런 궁금증도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계속된다는 것. 21세기 가장 위대하고 거대한 세계관, 그 새로운 상상의 이야기가 멈추지 않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머글, 아니 노마지, 그냥 보통사람인 우리는 곧 시작될 마법을 감탄하며 지켜볼 준비를 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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