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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PICK_Stars&People

새로운 둥지, 새로운 연작

투박한 아틀리에에는 꿈꾸는 공장장 권오상이 있었다.

2016.11.14

 

올해만 네 차례의 개인전을 펼칠 만큼 치열하게 달려온 권오상. 11월에 열릴 아라리오 갤러리 상하이 전시는 그 화려한 대미를 장식할 것이다.

 

8년여의 합정동 시대를 접고 그가 새로운 곳에 둥지를 튼 건 불과 얼마 전이다. “작업실의 출입문이 작다 보니 작품을 넣고 빼는 게 점점 불편해졌어요. 마침 작가 친구들이 약속이나 한 듯 이곳으로 먼저 들어왔고, 저도 자연스럽게 합류했죠.” 안양의 평촌역 인근. 사진 조각가 권오상은 이곳 신도시의 살아 숨 쉬는 공장 지대 안에 터를 잡았다. “기존의 구조 그대로 아무것도 바꾸지 않았어요. 올해만 전시를 네 번이나 여느라, 다른 곳에 신경 쓸 여력도 없었고요.” 거대한 그의 사진 조각 작품이 편리하게 드나들 수 있는 차고형 엘리베이터가 있는 공간. 그에겐 최적의 장소였다. 우연처럼 새 둥지에서는 그의 새로운 연작이 출산을 준비 중이었다.  

 

 

 

1 수백 수천 장의 사진을 오려 붙여 실제 인물처럼 조각을 만드는 권오상. 그는 늘 자신을 조각가라 칭해왔다. 2 New Structure 12 Cheese, 2016, Print on Wood  3 Torso(The Sculpture 12), 2008~2010, Acrylic, Resin and Aluminum on Stoneclay  

 

“이 작업은 ‘릴리프’ 연작인데, ‘뉴스트럭처’ 연작으로 개인전을 준비하던 중 우연히 나온 작품이에요.” 인과 관계상 ‘뉴스트럭처’의 실체를 먼저 파악할 필요가 있다. “어느 날 건물에 영구적으로 설치할 모빌을 만들어달라는 제안을 받았어요. 보통 콜더 하면 모빌을 떠올리는데, 저는 모빌보다는 정지된 스태빌을 더 좋아했거든요. 거기에 착안해서 만든 작품이에요.” 직접 채집한 잡지의 이미지를 바닥에 세운 뒤 촬영한 ‘플랫’ 연작이 평면 사진에 조각의 지위를 부여했다면, ‘뉴스트럭처’는 2차원의 평면 사진이 다시 3차원의 조각으로 구현되는 형식이다. 그는 이것을 과감하게 천장에 매달았다. 마치 정지된 스태빌처럼. “얼마 전 일본, 미국 등 각지에 흩어진 ‘뉴스트럭처’ 연작을 한곳에 모아 전시를 했어요. 지난 2년간의 작업을 되돌아보는 의미로, 작품 사이를 걸으며 감상할 수 있도록 설치했죠. 마치 숲처럼요.” 그 이미지의 숲을 걷다가 그에게 문득 떠오른 생각. ‘회화 같은 조각을 만들면 어떨까?’ 현대 자본주의의 상징이라 할 수많은 이미지를 채집한 다음 이를 조각적으로 재배치하는 권오상의 작업. 릴리프 연작은 동시대 글로벌 문화 트렌드를 빠르고 정확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디자인 잡지 <월페이퍼>에서 채집한 이미지가 주재료다.

 

그는 이 재료를 하나하나 자신만의 조각 언어로 이어 붙였다. 특히 눈에 띄는 건 기존의 작업에서는 쓰이지 않던 나무의 등장이다. “종이 위에 그림을 오리듯 나무판 위에 불특정한 모양을 뜬 후 이것을 벽에 붙여 이미지를 재배치하는, 일종의 소조에 가깝죠.” 즉 다양한 형태의 나뭇조각을, 회화처럼 벽에 재조합하는 방식이다. “이번에는 이미지는 빼고 나무 자체로만 보여줄 생각이에요.” 그간 선보인 권오상의 작업은 현대인의 욕망을 담아내듯 강렬한 색과 이미지가 지배적이었다. 하나 그는 이번엔 색을 다 거둬내고 나무라는 재료에 집중할 생각이다. 화려한 이미지는 사라졌지만, 오히려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기묘한 힘을 발휘한다. 동시대의 이미지를 채취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조각 언어를 생산하는 현대판 이미지 공장이랄까. 그 투박한 아틀리에에는 꿈꾸는 공장장 권오상이 있었다.

 

 

 

1 권오상의 거대한 사진 조각이 완성되는 아틀리에는 현대판 이미지 공장을 떠올리게 한다. 2 Relief 7, 2016, Print on Wood

 

neighbor, 네이버, 작가. 예술, 아트

 

CREDIT

EDITOR / 설미현 / PHOTO / 박우진 / THE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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